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시대, 취업에 실패한 졸업생들이 부모에겐 비밀로 한 채 쓸쓸히 홀로 졸업식장에 간다는 기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대학생이 귀했던 시절, 대학 졸업식은 온 가족의 경사였다. 땅 팔고 소 팔아 아들 대학 공부시킨 부모는 학사모 쓰고 졸업장을 손에 든 자식 모습만 보고도 배가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대학 졸업식장의 단골 풍경은 부모님께 졸업...
지난해 미국 유수 일간지가 선정한 올해의 책 100선(選) 중 비소설 부문 1위에 오른 책의 제목은 ‘All the Single Ladies’였다. 지은이는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레베카 트라이스터(Rebecca Traister). 책 내용은 부제인 ‘비혼(非婚) 여성과 독립 국가의 부상(浮上)’에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여기서 싱글 레이디 및 결혼하지 않은 여성의 정체가 궁금해지는데, 미국...
수업 시간 중 학생들 이름을 부르노라면 의외의 호기심이 발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름이 ‘고은아’였던 학생에게 누가 지어준 이름이냐 물었더니 ‘아빠가 영화배우 고은아를 너무 좋아하셔서’란 답이 돌아왔다.
한번은 ‘최귀덕’이란 이름이 눈에 띄어 어찌 된 사연인지 물었는데, 민망하게도 눈물을 글썽이는 탓에 무척이나 당황했던 적이 있다. 사연인즉 아빠...
트럼프 당선 직후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떠다니던 유머 중 하나다. “한국의 여성 대통령이 ‘역시나 여성은 별수 없구나’를 확인해 줌으로써 트럼프 당선에 일조했다.” 어처구니없는 말이지만, 트럼프 당선보다 힐러리 패배에 더욱 큰 충격을 받았던 국내 페미니스트들의 첫 반응은 ‘흑인은 되지만 여성은 안 되는구나’였다. 미국에서 흑인들이 참정권을 인정받은...
1991년 초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감행하던 시기의 일로 기억한다. 당시 미국 TV에선 연일 심리학자들과 정신분석학자들이 출연해 국내외 여론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결정한 대통령의 심리 분석에 열을 올렸다.
마침내 최종적으로 전쟁을 명하던 순간의 대통령 조지 부시는 어떤 심리상태에 있었을까를 주요 화두로, 심리학자들과 정신분석학자들은 부시의 어린...
모든 법은 자신만의 운명(?)을 타고난다는데, 마침내 28일부터 시행된 일명 ‘김영란法’(원래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탄생 이전 못지않게 탄생 이후에도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걸 보면, 평범한 운명의 소유자는 아닌 듯하다.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직무...
올 여름 폭염에 활짝 웃은 곳 중 하나로 영화관이 꼽혔다고 한다. 관객들은 시원한 영화관에서 더위도 피하고 재미난 영화도 관람하며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기쁨을 누렸다는 소식이다. 그러고 보니 “세월의 흐름에 장사 없다”고 영화관에 얽힌 추억 또한 꽤 다채로울 것 같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엔 ‘일하는 언니’가 둘 있었는데, 언니들 손에 이끌려 동네 극장을...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중년 남성을 상대로 설문을 해보니 홍 감독을 이해한다는 비율이 10명 중 4명을 넘었다는 기사도 있다. 그런 만큼 일부일처제와 낭만적 결혼의 의미를 되새겨봄은 그다지 나쁜 생각은 아닐 듯싶다.
먼저 일부일처제의 기원과 관련해서 페미니스트 사학자들로부터 흥미로운 주장이...
우리 가족은 1980년대 초반 자그마한 마당이 있던 집을 떠나 한강 이남에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수도꼭지를 틀면 따뜻한 물이 나오고 집안에 목욕탕까지 갖춘 현대적 생활양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테지 하던 기대와 흥분도 잠시, 한동안 식구들은 집에만 들어오면 별것도 아닌 일에 화를 벌컥 내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싸움을 걸곤 했다. 당시엔...
이웃 대학의 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직접 전해들은 이야기다. 요즘 대학 신입생들은 대학 문을 들어서면서 다소 과장 섞인 표현이긴 하지만 ‘문화 충격’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교수의 강의에 대한 로망(?)을 안고 입학했는데 처음 경험하는 교수님들 강의가 그 자체로 문화 충격이라는 것이다. 이유인 즉 “교수님들 강의는 무슨 말씀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새삼 영화의 매력에 푹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종로에 있던 작은 상영관(지금 안타깝게도 영화관 이름이 생각나질 않는다)을 즐겨 찾곤 했는데, 그곳에선 할리우드 영화보다는 유럽이나 남미 등지에서 제작된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했다. 덕분에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올리브 나무 사이로’와 모센 마크말바프의 ‘가베’를 보며 이란 영화의 품격과 깊이에 더해...
