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형제의 난] 장남 신동주의 쿠데타…15년 전 현대 ‘형제의 난’과 비슷

입력 2015-07-28 18:03 수정 2015-07-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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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회장 신격호의 본심은 무엇?…형제 간 분쟁 지속 가능성 높아

▲(왼쪽부터) 신격호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롯데그룹 경영권을 놓고 형제들 간의 분쟁 양상이 극단을 향해 치닫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15년 전 현대그룹의 ‘형제의 난’을 보는 것 같다며 차남인 신동빈 회장으로 정리되는 듯했던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언제 다시 뒤집힐 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아직 불씨가 남은 상태이며,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전 시도’가 예사롭지 않은 만큼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신격호 총괄회장, 장남과 함께 한 4년 반만의 일본행= 2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일본롯데홀딩스가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격호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해임했다고 보도했다. 표면적으로 따지면 최근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결정에 따른 조치다. 한ㆍ일 통합경영자인 차남이 아버지의 롯데홀딩스대표이사직을 빼앗아버린 것이다.

신 회장이 아버지를 해임시킨 이유는 27일 앞서 열린 또 한번의 긴급 이사회를 보면 알 수 있다. 재계에 따르면 94세의 신 총괄회장은 이날 친인척 5명과 함께 갑작스럽게 일본으로 건너갔다. 한국 롯데그룹 몰래 전세기를 띄울 정도로 비밀스럽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 한 번도 일본으로 건너가지 않았던 신 총괄회장의 이번 일본행은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조카인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신 총괄회장은 롯데홀딩스의 이사회를 열어 자신을 제외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이날 해임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는 최근 자신의 뜻에 따라 선임된 신동빈·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사들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일본롯데홀딩스 직원들에게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신 총괄회장은 자신이 해임한 쓰쿠다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서는 당시 건강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신동빈의 반격… 아버지까지 대표이사 해임=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한 신동빈 회장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지난 주말부터 사업 보고를 받기 위해 일본에 머물고 있었던 신동빈 회장은 27일 소식을 전해듣고 이튿날인 28일 오전 현지에서 일본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신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은 신 총괄회장의 27일 이사 해임 결정이 상법이 규정해 놓은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적인 사항이라고 규정하고, 28일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해임했다.

한국 롯데그룹은 총괄회장의 해임에 대해 “이와 같은 결정은 경영권과 무관한 분들이 대표이사라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법적 지위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룹 측은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 결정에 대해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28일 오전 정식이사회를 통해 일본롯데홀딩스 기존 임원들에 대한 지위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아버지까지 해임시킨 또 다른 이유는 장남을 비롯한 형제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신영자 이사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함께 아버지를 앞세워 일본행을 비밀리에 감행할 정도라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신에게 모든 권한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로 신 총괄회장이 경영상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정황이 밝혀진 만큼 권력의 집중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앞선 것으로 풀이된다.

◇15년 전 현대그룹 형제의 난과 유사…총괄회장 건강이 변수= 장남의 쿠데타 시도가 무위로 돌아간 롯데의 이번 경영권분쟁은 15년 전 현대그룹의 ‘형제의 난’과 비교해 유사한 점이 많다. 당시 현대그룹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고(故) 정몽헌 회장 사이에 승계를 놓고 싸움이 벌어졌다.

먼저 롯데와 마찬가지로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 역시 고령이었다. 오전과 오후 결재가 다르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정상적인 경영판단이 어려웠었다고 전해진다.

주력기업인 현대차를 둘러싼 파워 게임이 벌어진 것도 비슷하다. 이번에 해임 해프닝이 일어난 일본롯데홀딩스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상 한국롯데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의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최정점은 아니지만 그룹 경영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 현대그룹은 명확한 승계구도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룹 회장이 계속 교체됐으며, 전문경영인의 인사도 하루에도 몇번씩 바뀌는 등 의사결정이 명확치 않았다. 표면적으로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원롯데 원리더’를 공개적으로 언급할 만큼 신 회장은 실질적인 그룹 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형제의 보유 지분이 비슷한 만큼, 또다시 ‘형제의 난’이 벌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롯데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를 대표이사에서 해임시킨 것은 고령으로 인한 경영상의 중요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다는 점을 이용하려는 세력을 사전에 없애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신 회장을 제외한 모든 형제가 이번 일본행에 동참했다는 것은 앞으로도 비슷한 분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예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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