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해외 생산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주력 제품인 휴대폰과 D램 반도체의 전략적 생산거점을 베트남과 중국 등으로 무게중심을 이동,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베트남에 휴대폰 제1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 3월 베트남 북부 ‘타이응웬’에 제2공장을 착공했다.
총 사업비 20억 달러를 투입한 2공장은 올 연말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 2015년부터 연간 1억2000만대의 휴대폰을 생산하게 된다. 이에 따라 베트남 현지 생산능력은 2억40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국과 베트남, 중국 등 전 세계 8개 공장을 통해 약 4억대의 휴대폰을 출하했다. 따라서 베트남 1, 2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면 전년 기준으로 볼 때 ‘갤럭시폰’의 절반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게 된다.
삼성의 스마트폰 해외 생산 비중은 지난 2010년 15.9%에서 지난해 56.8%로 상승했다. 올 1분기는 79.7%로 한층 더 확대됐다. 삼성이 만드는 스마트폰 5대 가운데 1대만 한국산인 셈이다.
베트남이 삼성 휴대폰의 핵심 수출기지로 부상한 이유는 중국처럼 현지기업과 합작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은 100% 삼성에서 투자한 현지법인이다. 때문에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다양한 생산전략을 펼칠 수 있다.
베트남의 적극적인 지원정책도 삼성의 투자확대를 부추겼다. 현지 정부는 법인세 감면 등 상당한 혜택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연구개발(R&D)센터 건립도 추진하는 등 베트남을 전략적 요충지로 만들 방침이다.
반도체는 중국에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전자는 급성장하는 현지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중국 시안에 D램 반도체 공장을 착공했다. 중국은 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 TV 등 각종 IT 제품의 최대 생산국이다.
이 같은 해외생산 비중의 증가는 물류 비용과 생산원가에서 한결 유리하기 때문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최근에는 동아시아 생산국가들의 조립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저가 제품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생산 영역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출시한 200만원대 프리미엄 드럼세탁기인 ‘버블샷3’를 중국 쑤저우 공장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역수입하고 있다. 프리미엄급 가전을 해외에서 만들어 국내에 들여오는 건 처음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다양한 생산 여건을 감안한 해외생산 전략”이라면서 “해외 생산 비율은 향후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