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韓·EU FTA 효과 없다고?

입력 2012-02-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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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인하대 교수(한국협상학회 회장)

지난해 7월 이행된 한-EU FTA 경제 효과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즉 EU와의 FTA가 이행되면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정부가 전망했는데, 지난해 7월 협정이행 이후 수출은 줄었고 수입이 늘어 무역수지가 예상과는 반대로 줄어 들었다는 것이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한해 내내 문제가 되었던 유럽내 재정금융위기로 수입 수요가 대폭 줄었기에 우리의 수출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으며, 수입은 FTA 이행으로 관세가 낮아짐에 따라 제3국 수입을 대체했다는 점을 들어 한-EU FTA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들고 있다. 특히 기존 무관세 품목에 대한 수출입은 줄어든 반면 관세특혜가 적용되는 품목의 거래가 늘었다는 점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은 지켜보면서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FTA 경제 효과는 당장 나타나기 보다는 일정시간이 경과된 이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 한-EU FTA가 이행된지 채 한달도 되지 않은 지난해 7월말 수출이 좀 늘었다고 정부기관이 나서서 한-EU FTA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보도자료를 낸 것은 무리였다. 요즘에는 교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워낙 많이 작용하고 있어 최소 1~2년 정도 지켜본 후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협정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FTA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생산특화의 강화이고 수출입은 특화의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흔히 국책연구기관에서 FTA 경제이익을 GDP 몇% 증가로 제시하는데, 이러한 경제 효과는 고부가가치 품목으로의 산업구조조정과 생산 특화를 통해 주로 실현된다. 따라서 FTA 경제 효과를 키우고 싶다면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되도록 규제를 풀고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셋째, 경제발전 초기부터 우리나라는 수출 증대를 강조해 왔고 대부분의 장년층들은 수출은 좋고 수입은 나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정책 담당자는 물론이고 국회의원, 심지어 언론까지 수출에 대한 영향 위주로 정책을 평가하곤 한다. EU와의 FTA를 둘러싼 수출입 실적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강조해야 할 사항은 통계적으로 제시하는 수출입이 FTA의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편의상 수출입 통계를 FTA 영향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특정국가와의 수출입에는 많은 대내외적 요소가 작용하고 있고, 이를 감안하여 FTA 영향을 평가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으로 세계무역 자체가 위축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해운회사들의 자금난으로 선박 수주를 대폭 줄였다. 2010년 하반기 우리나라의 대EU 선박 수출이 61억 달러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절반 수준인 32억 달러로 줄어 들었다. 선박은 관세가 없는 품목이므로 FTA와는 무관하고 수출이 준 것은 수주가 줄어든 탓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유럽 재정위기의 진앙지이자 뇌관인 그리스에 대한 제2차 구제금융이 타결되더라도 강력한 재정협약 체결과 위기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견고한 방화벽 구축 없이는 ‘무질서한 디폴트(disorderly default)’ 우려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향후 5년 이상은 EU 경제가 1% 내외의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수입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EU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은 크게 늘어나기 어렵고 FTA 경제효과 타당성 논란도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나타나는 수출입 실적을 액면 그대로 FTA 효과로 봐서는 안 된다. 오히려 만약 FTA라도 없었더라면 우리나라의 대 EU 교역은 얼마나 악화되었을 것인가를 분석하고 이를 수출입 실적과 비교해야만 FTA 교역 효과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한국협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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