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배의 동서남북]또 부동산 발목잡은 정치권

입력 2013-04-2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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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정답!”

대형 건설사 한 대표가 최근 술자리에서 던진 건배사다. 그의 뜻풀이가 기가 막히다. “우리들의 문제는 정치권에 답이 있다”는 것. 정치권이 무산시킨 부동산 대책안이 수없이 많다 보니 사석에서 뱉은 넋두리 같기도 하다. 원망 섞인 목소리는 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나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최근 사례를 들먹이지 않아도 될 만큼 사례가 많다는 얘기다.

우문정답이 또다시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정치권이 시장의 발목을 다시 잡아버린 것이다.

이번 정부 대책에 따른 양도소득세 한시감면 조치가 결국 '전용면적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로 결정됐다. 1가구 1주택자(일시적 2주택자 포함)가 보유한 기존 주택과 신규·미분양 주택이 대상이다. 이는 당초 4·1 대책에서 밝힌 신축주택과 미분양의 경우 '면적제한 없이 9억원' 이하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정부안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분양 적체가 가장 심한 용인·일산 등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대다수가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준공후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9억원 이하'의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4·1 부동산 대책에 포함됐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 방안도 이번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아 사실상 무산됐다.

액면 그대로만 보면 달라질 게 있냐고 얘기할 수도 있다.

실제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용 85㎡를 초과하면서 가격이 6억~9억원인 주택은 8220가구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미분양 가구(7만3386가구)의 11% 수준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부동산은 ‘심리’라는 것이다. 당초 기대치에 못미치는 대책이 나오면 시장은 그 효과를 반감시키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시작한다.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지난 2009년 등장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는 집값 급등에 대한 우려와 가계부채 문제 등을 이유로 시기를 미루다 결국 지난 2012년 9월(8월 발표)이 돼서야 시행됐다. 그러나 20~30대 젊은층과 은퇴 자산가들에 한해 규제를 완화하면서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일었고, 그마저도 사전에 완화 시기가 예고되면서 정작 발표 후에는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시장 기대감만 키우다가 오히려 역효과만 낸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서울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도 2008년 10월 첫 논의가 있었지만 그로부터 3년 6개월이 흐른 지난해 5월이 돼서야 완전히 풀렸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마찬가지다. 건설업계와 시장에서는 이미 분양가 상한제 ‘무용론’이 제기된 지 오래지만 2009년부터 지금까지 5번이나 폐지 법안의 국회 통과가 좌절됐다.

철부지 아이들도 사탕울 줬다 뺏으면 엉엉 울게 마련이다. 게다가 종합선물이라고 한껏 기대에 부푼 상황이었다.

정치권과 정부가 이번 대책을 두고 파워게임을 하는 사이에 시장의 신뢰는 또다시 땅에 떨어졌다. 특히 중소형 아파트를 사려고 했던 다주택자들이나 중대형 아파트를 고민하던 수요자들이 집을 살리 만무하다. 때문에 ‘절름발이 대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정부도 아마추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꿈은 멀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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