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연준 의장은 10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열린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당분간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준금리 역시 실업률이 6.5%로 하락해도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연준은 지난 2008년부터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버냉키의 발언은 지난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당시 기자회견 때와는 크게 다르다는 평가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FOMC 이후 “경기 회복이 지속되면 양적완화 규모를 연내 축소하고 2014년 중반에는 아예 중단할 수 있다”며 출구전략의 틀을 제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냉키의 이날 발언이 6월때보다 ‘비둘기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율을 2%로 끌어올리고 고용시장이 탄탄해질 때까지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이 ‘시장 달래기’에 나선 것은 최근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5일 고용지표 발표 이후 양적완화가 임박했다는 우려에 2.7%를 돌파하면서 2011년 8월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으로 최근 회복 모멘텀을 얻은 주택시장이 다시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로 이날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지난주 모기지 신청은 전주대비 23% 감소했다. 실세금리 상승과 함께 30년 만기 모기지금리가 4.68%까지 오른 영향이다. 이는 지난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메시지가 시장에 잘못 전달되고 있어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버냉키 의장이 ‘불끄기’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존 캐낼리 LPL파이낸셜 투자전략가는 “시장은 연준이 양적완화를 중단한다면 미 경제가 이에 견딜 수 있을 만큼 탄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한다”면서 “연준과 시장은 여전히 단절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와 초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낮추는 등 경기 회복세가 아직 탄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마이클 핸슨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를 비롯해 자넷 옐런 부의장,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주요 연준 관계자들은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정책 결정 과정을 주도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전해진 지 1시간 뒤인 오후 5시 선물시장에서 다우지수 선물이 100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등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출구전략 전망에 따라 최근 강세를 보였던 달러도 내림세로 돌아서면서 달러·엔 환율은 전일 대비 0.5% 이상 하락해 99엔대 초반에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