내겐 공부를 제법 잘하는 조카 녀석이 있다. 일반계 남녀 고등학교에 다니는데 올해 고3 수험생이다. 그 학교에서 전교 30등 중에 여학생은 무려 28명이나 되는데 남학생은 고작 2명뿐이란다. 중학교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여성부 공무원으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다. 중2 아들 녀석이 전교 3등을 했다고 자랑하길래 “우리 아들 공부를 제법 잘하는구나”...
며칠 전 최저 기온이 영하 19도를 기록했던 날 아침 8시 출근길, 교통량이 제법 많은 사거리에서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적힌 포스터를 높이 들고, 지나가는 운전자들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는 예비 후보자를 본 적이 있다. 매서운 추위에 시린 발을 구르면서 한 표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며 절실함 너머로 씁쓸함이 교차했다.
바야흐로 총선의 계절이다. 서울은 아직 현수막...
지난해 추석을 두어 주일 앞두고 예전에 살던 낡은 아파트로 다시 이사를 했다. 어느새 넉 달이 훌쩍 지나갔는데, 출근길에서 늘 마주치는 생소한 모습은 내게 여전히 신기하기만 하다.
아침 9시를 전후해 아파트 단지 도로변은 노란 버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러시아워를 방불케 하며 지나가고, 평소 눈을 씻고 봐도 눈에 뜨이지 않던 아이들이 무리 지어 엄마, 할머니...
얼마 전 대표적 SNS의 하나인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어 수십만명을 자랑하던 한 소녀가 만인으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자신의 화려했던 모습은 가짜였노라, 민낯을 드러내며 고백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이후 SNS 세계를 향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요즘 분위기인 듯하다. 이 대목에서 문득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가 1984년 발표한 소설...
한편, 본행사에 앞서 포스코1%나눔재단은 정기이사회를 열고 내년도 사업계획 및 세입·세출을 위한 86억 원의 예산을 승인했다. 이와 함께 1%나눔재단 1기 이사진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신규 2기 이사진으로 최광식 고려대학교 교수, 임채민 법무법인 광장 고문, 함인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과 윤만호 E&Y 한영 부회장을 신임 이사와 감사로 선임했다.
‘행복한 가족의 모습은 동일하다. 그러나 불행한 가족의 모습은 저마다의 얼굴을 갖고 있다.’ 톨스토이가 남긴 명언이다. ‘연애는 화려한 오해요, 결혼은 참혹한 이해’란 산뜻한(?) 주장도 있다.
1970년대 중반 미국의 사회학자 제시 버나드는 ‘행복한 결혼의 패러독스’란 논문을 발표했다. 버나드에 따르면 결혼한 여성들 다수는 자신이 결혼을 통해 기혼여성의...
올 가을 학기 대학원에서 ‘가족연구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수업 시간에 학생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다. 주로 이삼십 대 여성들이 자주 애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중 ‘레몬 테라스’란 곳이 있다고 한다. 이곳에 가장 빈번히 올라오는 질문 중 하나는 “시어머님께 얼마나 자주 전화해야 하나요?”란다. 한데 이 질문에 대한 댓글이 “시댁에서 얼마 받으셨어요?”로...
몇 해 전 일이다. 일산시(市)로부터 느닷없이 전화 연락이 왔다. 일산 기독교 공원묘지가 개발 예정지구로 편입됐으니, 이장(移葬)을 준비하라는 내용이었다. 불현듯 그곳에 묻히신 (친정) 외할머님께서 돌아가시기 직전 마지막 남긴 말씀이 떠올랐다. “장남이 날 찾아올지도 모르니 화장하지 말고 묻어달라”시던 당신의 소원 말이다.
외할머님은 딸 셋, 아들 둘을...
예전에도 대학가엔 “코스모스 졸업식”이란 것이 있었다. 대부분은 2월에 졸업을 하지만, 제대 후 복학 시기가 안 맞았다거나, 집안 사정으로 한 학기 휴학을 했다거나, 실연(失戀)의 상처 덕분에 F학점으로 도배(?)를 했다거나, 이런 친구들을 위해 열렸던 조졸한 졸업식 분위기와 가을바람에 살랑거리는 코스모스 이미지가 제법 잘 어울렸던 기억이 난다.
한데 요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