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유쾌통쾌]주주를 행복하게 만드는 기업 인사

입력 2013-11-0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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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2월은 대형병원 신경정신과가 유난히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중 말쑥한 양복차림에 머리가 조금 벗겨진 4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 중년들이 평상시보다 유독 많다고 병원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대부분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임원들. 이들은 연말만 다가오면 ‘수면제’를 처방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맘 때는 대부분 국내 그룹들의 인사철이다. 기업 CEO나 임원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밤에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허다하고 자신의 생사 여탈권을 쥔 오너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다. 특히 올해는 일부 그룹의 오너들이 배임이나 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되거나 실형을 받는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많았고, 경기 불황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의 성적표가 나빠 전문경영인이나 그 아래 임원들의 거취가 예년보다 더 불분명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달 1일 단행된 CJ그룹의 정기인사는 앞으로 몰아칠 주요 그룹 인사 태풍의 서막을 알렸다.

CJ는 CJ프레시웨이 등 계열사 4곳의 수장을 교체했다. 그나마 그룹 대표사인 CJ제일제당은 대표 교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지만 경영지원실장과 미국 식품법인 대표를 새 얼굴로 바꾸는 등 실적 부진을 문제 삼은 결과가 인사로 반영됐다. 재계에서는 이재현 회장의 신상필벌 인사원칙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스타트를 끊은 CJ그룹을 보는 타사 임원들은 입맛이 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해 동안의 경영실적과 주가관리, 조직관리 같은 객관적 평가도 살펴야 하지만 오너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는 임원들이 생겨난다.

국내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인사는 자기 자신이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얼마나 회사에 기여했느냐에 향후 거취가 결정되겠지만, 문제는 분위기 쇄신을 위한 인사가 날 경우”라며 “이럴 때는 객관적인 평가가 유명무실해지기 때문에 무척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오너가 회사 외부에서 만나는 사람과 그를 만나서 어떤 얘기를 듣는지, 혹시나 자신의 이름이 오너 입에서 거론되는지 온갖 취재력을 동원하는 임원들이 유독 많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래서야 전문경영인이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없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그룹 계열사들이 실적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상황에서, 정부의 사정 바람과 글로벌 경제 악화 등 외부 변수가 많을 때는 더욱 더 그렇다. 자신의 역량을 다 발휘하기도 전에 경영환경 악화로 옷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면 ‘소신 경영’보다는 ‘보신 경영’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인사는 만사다. 오너가 그 사람의 능력을 믿고 CEO로 앉혔다면 충분한 기회를 줘야 한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갑작스레 CEO를 교체하는 건 만사를 그르쳤다는 또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기회에 부응하지 못한 CEO는 과감히 교체해야 하지만, 기회 없이 중도 하차시키면 어느 누구도 소신있는 경영을 펼칠 수 없다. 기업이 크지 못하면 주주도 손해라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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