[추락하는 서민경제 ② 자영업의 몰락] 빚만 떠안은채 ‘눈물의 폐업’

입력 2016-11-29 11:05 수정 2016-11-3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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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 → 피자집 → 중국집’ 업종 바꿔 창·폐업 무한 반복… 창업후 5년 동안 생존율 29% 그쳐

#주요 정부 부처가 몰려 있는 세종시는 ‘김영란법’과 ‘최순실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점심때마다 공무원들이 몰렸던 인근 식당가는 한산해진 지 오래다. 많은 식당이 폐업했거나 다른 곳으로 옮겼다. 청사에서 가까운 세종마치상가는 임대 푯말이 곳곳에 붙어 있는 등 상가 철거 전의 모습 같다.

비교적 가격이 비싼 편인 A복어집은 점심때 가면 2~3개 좌석을 빼고는 텅 비어 있다. 청사들이 세종으로 내려온 후 특수를 누렸던 B중국집은 얼마 전 폐업했다. 청사 인근 식당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고깃집이었던 C식당이 폐업하고 같은 곳에 생긴 D식당도 내부 수리 중이라는 푯말만 내걸고 장사를 하지 않고 있다. 김영란세트를 내놓는 등 발 빠르게 대처했던 E한정식집도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 노량진 동작경찰서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 그는 “인근 공무원들 사이에 맛집으로 소문나 30여 년 동안 불황을 거의 몰랐는데 요즘 매출이 4분의 1로 줄어 한숨만 나온다”며 “김영란법 적용 대상 식당이 아닌데도 공무원들의 발길이 뜸해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는데, 최순실 사태가 덮치면서 이젠 손님을 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고 토로했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과 저성장 기조로 소비가 위축된 데다 목 좋은 곳에는 치킨집과 커피숍이 넘쳐나는 등 외식산업이 무한경쟁 중이다. 그러다 보니 살아남으려면 유사 업종 간에는 ‘출혈 경쟁’을 해야만 임대료라도 건질 수 있다. 이를 견디다 못한 자영업자들은 빚만 잔뜩 떠안은 채 폐업하게 돼 서민경제에 어려움만 더한다.

자영업자의 폐업과 생존율이 심각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국에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소상공인 사업체는 306만 개이며 605만 명의 국민이 장사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중 창업 후 5년 동안의 생존율은 2013년 활동 기업을 기준으로 5년 가 29%에 불과하다. 창업 후 5년이 지나면 자영업자 중 29%만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숙박과 음식점업 생존율은 이보다도 낮은 17.7%다. 2008년 사업을 시작한 여관이나 식당이 5년 뒤 82.3%가 문을 닫았다는 뜻이다.

개인 창업보다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는 프랜차이즈도 상황은 좋지 않다. 한국맥도날드와 KFC, 깐부치킨, 크라제버거 등 유명 프랜차이즈부터 중소형까지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포화한 데다 경제 상황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연초부터 외식 프랜차이즈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며 “그럼에도 수익성 저하와 경쟁 심화로 사업 정상화를 담보할 수 없어 인수에 나서는 곳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초 내놓은 ‘2014년 기준 프랜차이즈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프랜차이즈 산업의 총매출은 편의점과 도소매업, 외식업 등의 증가에 힘입어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한 50조1000억 원을 기록했다. 가맹본부는 3360개로 194개가 증가했다.

하지만 가맹본부당 평균 매출액은 전년 대비 2.4% 감소한 170억 원을 기록해 다소 악화됐다. 가맹점 수와 총매출이 늘었음에도 평균 매출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프랜차이즈 창업이 수익을 담보해주지 않음을 의미한다. ‘외화내빈’의 실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해초요리 전문점 ‘해우리’를 운영하는 로가닉의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에서 창업에 나서는 이들이 많으나 우리나라는 임대료와 인건비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수익구조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김영란법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다 보니 외식시장이 어려워지고 관련 분야라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시장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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