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계에서 대북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앞서 6월 북미정상회담 직후 북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식품·관광 계열사를 앞세워 북한 사업 구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1995년 그룹 내에 북방사업추진본부를 설립하고 북한과의 경제협력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북한 무역회사인 조선봉화사와 함께 평양 인근에 초코파이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으나 당시 여건이 성숙하지 않아 해당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이후 2002년부터 2014년까지 개성공단에 초코파이, 칠성사이다 등의 제품들을 공급하기도 했다. 이에 현재 폐쇄된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경우 자사 식음료 제품이 유통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며 과거 무산됐던 초코파이·생수 공장 재설립에도 나서겠다는 의지다.
소비재 기업 중에서는 창업주가 북한 출신인 기업들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SPC그룹은 3차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가 차려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파리바게뜨 부스를 운영하고 내외신 취재진과 자원봉사자, 시설관리자 등에게 간식을 무상 제공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황해도 옹진 출신의 실향민이어서 그룹 안팎에선 남북 교류가 가능해지면 북한에 창업주가 과거 열었던 빵집 ‘상미당’이 다시 들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밖에 이번 회담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나 관광공동특구 조성, 동해선 철도 연결 등도 결정돼 관광업계의 기대감도 남다르다. 다만 대북제재가 여전하고 앞으로 진행될 북미회담 결과나 북한 핵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여전해 실제 사업 전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남북관계 개선은 당연히 긍정적인 기회라고 판단되지만 기업이 선제적으로 공장을 짓는 등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정부 지침이나 시그널이 있어야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기초적인 사안들만 논의된 상황이어서 수혜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고 연결짓기는 이르다”며 “하지만 평화 무드가 이어지면서 직접적인 방북 상품이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DMZ 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하리란 기대감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