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식·식품·유통업계 “저가 시대 끝났다”...프리미엄 전략으로 디플레 탈출 모색

입력 2015-06-12 17:01 수정 2015-06-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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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 음식 규동(소고기 덮밥). 사진=블룸버그

규동 전문점 ‘마쓰야’에서부터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까지 일본의 외식 및 식품제조, 패션업체들이 디플레이션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가 전략에서 프리미엄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소고기 덮밥(규동) 체인 마쓰야푸드와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 세븐앤아이홀딩스는 부가가치를 높인 프리미엄 제품 전개로 기존의 저가 전략을 쇄신할 방침이다. 이는 디플레이션 경제에서 성장한 유니클로 브랜드를 성공시킨 의류업체 패스트리테일링이 취해 온 가격 전환책이다.

세븐앤아이의 무라타 노리토시 사장은 “가격을 싸게 하면 많이 팔리는 시대는 끝났다”며 “새로운 제품을 얼마나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지금까지 나온 제품보다 가치가 있는 물건인가, 맛이 더 좋은 제품인가”라는 입장을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세븐앤아이는 작년까지 4년 연속 사상 최고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마쓰야는 작년 여름에 ‘프리미엄 규동’을 출시했다. 기존 규동은 기본 사이즈가 290엔이지만 프리미엄 규동은 380엔으로 기본 사이즈보다 90엔 비싸게 책정했다. 프리미엄 규동은 쇠고기를 얼리지 않고 0도 정도의 온도에서 저장해 냉동 쇠고기보다 맛이나 성분, 식감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븐앤아이는 2007년부터 전개하고 있는 ‘세븐 프리미엄’ 브랜드의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2월에는 버터 비율을 높여 식감을 개선한 ‘세븐골드 금식빵’을 리뉴얼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토머스 자스트라브 애널리스트는 “디플레이션으로 위축된 기업과 소비자 심리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은 식품 산업과 식품 소매, 외식산업”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식료와 음료는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것들보다 자동차와 TV, 냉장고 사는 걸 참는 편이 훨씬 쉽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이같은 변화의 흐름이 가장 선명하게 나타난 분야가 식품 관련 산업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년간은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수입하는 옥수수, 콩, 설탕, 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격 인상이 잇따랐다. 일본 제과업체인 야마자키제빵과 모리나가제과 등 식품 업체들은 잇따라 가격을 인상했다. 일부는 신제품 출시 시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내용물의 양을 줄이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부득이하게 가격을 올리는 한편에선 과감하게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움직임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물가상승률 2% 달성을 목표로 디플레이션 탈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실현하려는 경제의 선순환과 맥을 같이 한다.

일본에서 물가의 영향을 감안한 실질 임금은 지난 4월에 전년 대비 0.1% 오르며 2년 만에 겨우 상승세로 전환됐다. 이런 가운데 소매업계가 가격 인하가 아닌 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 것은 아베노믹스 효과라는 평가다.

관건은 이들 업계의 부가가치를 높인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가격 면에서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다. 업계의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맥킨지앤컴퍼니 출신인 간노 세이지 경영 컨설턴트는 “기업이 가격을 올릴 때에는 소비자를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가격만 올린 것이 아니라 가치도 높였다는 걸 인식시켜야 회사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업계가 교본으로 삼는 업체는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이다. 이 회사는 가을·겨울용 내의인 히트텍의 두께를 기존보다 늘려 보온효과를 1.5배 높인 ‘엑스트라 웜’ 라인을 2013년 출시하면서 가격도 올렸다. 남성용 타이즈의 기존 제품 가격은 소비세를 제외하고 1290엔이었으나 엑스트라 웜은 이보다 400엔 비싼 1690엔이다. 또한 봄·여름용 속옷에 극세사를 소재로 사용한 ‘에어리즘’은 크루넥 셔츠 한 장에 990엔이나 코튼 소재는 같은 값에 두 장을 묶어 판다.

유니클로의 이같은 전략은 매출 증가로 연결됐다. 유니클로의 2014년 9월~2015년 5월까지의 동일 매장 내점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반면 객 단가는 10%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매출은 8.8% 증가했다.

미즈호종합연구소의 다카타 하지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에게 1990년대 이후 20년 이상은 빙하기였다”며 “회사는 이에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갖췄지만 주가 상승과 엔화 약세 덕분에 얼음이 조금 녹은 것일 뿐이므로 새로운 종(種)으로 진화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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