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중소기업 정책, 기획을 넘어 전달체계 개선으로

입력 2013-10-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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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가톨릭대 대학발전추진단장ㆍ경영학부 교수

기업의 출발은 투자다. 기업가 정신이란 돈 벌어 투자하는 게 아니라 투자해서 돈버는 도전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 투자 증가율은 1970년대는 20%를 넘었지만 1980년대 12.6%, 1990년대 9.1%, 2000년대 들어서는 평균 4%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에는 설비투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수익성을 놓고 말들이 많지만 이보다 심각한 것은 투자다. 투자는 중소기업의 ‘미래’를, 수익은 ‘과거’를 이야기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는 투자 싸움이다. 주변의 많은 기업들을 보면 투자보다 현금 보유량을 늘려가고 있다. 안전한 출구를 찾고 싶어하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투자가 떨어진 만큼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약해지고 있다. 이런 기업이 많아지면 우리 경제의 활력은 떨어지고 장기적 침체가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게다가 우리 경제는 2만불시대의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저비용생산구조가 고비용 생산구조로 바뀌게 된다는 환경 변화를 암시한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모방을 통한 저비용 생산경쟁력에 기초한 빠른 추격자 전략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대신 고비용 생산구조에 맞는 기업전략을 찾아가야 한다. 이것이 선도자 전략이다. 선도자 전략이란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신기술, 신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가 보다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 R&D야말로 미래의 가능성을 키워주는 신기술, 신제품을 만들어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부품을 납품하는 우리 중소기업들도 주문자가 요구하는 대로 생산해 공급하는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방식에서 자신이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인 방식의 부품을 공급하는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이것이 창조경제 정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렇게 중소기업이 체질을 바꾸고 연구개발과 사람에 투자하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중소기업 정책의 전달체계를 투자자 중심으로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는 투자하는 기업에게 정책 인센티브의 기회를 많이 주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에 제공된 정책자금이 기업 자체의 투자 노력과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시장에서 성과를 만들고 이것이 다시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경제선순환의 마중물이 되게 해야 한다. 현금 보유량을 늘리면서 사람에 대한 투자와 설비, 개발에 투자를 게을리하는 기업에게서 미래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 기업을 위한 정책자금은 펌프의 마중물이 되기보다는 허드렛물이 될 것이다. 옥석의 기준은 미래를 향해 도전하면서 투자를 실행한 기업을 골라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투자는 기업가 정신의 척도라는 공식으로 단순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준비된 기업에게 정책의 기회를 줄수록 정책의 성과도 좋아질 것이다.

이스라엘의 창조경제 핵심 중 하나인 OCS(Officer of Chief Scientist: 수석과학관)제도엔 지원할 벤처의 옥석을 가려 성공벤처를 키워냄으로써 성공 보수를 받아 벤처정부예산의 40%를 충당하고 있다는 좋은 사례가 있다. 이러한 옥석 가리기로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줄이고 예산투자의 성과를 제고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에는 150여명의 정부-수석과학관이 있다. 이들은 벤처의 옥석을 가리는 역할을 통해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렇게 정책전달 체계만 바뀌어도 이것을 계기로 중소기업 정책 성과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중소기업 정책은 기획(plan)에 초점을 두었다. 정부의 세출입 균형을 위해서도 정책 집행을 통한 성과를 세입으로 선순환시키려는 노력보다 세출을 조정해가는 정책의 구조조정과 기획에 초점을 둔 것이다. 지금부터는 집행(do)의 효율성에 더 초점을 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가(see)가 더 중요해진다. 박근혜 대통령도 기획이 1이라면 평가와 모니터링이 9가 됐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평가와 모니터링이 정교해질수록 정책기획 의도에 맞는 정책 집행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책도 투자다. 성과가 나지 않는 정책투자는 비용이지만 경제투자 정책이 성과가 날수록 세입으로 선순환된다. 이제 중소기업 정책도 기획을 넘어 집행의 효율성에 관심을 가질 때다. 기획의 시대를 넘어 평가의 시대로 전환돼 보다 효율성 있는 정책 전달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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