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서도 왕따된 미쓰비시차, 결국 닛산 품에…앞으로도 가시밭 길

입력 2016-05-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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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미쓰비시자동차 도쿄 본사에 마련된 쇼룸의 전시차를 쳐다보고 있다. 블룸버그
▲한 남성이 미쓰비시자동차 도쿄 본사에 마련된 쇼룸의 전시차를 쳐다보고 있다. 블룸버그

연비 성능 테스트 자료 조작으로 경영 위기에 처한 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제휴사인 닛산자동차의 품에 안기게 되면서 당장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앞으로 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닛산이 약 2000억 엔(약 2조1422억원)에 미쓰비시차 지분 34%를 취득해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고 보도했다. 연비 조작 파문으로 땅에 떨어진 미쓰비시차의 신뢰를 회복시켜 가동이 중단된 경차 생산 라인을 양사가 공동으로 조기에 재가동시키겠다는 취지다. 이로써 닛산은 지분율 약 20%인 미쓰비시중공업을 제치고 최대 주주에 올라 사실상 미쓰비시차를 산하에 넣게 됐다.

카를로스 곤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요코하마 시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제휴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미쓰비시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해 키워나갈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다”고 강조했다. 미쓰비시차를 사실상 산하에 넣는 것에 대해선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것이다. 훌륭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마스코 오사무 미쓰비시차 회장 겸 CEO는 경차 연비 조작 문제를 사과한 뒤, “닛산과의 자본·업무 제휴는 신뢰 회복 및 경영 안정을 목표로 하는데에 있어서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닛산과 미쓰비시차는 2011년 경차로 제휴를 맺고, 2013년부터 미쓰비시차가 생산하는 차량에 양사의 브랜드를 붙여 각각 판매해왔다. 그러나 미쓰비시차의 연비 조작을 계기로 소비자들은 등을 돌리고 정부 당국의 감시와 규제가 강화하면서 미쓰비시차의 판매가 정상화할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다 그동안 미쓰비시차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자금줄 역할을 해온 그룹 차원의 지원이 끊기면서 미쓰비시차는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 결국 브랜드 신뢰 회복과 부족한 개발력을 보완하기 위해 닛산이라는 대기업과의 제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닛산은 미쓰비시차가 대규모 리콜 사태를 숨겼다가 위기에 빠진 2004년에 인연을 맺었다. 당시, 현 뉴호라이즌캐피털의 전신인 피닉스캐피털을 중심으로 한 사업재생위원회가 꾸려졌고, 위원회는 미쓰비시차에 닛산과의 제휴를 요구했다. 이에 응한 미쓰비시차는 2005년부터 자사에서 생산한 경차를 닛산에 납품, 2011년에는 아예 양사가 공동으로 경차 전용 기획사를 세웠다. 닛산에 앞서 미쓰비시차는 프랑스 자동차 대기업 푸조시트로엥그룹(현 PSA)과 제휴를 맺을 뻔 했다. 2009년 말, 제휴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PSA 산하로 편입되기 직전 상황까지 갔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조건이 맞지 않아 2010년 3월 양사의 자본 제휴 협상은 틀어졌다. 이후 현대자동차와 중국 기업 등도 관심을 보였으나 마지막까지 미쓰비시에 관심을 보인 건 닛산 뿐이었다.

미쓰비시가 파트너사에 경영권을 내 준 데에는 그룹 사정도 녹록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쓰비시중공업, 미쓰비시상사,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등 미쓰비시의 3대 축은 미쓰비시차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자금으로 지원사격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미쓰비시중공업은 호화 여객선 사업 탓에, 미쓰비시상사는 원자재 사업 부진 여파로 2015 회계연도에 창사 이래 첫 거액의 손실을 냈고, 심각한 부정을 반복하는 미쓰비시를 더 이상 지원하기가 어려워졌다. 여기다 주주들의 따가운 시선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미쓰비시차가 닛산 산하에 편입되더라도 가시밭 길이 기다리고 있다고 내다봤다. 생산·판매·개발에 공격적인 닛산·르노 진영에 가세할 경우, 지금까지의 거래처나 인력 등을 대폭 조정해야 한다. 카를로스 곤 닛산 최고경영책임자(CEO)는 ‘닛산 리바이벌 플랜’으로 성역 없는 개혁을 단행했다. 곤 CEO가 이를 미쓰비시에도 적용할 경우, 미쓰비시에 만연한 부정 관행에 메스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번 미쓰비시차와 닛산의 자본 제휴로 일본 자동차 업계는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3강 구도로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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