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후폭풍] ①우려가 현실로…글로벌 시장 ‘블랙 프라이데이’

입력 2016-06-2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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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 영국 국민들은 유럽연합(EU) 울타리 밖을 선택했다. EU 전신인 유럽공동체(EC)에 가입한 이후 43년 만에 탈퇴를 선택한 것이다. 당초 브리메인(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에 무게를 뒀던 글로벌 시장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개표 초반부터 대혼전= 24일 오전 7시 현재 국민투표 집계가 모두 완료된 결과 EU 탈퇴 찬성 지지율 51.9%, 반대 48.1%로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됐다. 찬반 격차는 3.8%포인트에 불과하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등록 유권자 수는 4649만9537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 영국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이날 전체 투표율은 72.2%였다. 투표 마감 직후에는 잔류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대형 선거구 중 하나였던 선덜랜드에서 브렉시트 찬성 지지율이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될 때부터 상황은 역전됐다. 당초 일부 전문가들은 선덜랜드에서는 브렉시트 찬성이 6%포인트대 차이로 우세할 것으로 전망, 찬반 진영의 격차가 이보다 낮게 나올 경우 브리메인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하지만 선더랜드에서 EU 탈퇴 지지율은 61.3%, EU 잔류(38.7%)로 20%포인트 차이가 넘는 격차를 기록했다.

◇궂은 날씨가 변수?= 앞서 전문가들은 이날 투표율이 높으면 잔류 가능성이 높고, 낮으면 탈퇴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내다봤었다. 잔류 의견이 우세했던 지역의 투표율이 낮았고 탈퇴 의견이 높았던 지역의 투표율이 높았던 것이 이번 투표의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EU 잔류가 이긴 뉴캐슬의 투표율은 68%로, EU 탈퇴가 앞선 지역에 비해 낮았다. 뉴캐슬은 당초 잔류가 월등한 차이로 이길 것으로 것으로 예상됐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EU 잔류(50.7%)가 탈퇴(49.3%)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일각에서는 궂은 날씨가 변수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선거분석가 존 커티스는 텔레그래프에 “궂은 날씨가 투표율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온 잉글랜드 지역의 투표율은 73%로 결코 낮지 않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는 영국의 이스터블리시먼트(Establishment, 지배층)에 도전한 정치인과 기업인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탈퇴 지지자들의 선봉인 집권 보수당의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과 마이클 고브 영국 법무장관은 잔류를 호소하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결별하고 영국 독립당(UKIP)과 손잡았다. 탈퇴파는 유권자가 갖고 있는 이민자에 대한 우려에 호소하는 전략을 취하고, EU를 이탈하지 않으면 국경과 예산 결정권을 완전히 잡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호소는 캐머런 총리와 프란치스코 교황, 성공회의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의 경고보다 유권자들에게 더욱 강력하게 어필됐다. 지난 16일 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이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은 잠시 탈퇴 여론을 잠재우는 듯 했지만 영국 유권자들의 EU 탈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소로스의 예언 적중?=파운드화 가치는 국민투표 마감 직후만 해도 6개월래 최고치로 급등했었다. 브리메인 가능성을 점치는 여론조사 결과 덕분이었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하고 영국 파운드화는 곤두박질 쳤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파운드화는 10% 폭락한 1.3305달러로 1985년 이후 31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파운드 환율 추이는 사실상 헤지펀드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의 예언이 적중한 셈이 됐다. 앞서 소로스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글을 통해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로 결론이 날 경우 파운드화 가치는 급격하고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소로스는 지난 20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을 통해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로 결정될 경우 1992년 ‘검은 수요일’보다 더욱 하락하면서 투표 다음날인 24일에 ‘검은 금요일’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파운드·달러 환율 낙폭은 20%를 넘을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파운드가 폭락하는 사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 가치는 폭등했다. 이날 달러·엔 환율은 전일대비 최대 6.7% 폭락한 99.02엔으로 지난 2013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영향으로 일본증시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8% 폭락해 1만5000선이 무너지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안전자산 쏠림 현상은 심화됐다. 이날 상품시장에서 국제유가는 5% 넘게 급락했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은 8.3% 폭등해 온스당 136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13년 3월 이후 최고치다.

유럽채권시장에서는 24일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가격이 하락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브렉시트가 결정되자 신용등급이 낮은 국채와 주식을 매도하는 한편 신용도가 높은 독일 국채는 강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와 독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격차는 약 1년 만의 최대폭으로 벌어졌다. 런던 시간 오전 7시 10분 현재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2베이시스 포인트(bp, 1bp=0.01%) 상승한 1.72%.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는 1.86%포인트로 지난해 6월 이후 최대였다.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9bp 상승한 1.76%.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는 1.94%포인트였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3bp 떨어져 마이너스 0.14%. 한때 사상 최저인 마이너스 0.17%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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