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최문기호 창조경제의 두가지 결함- 김광일 부국장 겸 미래산업부장

입력 2013-12-1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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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주 연 창조경제박람회는 무한상상실, 창조경제포털 등 국민들에게 창조경제를 체험토록 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였다. 오죽 답답했으면 박람회까지 열었을까 하는 궁금증은 결국, '역시나'로 끝나고 말았다.

박람회는 최문기호 창조경제가 여전히 핵심은 찌르지 못한 채, 주변만 맴맴 돌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말았다.

썰렁한 대기업 부스부터가 문제였다. 초고화질 TV 몇대 전시한 게 고작인 삼성전자, 곡면 스마트폰을 전시한 LG전자와 OLED TV소재 합성기술을 소개한 LG화학 등 대기업 대부분 등 떠밀려 출품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진을 전시한 게 고작인 롯데그룹, 수직이착륙형 고속무인항공기만 덩그라니 놓여있는 한진그룹, 이라크 신도시 건설공사를 들고나온 한화건설 부스 등은 한산했던 박람회 현장을 더욱 썰렁하게 했다. 홍보판촉에 열올리는 기존 창업박람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국민 누구나 찾아오면, 창업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우체국 내 무한상상실, 이를 포털에 올리면 멘토가 컨설팅, 창업을 도와주겠다는 창조경제포털…

벤처산업계는 물론 재계, 정치권을 중심으로 "창조경제, 이대로는 안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부진한 정책성과 때문이다.

최문기호 창조경제는 두가지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반 국민을 창조생태계 타깃으로 잡았다는 점이다. 지나가는 학생, 아저씨 아줌마, 은퇴한 5060세대 누구나 무한상상실을 활용, 창업하라는 출발부터 잘못된 설정이다.

창업에 근접한 잠재군은 중견·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2040 직장인, 석·박사학위를 소지한 정부출연연 연구원, KAIST, 포항공대, 서울대 등 대학 석·박사 과정에 있는 캠퍼스 인재 등 3그룹이 핵심이다.

이는 국내는 물론 미국 실리콘밸리 전세계 어느 나라건 공통된 군이다. 이는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다.

창업가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전문성에 남다른 포부를 꿈꾸거나, 조직생활을 못견뎌 독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최첨단 기술과 제품군 개발에 관여하고 있는 대기업 전문가그룹이 깨어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우수 인재풀이 모여있는 정부 출연연 역시 마찬가지다. 치열한 연구성과 경쟁을 통해 출연연 우수인재들이 이를 견디다 못해 지속적으로 창업 쪽에 눈을 돌리게 해야 한다. 안주해 있는 이들을 일깨워야 한다.

캠퍼스 인재 역시 안전한 길보다는 과감하게 도전하는 자신감을 자극하는 산학프로그램 등이 벤처생태계를 살아 숨쉬게 하는 핵심 아킬레스 건이다. 성공 기업가들이 사업화하는 과정은 일반인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만큼 혹독하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찾아오라, 정부가 도와줄게"라는 정책 취지에 대해 벤처 CEO들은 그렇게 한가하게 정부에 기대어 성공할수 있다면 개나 소나 다 기업가가 될 수 있다고 코웃음을 친다.

전 재산을 걸고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절박한 그들이 밤낮없이 수백개가 넘는 아이템을 놓고 처절하게 시장성을 찾아내며 사투를 벌이는 과정은 일반인은 설명을 해도 이해하기 힘든 메커니즘이 숨어있다.

이렇게 자신의 전공분야에서도 엄선을 거듭, 찾아낸 아이템으로 도전해도 성공 확률은 1%가 채 안된다. 결국 끝까지 살아남아 우여곡절 끝에 전혀 생각지 못한 아이템으로 꽃을 피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잠재 인력풀, 신기술, 벤처캐피탈 등 이른바 3대 축이 건강하게 엉켜 돌아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현정부 창조경제의 두번째 치명적 결함은 정부가 스스로 멘토 내지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무원들은 무한상상실, 창조경제 포털을 통해 자신들이 스타트업 기업을 키울수 있다고 확신하는 듯하다. 창업공간만 만들면, 수많은 멘토만 붙여준다고 유망 스타트업이 쏟아질 리 없다.

창업의 열기가 용광로처럼 들끓는 벤처생태계는 창업에 근접한 잠재군이 실패의 리스크를 물리친 채 과감하게 창업에 나설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때 가능한 일이다. 요란한 전시행정 대신 벤처생태계 3대 축이 끓어오를 수 있는 환경조성에 나서야 한다.

우체국에 무한상상실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고 창업이 줄을 이을 거란 순진한 생각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창업생태계는 목숨 걸고 처절하게 한우물을 파는 피끓는 청춘들의 ‘성공예감’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들에게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창조경제는 새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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