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쇼크 막전막후] ③라이벌들까지 매혹시킨 FT의 성공 비결은?

입력 2015-07-2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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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수의 언론 매체들이 군침을 삼키게 만든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신문업계가 종이신문 발행 부수와 광고 감소로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가운데 일본 경제 일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이 35년치 영업이익을 한 번에 털어넣으면서까지 손에 넣고 싶었던 FT의 성공 노하우에 관심이 집중된다.

FT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구조적인 문제를 안게된 위기의 신문 업계에서 ‘디지털 퍼스트’전략을 유일하게 성공시킨 매체로 손꼽히고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는 FT의 이같은 성공 비결을 분석해 소개했다.

◇도요게이자이는 FT가 고수입, 고학력 독자층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을 가장 먼저 꼽았다. FT는 한 부에 평일은 2.5파운드(약 4500원), 주말판은 3파운드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다른 영국 주요 일간지의 2배 값이다. 가디언의 경우 평일은 1.4파운드, 주말판은 1.8파운드에 판다. 심지어 선(SUN) 등 대중지는 평일 40펜스 정도이고, 심지어 아이(i) 같은 저가 신문은 30펜스에 판매된다.

또한 FT의 월간 정기구독료는 76파운드다. 인터넷판은 프리미엄 콘텐츠를 몇 건이나 읽느냐에 따라 42파운드나 30파운드짜리 상품으로 나뉜다. 한달 구독료치고 결코 낮은 비용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금액을 내고서라도 기꺼이 구독하는 충성도 높은 독자가 많다는 것이 FT만의 강점이다.

FT가 지난 2013년에 1만8000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독자 평균 가구 수입은 약 16만2000파운드(약 3억원)에 이른다. 놀라울 정도로 높다. 영국의 하원의원 연봉은 약 7만 파운드 총리의 수입은 14만 파운드다. 구독자의 48%가 경영진이고, 71%가 글로벌 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또한 79%가 해외 출장을 다닌다.

◇인터넷판 독자가 종이신문 독자보다 많다는 것도 FT 만의 강점이다. FT의 구독 부수는 약 73만부. 이 가운데 약 70%가 인터넷판이다. 종이신문 부수는 약 22만부인데, 종이신문은 여기서 더 줄어도 타격은 없다. 그동안 FT는 종이신문이 없어지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FT의 독자는 영국보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 더 많다. FT의 독자는 국경을 넘어 부유층, 금융 관계자, 일반적으로 지적 정보를 추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FT의 가장 큰 재산은 브랜드다. 한 언론이 실적을 쌓고 독자의 신뢰를 얻고, 팬을 만들어 돈을 내고 보기까지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FT는 이를 127년 동안 쌓아 왔다.

일각에서는 닛케이가 FT를 인수하는데 치른 8억4400만 파운드가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FT라는 브랜드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점을 감안하면 이것도 낮다는 견해도 있다.

◇FT는 새로운 시대에 대처하는 능력에서도 앞선다. ‘디지털 온리’ 시대에 대비한 FT는 일찌감치 인터넷판 구독자 확대에 힘써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미터제의 도입이다. 이 서비스는 초기에 회원에겐 한 달에 기사 30개를 무료로 제공하고 추가는 유료로 서비스했다. 이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반 신문이라면 유료로 전환됐을 때 읽지 않게 되지만 FT의 경우, 경제 정치 해설 기고 칼럼 등을 읽지 않을 수 없는 고부가가치의 콘텐츠로 만들어왔기 때문에 기존 독자들은 거리낌없이 유료 독자로 등록했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FT의 시각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의미다.

◇FT는 빅데이터를 도입해 독자의 니즈를 충분히 반영했다. 독자가 신문 기사를 읽기 위해 돈을 내는 부담은 크다. FT는 이를 감안해 무료 회원 등록 후 유료 독자로 전환하기까지의 동선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빅데이터가 도입됐다. 독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 그동안의 정보 축적에 의해 어떤 독자가 유료 구독자가 되기 쉬운지를 파악했다. 무료 등록을 하거나 뉴스레터 구독을 희망한 사람 중에서 유료로 갈아탈 확률이 높은 사람만을 겨냥해 판촉을 하고 있다.

편집 차원에서도 어떤 속성을 가진 사람이 어느 기사를 언제 읽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독자의 기호에 따라 홈페이지 구성을 변화시켜왔다.

또 한 가지, FT는 자체적으로 디지털 테크놀로지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내에 사이트나 앱 개발, 연구를 위한 특별 팀을 두고 있다. 연구·개발자는 모두 테크놀로지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FT는 라이오넬 바버 편집국장의 지휘 하에 편집과 저널리즘을 디지털화했다. 디지털 경험과 관련 지식이 많은 인력을 고용하는 대신 기존 인력을 감축하고 종이매체와 온라인 편집실을 통합했다. 2014년부터는 본격적인 ‘디지털 퍼스트’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퍼스트의 요점은 전자판에서 종이판을 제작하는 형태로 전환, 인쇄판은 하루에 1판만, 웹 사이트는 항상 업데이트, 데스크와 기자 차원에서는 속보보다 문맥을 중시, 사실 확인 저널리즘을 제공, 편집진은 독자와의 대화를 독려, 독자의 인게이지먼트를 높이고 독자의 요구에 부응할 것 등이다.

독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단문 뉴스 사이트 ‘FastFT’다. FastFT는 PC에서 웹 사이트를 열면 오른쪽에 표시된다. 클릭하면 FastFT화면이 뜬다. 카테고리 다음에 한 줄의 제목이 표시되고, 기사가 출고된 시간이 있고, 그 아래에는 1개 문장, 혹은 1~2개의 단락이 들어간다. 짧지만 대충 기사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여기서 기사를 더 읽고자 하는 경우는 ‘오픈’이라는 탭을 클릭하면 된다.

◇FT는 어디에도 없는 콘넨츠 만들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온라인 유료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선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특종, 독자적인 해설, 사설, 칼럼의 라인 업, 단독 기사, 장문의 기사, 테크놀로지를 접목한 저널리즘(인포그래픽, 풍부한 동영상, 기자의 블로그)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FT는 편집장과 기자, 기업 경영진 등의 인터뷰 내용을 몇 분짜리 동영상으로 만들어 제공한다. 긴 분석 기사를 읽기보다 편집장 스스로가 정리한 몇 분짜리 영상이 보기에 더 편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 등의 전문 분야 기자들과 칼럼니스트의 진단을 팟 캐스트로 제공해 호평을 받고 있다.

그동안 FT의 소유주는 교육 출판 기업인 피어슨이었다. 새 주인인 닛케이가 동업자인 만큼 피어슨보다 더 시너지를 내기 쉬워졌다. 그 한편에선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도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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