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대표 피해 기업 예상
CJ제일제당ㆍ농심은 현지 생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상호관세 25% 부과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식품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상호 관세율이 책정돼 전세계적인 K푸드 수출 열기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에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농식품 수출액은 99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0% 증가했다. 특히 농식품 수출 1위 품목은 유통 가공식품인 라면으로 1년 새 31.1% 증가했다. 최대 수출 시장은 미국이다. 대(對)미국 수출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3위에서 1위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이 25%의 상호관세를 발표하자 국내 식품업계의 희비가 엇갈렸다. 당장 미국에 공장이 없으면서 수출 물량이 많은 기업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대표적인 곳이 ‘불닭볶음면’으로 K푸드 대표 주자가 된 삼양식품이다. 삼양식품은 전체 수출규모 중 미주 비중이 30%에 육박하는데 미국 현지 공장이 없어 전부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현재 TF를 구성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4일 ‘2025 대한민국 라면 박람회’에 참석한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미국법인과 관세 문제를 함께 검토 중”이라며 “관세 뿐 아니라 금리, 환율 등 연관된 이슈들도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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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수출 1위인 대상도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은 미국 내에서 김치 물량 일부를 생산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수출하는 물량이 더 많다. 지난해 대상의 대미 수출액은 2000억 원 수준이다. 대상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표 K푸드 기업인 CJ제일제당과 농심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두 업체 모두 수출 대신 현지 공장에서 자체 생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서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에 20개 공장을 가동 중이며 2027년에는 자회사 슈완스를 통해 아시안푸드 신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농심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1공장과 2공장을 통해 연간 10억 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한편 관세 여파로 미국 내 K푸드 소비자가격이 인상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경쟁력을 갖춰도 관세 25%를 감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인 만큼 현지 소비자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식품사 관계자는 “수출 지역 다변화와 환율 등으로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각도로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