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들 "정보도 털렸는데 고생까지" 불만
'유심 교체' 온라인 예약하는 'T월드' 앱 먹통
SKT "다음 달까지 500만 장 추가 확보할 것"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공항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100여 명이 넘는 SKT 이용자가 긴 대기 줄을 형성했다.
한 70대 남성 고객은 기자에게 "정말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제가 피해를 입은 건지 아닌지도 모른다. 근데 불안해서 일단 왔다"며 "직접 문자나 전화로 (해킹 사실을) 고지 받지 못했다.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덧붙였다. 다른 SKT 이용자도 "한 10명 정도 있으려나 했는데 지금 사람이 엄청 많다"며 "정보도 털렸는데 내가 왜 이런 고생까지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이날 SKT는 전국 2600여 개 매장에서 무료 유심 교체를 시작했다. 해킹 공격으로 가입자의 유심 정보가 탈취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그러나 2500만 명에 달하는 SKT가 확보한 유심은 100만 개에 불과해, 재고 부족 문제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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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서울 구로구 SKT 대리점도 유심을 바꾸려는 이용자로 북적였다. 가장 먼저 줄을 선 60대 여성 고객은 "아침 7시부터 줄 섰다. 토요일에 왔었는데 유심이 50장밖에 안 들어온다길래 일찍 왔다"고 말했다. 기자가 유심보호서비스는 가입했냐고 묻자, 무슨 서비스인지 잘 모르고 T월드 애플리케이션(앱)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며 "잘 모르니까 일단 대리점에 왔다"고 했다.
이곳 SKT 대리점은 유심을 50장만 보유했지만, 이미 9시 넘은 시간에 70명이 넘게 줄을 서 있었다. 기다리는 고객 상당수는 60대 이상 노인이었다. 대부분은 유심보호서비스나 T월드 앱, 예약 서비스 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세대 간 디지털 격차가 이곳에서도 드러났다. 아버지와 함께 온 20대 여성 고객은 "가족 모두가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은 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대리점에 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엔 온라인 유심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T월드' 애플리케이션(앱)이 먹통이 되기도 했다. 앱 내 유심보호서비스 대기시간은 약 67시간에 달했다. 서울시 마포구 SKT 대리점 앞에서 만난 한 40대 여성 고객은 핸드폰을 보여주며 "(유심 교체) 예약하려고 앱 들어갔더니 이건 또 먹통이다"라며 "예약도 해야 하고 매장도 와야 하고 너무 번거롭다"라고 했다. 이 대리점 입구엔 '재고 입고 시 방문고객 선착순 70명에게 번호표를 배부해 유심 변경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본지가 찾은 대리점뿐 아니라 전국 곳곳의 SKT 대리점에서도 유심 교체를 기다리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SKT 측은 다음 달까지 500만 개를 추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SKT는 '대고객 발표문'을 통해 "많은 고객이 한꺼번에 몰리면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많은 불편이 예상된다"며 "28일부터 현장 교체와 온라인 예약 신청 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