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빚 많은 대기업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제시한 또 하나의 방안은 시장성 차입금을 공시토록 한 것이다. 최근 5만여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동양사태는 불완전하고 과도하게 판매된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금에서 비롯된 탓이다.
금융위는 시장성 차입금이 많아 주채무계열이 아닌 대기업집단(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대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총 차입금 및 시장성 차입금 규모를 공시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면서 시장성 차입금이 많은 기업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10월 기준 상호출자·채무제한 기업집단은 62개다. 금융위는 아직 시장성 차입금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
당초 시장성 차입금을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에 포함하는 안이 검토되기도 했지만 시장성 차입금은 은행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데다 제재할 근거도 부족해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 항목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공시와 이를 통한 감시만으로 시장성 차입금이 제대로 관리될지는 의문이다. 동양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 금융당국은 피해가 발생하기 몇 년 전부터 이미 시장성 차입금이 과도하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동양그룹 유동성 위기가 고조된 올 8월 말부터 9월 말까지 한 달 동안 동양그룹의 시장성 차입금은 5000억원을 넘었다. 특히 대부분의 투자자가 개인인 탓에 금융소비자 피해 문제가 부각됐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이 0.075%로 낮아지면 시장성 차입금 때문에 주채무계열에서 빠졌던 기업 대부분이 포함될 것으로 본다”며 “시장성 차입금은 공시나 시장평가를 통해 규율해야 하는 영역으로 시장성 차입이 많다고 하더라도 은행들이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을 기존 0.1%에서 대폭 낮춰 시장성 차입금이 우려되는 기업을 편입하는 방안을 채택하기로 한 것이다.
이어 김 국장은 “신용공여 비율 0.075%는 기준금액을 상당히 낮춘 것”이라며 “그 밑으로는 원론적으로 시장성 차입을 공시하는 방법으로 대응해야 하고 동양그룹 사례는 매우 특수한 경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