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당 안팎의 반발로 양자 영수회담 제안을 번복한 이후 정국이 더욱 꼬여가는 모양새다. 이번 ‘헛발질’의 배후로 지목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박근혜 대통령의 ‘조건 없는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고, 수세에 몰렸던 새누리당 지도부는 적극적인 반격에 돌입했다.
추 대표는 15일 영수회담을 철회한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 뜻과 다르게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혼란을 드렸다면 죄송하다”며 “두 야당에도 깊은 이해를 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추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날짜와 시간까지 확정했던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수세에 몰렸다는 점을 이용한 사실상의 갑질”이라며 “평소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민주당은 사과 대신 더욱 강경한 태도로 박 대통령을 밀어붙였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영수회담 문제로 잠시나마 흔들렸던 야권 공조도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서울역에서 대통령 퇴진 촉구 서명 운동을 벌이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지금은 한 사람이라도 마음을 모아야 할 때”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는 사이 자세를 낮춰 온 새누리당 지도부가 점차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는 등 정치권의 대치국면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자신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새누리당 당원 28만 명이 정식으로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한 당 대표에 대해 정치적 곤경에 빠졌다고 해서 인정하고 말고 하는 권한을 그쪽에서 갖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지도부 총사퇴와 당 해체를 주장한 당내 군소 대권주자들을 향해선 “여론조사 지지율 10% 넘기 전에는 어디서 새누리당 대권 주자라는 말도 꺼내지 말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한 친박계 최고위원은 “당이 쪼개지는 한이 있어도 새누리당 해체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