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사태 재현…디지텍시스템스 사기대출 금융권 전방위 확산

입력 2016-03-22 19:36 수정 2016-03-2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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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차입 직후 회사 건전성 크게 악화, 최대주주도 사기대출 의혹

디지텍시스템스의 사기 대출 의혹이 제기되면서 2014년 10월 세상에 드러난 ‘모뉴엘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검찰이 현재 파악한 디지텍시스템스의 사기 대출 규모는 1000억원대다. 하지만 금융브로커가 낀 전문적인 수법이 동원된 것을 고려하면 사기 대출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뉴엘 사태처럼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대출이 있을 경우 사기 대출 규모는 많게는 수천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디지텍시스템스가 금융기관에서 집중적으로 대출을 받은 기간의 재무제표를 봐도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이 회사는 2012~2013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국민은행 등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디지텍시스템스의 건전성을 보면 2012년 말에는 순부채 1143억원, 부채비율 51.21%로 양호했다. 그러다 2013년 말에는 순부채 1774억원, 부채비율 535.42%로 건전성이 크게 악화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56억원에서 402억원으로 46.8% 줄었다. 영업이익은 47억원 흑자에서 27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영업손실이 단숨에 늘어난 것은 고의적인 회계절벽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디지텍시스템스 경영진이 금융기관을 속이고 대출을 받기 위해 회계 장부를 부풀렸을 수 있는 셈이다. 산은의 팀장이 대출 편의를 봐준 명목으로 디지텍시스템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은 이같은 의혹 제기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디지텍시스템스의 채무보증 규모가 막대했던 점도 사기 대출 규모가 늘어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디지텍시스템스 이사회는 2013년 12월 12일 1089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의결했다. 이는 당시 이 회사의 자기자본(331억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회계장부를 부풀린 뒤 거래사 및 계열회사 간의 채무보증을 통해 자금을 빼돌리는 것은 기업 횡령의 전형적인 수법 중 하나다.

디지텍시스템스의 최대주주였던 회사를 통해서도 적지 않은 규모의 사기 대출이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007년 7월 디지텍시스템스를 설립한 이환용 전 대표이사는 2012년 2월 지와이테크에 이 회사의 지분 17.1%를 289억원에 넘겼다. 이후 디지텍시스템스의 대주주는 2013년 7월 휴대폰 배터리 제조업체인 엔피텍으로 바뀌었다. 당시 엔피텍은 디지텍시스템스 지분 6.69%를 107억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기업사냥꾼으로 불린 남모씨와 최모씨가 깊숙히 개입한 사실이 법원 판결로 드러났다. 이들은 법인 명의만 도용한 뒤 제2금융권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디지텍시스템스의 최대주주를 뒤바꿨다. 남씨와 최씨는 디지텍시스템스와 이 회사의 최대주주 기업의 실질적 소유주였다. 다양한 기업을 통해 사기 대출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남씨와 최씨는 횡령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검찰이 디지텍시스템스의 사기 대출 의혹을 본격 수사하면서 이번 사태가 금융권 전체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사안은 모뉴엘 사태와 닮았다. 모뉴엘은 2007~2014년 10개 은행으로부터 3조원대의 사기 대출을 받았다. 방식은 매출채권 조작이었다.

당시에도 국책은행 관계자들이 뇌물을 수수했다. 무역보험공사의 지급보증 발급에 브로커가 동원된 점도 이번 디지텍시스템스와 닮은꼴이다. 모뉴엘과 디지텍시스템스 모두 수출입은행으로부터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됐었다. 이 때문에 모뉴엘 사태처럼 검찰 수사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수사 선상에 오르는 인물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사들이 사기 대출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은 매출채권의 조작이 쉬운데다 기관 간의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 배경”이라고 성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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