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융개혁 시작은 장수 CEO 키우기

입력 2015-10-1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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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자본시장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IMF·WB 연차총회 출장에서 국내 금융권에 쓴소리를 날렸다. 우간다보다 못한 국내 금융권의 현실을 꼬집으며 금융기관장과 가진 만찬에서 건배사를 ‘우간다를 이기자’로 했다고 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권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즉각적인 반응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 부총리는 작심한 듯 금융권의 고비용 인력 체제와 직원들의 노동생산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국내 현실에 비춰 보면 일견 금융권의 아픈 현실을 꼬집었다고 할 수 있다. 우물 안 개구리식 영업을 하는 금융권이 다른 업종과 비교해 억대연봉을 받는 점은 손쉬운 질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객관적인 지표로 금융권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0A)이 지난해 미국, 호주 등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4% 수준이다. 이미 세계 12위의 국가 경쟁력을 자랑하는 한국이지만 글로벌 금융사 순위에서 50위권엔 아예 없고 간신히 100위권 언저리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최 부총리의 발언은 금융권 종사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지만 어느 정도 국민의 공감을 얻고 있다.

자본시장을 떠난 지 3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후 필자가 다시 현장에 복귀해 본 모습에 비춰볼 때 최 부총리의 발언은 공감과 반발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권의 경쟁력이 세계 금융시장과 비교하면 구멍가게 수준이어서 국내를 떠나면 종이호랑이인 것은 여전한 것 같다. 하지만 금융권 종사자들을 싸잡아 무조건 억대연봉을 받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솔직히 금융권에서는 억대연봉을 넘어 수십억원을 받는 스타 금융인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현재 금융권 시스템이 우간다 수준보다 못하다고 최 부총리가 지적하고 있지만 실제 금융권은 장수 최고경영자(CEO)가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정도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 대견할 정도다.

은행권도 장수 CEO를 찾기 어렵지만 자본시장은 더 심각하다. 3년이 지나 다시 자본시장에 복귀했지만 예전에 있던 CEO를 보기 어려울 정도다. 심지어 고위직 임원들도 찾기 힘들 정도인데 이만큼 자본시장을 이끌어 온 금융권 종사자들이 대단하다. 억대 연봉을 준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이 같은 국내 자본시장 토양에서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이끄는 로이드 블랭크페인(Lloyd Blankfein) CEO 같은 경영자를 키울 수 있을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블랭크페인 CEO는 월가의 탐욕 대상으로 지탄을 받았다. 당시 그는 연봉 6000달러를 받는 CEO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신용파생 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 사기 혐의로 투자자들에게 1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혔다. 이에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에 5억5000만 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했다.

이러한 사태로 월가의 탐욕의 대상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블랭크페인 CEO는 꿋꿋이 자리를 지켜 골드만삭스를 올 1분기에만 순이익 28억4000만 달러를 내는 세계 굴지의 투자은행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블랭크페인 CEO가 당시 끝까지 정부를 상대로 “잘못한 것이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CEO 목숨이 파리 목숨인 우리나라 자본시장 토양에서 블랭크페인 CEO 같은 경영자가 과연 나올 수 있을까. 결론은 “없다”다.

자본시장 임원들을 만나 보면 한결같은 소리를 한다. ‘수익은 최대한, 그러나 손실이 나면 안 된다’라는 말이다. 근본적으로 자본시장 투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위험 없이는 큰 수익도 없다. 위험을 수반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예금에 넣어 이자를 챙기는 것이 현명하다.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블랭크페인 CEO처럼 뒤에서 책임을 지는 장수 경영자가 있기 때문이다. 몇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단명인 자본시장 CEO를 바라보며 시장이나 정부 당국이 이러한 CEO를 만들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금융개혁의 첫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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