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반란] 진짬뽕 성공의 주역들 “88곳 짬뽕전문점 찾아, 30번 재방문에 버려진 박스도 뒤져”

입력 2016-01-22 10:24 수정 2016-01-2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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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3개월만에 4000만개 돌파ㆍ대형마트서 1위 등극… 신라면 아성 위협

▲오뚜기 진짬봉의 모델 황정민.(사진제공=오뚜기)
▲오뚜기 진짬봉의 모델 황정민.(사진제공=오뚜기)

수년간 단독질주한 국내 1위 라면 브랜드 '신라면'의 아성을 위협하는 오뚜기의 신제품 '진짬뽕'의 돌풍 비결은 무엇일까. 진짬봉의 성공 뒤에는 일본 짬뽕 전문점에서 먹는 것과 똑같은 '불맛'을 구현하기 위한 오뚜기 연구원 5명의 땀과 노력이 있었다.

22일 오뚜기에 따르면 최근 진짬뽕의 누적 판매량이 4000만개를 넘어섰다. 출시 50여일만에 판매 1000만개를 돌파했고, 2개월만에 2000만개, 3개월만에 4000만개판매 기록을 세운 것. 오뚜기 관계자는 "진짬뽕의 하루 판매량이 80만∼100만개 수준인 만큼 이달말까지 5000만개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며 "진짬뽕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품귀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A대형마트에서는 월별 기준으로 수년간 매출 1위 자리를 지켰던 신라면의 독주를 무너트렸다. A대형마트에 따르면 수년간 월별 매출 1위를 차지했던 신라면이 지난해 10월 15일 출시된 짐짬뽕에게 최근 1위 자리를 내줬다. 국내 전 점포의 매출 비중 기준으로 작년 12월 진짬뽕이 17.9%로 1위였고 신라면이 10.3%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이달 들어서도 지난 21일까지 진짬뽕이 15.3%로 1위를 차지했고, 농심의 맛짬뽕이 11.8%로 2위였으며 신라면은 10.2%로 3위로 밀렸다.

(사진제공=오뚜기)
(사진제공=오뚜기)
이같은 진짬뽕 성공 비결을 무엇일까. 오뚜기는 개발에 참여한 내부 전문가들의 활약을 꼽았다.

개발의 주역은 스프개발 경력 25년에 달하는 오뚜기 라면연구소 김규태 책임연구원을 비롯한 총 5명의 TFT. 이들이 도전한 것은 진짜 짬뽕 전문점에서 먹는 불맛의 재현이다.

연구진은 중화풍의 라면 트렌드를 읽고, 진짬뽕 TFT를 구성한 후 인터넷, 방송, SNS를 조사해 대중적이고, 인기 있는 전국 88곳의 짬뽕 전문점을 시식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88곳의 짬뽕 중 가장 맛있다고 평가된 곳의 짬뽕맛을 타깃으로 삼고 30여회 재방문해 짬뽕 조리 방법과 맛의 비결을 터득했다.

김규태 연구원은 "이 같은 시식 끝에 짬뽕맛 그대로 불맛, 진한 육수맛, 해물맛의 라면을 똑같이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우선 불맛 찾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불맛은 중화풍 제품의 성패를 좌지우지하는 맛이다. 김 연구원은 "중화요리 전문점의 짬뽕 조리과정 그대로 연구소에서 조리를 했지만, 전문점의 짬뽕맛과 똑같이 나오질 않았다"며 "조리 테스트를 수십 회, 고민 끝에 웍(Wok)이라고 하는 중화요리용 팬이 원인이었음을 깨닫고 실제 웍을 구입해 전문점의 짬뽕맛(해물맛,육수맛)과 불맛을 내기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불맛은 웍(냄비와 솥의 중간 크기 요리기구)에서 야채를 기름에 볶을 때 순간적으로 야채 표면의 수분이 증발돼 그을리면서 발생하는 향이 요리에 입혀진 맛이다. 누구나 쉽게 살릴 수 없는 맛이기도 하다.

오뚜기 연구진은 웍이 필수적이란 사실을 깨달은 이후에는 맛있는 불맛을 내기 위해 웍에 각종 야채별, 온도별로 볶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리고 분말스프를 개발했지만, 원하는 맛이 아니였다.

김 연구원은 "최초 진짬뽕 개발 시에는 분말스프로 개발했지만, 실제 짬뽕의 맛이 나지 않고 인위적인 맛이 발현되어 자연스러운 짬뽕의 국물맛을 낼 수 있는 액체스프로 개발 방향향을 변경했다"며 "또한 액체스프 만으로는 전문점 짬뽕의 불맛을 구현할 수 없어서 불맛을 낼수 있는 별첨 유성스프를 추가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뚜기 측은 "진짬뽕의 불맛은 숯불의 불맛이 아닌 웍으로 조리할 때 발생되는 '자연스러운 짬뽕 기름의 불맛'"이라며 "이는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경쟁력이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후 육수맛 구현에 도전했다. 진한 육수맛 발현을 위해 닭육수와 사골육수를 사용했다. 닭육수 개발을 위해 진짬뽕 연구원들은 직접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들의 벤치마킹 대상은 일본 랭킹 1위 짬뽕집. 여러 차례 방문해 시식하면서 닭육수의 비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시원하고 진한 해물맛도 그들이 도전해야 하는 맛이었다. 짬뽕 전문점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해물을 조사했고 홍합, 미더덕, 게, 다시마, 굴을 첨가해 짬뽕의 특징적인 해물맛을 낼 수 있는 함량을 찾는 데에 성공했다.

김 연구원은 개발 당시 가장 재밌는 에피소드로 "일본 짬뽕 전문점의 닭육수의 비법을 찾아내고자 가게 뒷편의 버려진 박스까지 찾아봤다"면서 "진짜 짬뽕 맛을 재현하기 위한 연구원들의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제품의 고급스러움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건더기 개발에도 공을 들였다. 진짬뽕에는 오징어, 게맛살, 청경채, 양배추, 당근, 대파, 미역, 목이버섯 등 8종의 건더기를 담은 7g 용량의 건더기 스프가 들어가 있다.

오뚜기 측은 "국내 프리미엄 짬뽕라면 중 진짬뽕이 유일하게 닭육수를 사용하고 있으며, 짬뽕라면 중 최고 건더기 사양을 자랑(진짬뽕 7g, 농심 4g, 팔도 6g, 삼양 6g)한다"고 강조했다.

태면(太麵)을 사용한 것도 인기의 비결로 꼽힌다. 태면은 면의 면폭이 3㎜ 이상인 면을 말한다. 기존 라면시장에는 없는 면이다. 연구진은 면발이 굵어질수록 자칫 겉부분만 익고 속은 덜 익은 식감이 발현될 수 있으나, 수백번 면을 뽑는 실험을 거듭해 끝내 겉은 부드럽고 속은 쫄깃쫄깃해 탱탱한 태면을 탄생시켰다.

오뚜기 관계자는 "진짬뽕은 자연스러운 짬뽕 기름의 불맛, 닭육수 사용, 최고 건더기를 자랑하는 차별화된 제품"이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브랜드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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