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는 이제 어른들의 노래가 됐다.
어쩌다 TV에 나온 사람들치고 ‘맛있어 죽겠고, 멋있어 죽겠고, 웃겨서 죽겠고, 좋아서 죽겠다’는 표정을 짓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 이런 장면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나라면 저거보다 더 웃길 수 있었을 텐데, 더 좋은 리액션, 더 좋은 멘트를 쳤을 텐데…’라고 ‘방송용어’를 날리며...
‘입이 원수’라는 옛말은 ‘눈이 원수’로 바뀌어야지 싶습니다. ‘말조심’보다 ‘눈조심’이 더 필요한 때이니까 말입니다. 며칠 전에 읽은 칼럼 중 한 토막을 옮깁니다.
한마디로, ‘눈이 무슨 죄가 있나! 보이는(보라는) 걸 보았을 뿐인데, 왜 보았다고 꾸짖고 나무라고…, 그것도 모자라 치한이네 변태네 하느냐’는 억울함의 토로입니다.
구약 성경에는...
‘혼빨함멀’. ‘말 줄이기’가 대유행이라서 나도 한번 줄여봤습니다. 수년 전 우리 사회, 아니 전 지구적으로 유행했던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를 줄인 겁니다.
‘혼빨함멀’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유행시켰습니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총투표 수로는 지지를 더 받고도 선거인단이 모자라 대통령이 못 된 그는 환경운동에 뛰어들었고...
“장진호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지난번 미국 방문에서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면서 남긴 기념사는 감동적이었다. “장진호 용사들의 놀라운 투혼 덕분에 10만여 명의 피란민을 구출한 흥남철수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으며, 그때 화물선 메러디스...
자크 아탈리(1943~ )는 ‘유럽의 석학’이자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천재’이며, ‘학력(學力이든 學歷이든)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언제나 1등 할 사람’으로 꼽힌다. 현실 이해력도 탁월해 1990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설립을 주도하고 초대 총재를 지냈으며, 사르코지 대통령 때는 성장촉진위원회 위원장으로 뽑혔다.
‘천재’답게 인문·사회·자연과학을 망라...
밝은 것이 있으면 어두운 것이 있다. 옳은 것이 있으면 그른 것이 있다. 기시감(旣視感)이 있으면 미시감(未視感)이 있다.
기시감은 처음 보는 것을 이미 본 것처럼 느끼는 것이고, 미시감은 이미 본 것을 처음 보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기억상실증과 같은 병증이 원인이다.
기시감은 프랑스어인 ‘데자뷔(deja vu)’를 번역한 말이다. 미시감도 ‘자메뷔(jamais vu)...
며칠 전, 우연히 박새 새끼 여섯 마리의 목숨을 구해 준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썼더니 여러 사람이 관심을 보이며 댓글을 달아줬다. 여태 써 올린 글 중 댓글이 가장 많이 붙었다.
‘고귀한 생명을 구했으니 대단하다’라는 건데, 어떤 친지들은 “박새가 박 씨를 물어와 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제비 다리를 고쳐 주고 팔자(八字)를 고친 흥부처럼 될 거라는 덕담이다....
70을 바라보는 한 선배가 며칠 전 이런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해변 길은 사람이 혼자 걸어가도 쓸쓸해 보이는데, 포메라니안 종(種)이라는 이 개도 그랬던 모양이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흐린 날이었으려나, 아니면 바다 저쪽 노을 붉은 저물녘이었으려나? 누추한 모습으로 한 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가는 개를 보며 선배가 느꼈을 쓸쓸함과 애잔함이 전해왔다....
라사냐, 스파게티, 후추스테이크, 양파샌드위치, 두부조림, 꽁치김치찌개, 육개장, 미역국, 카레라이스. 나는 이 음식들은 만들 수 있다. 다른 이들에게 먹여 보았다. 맛있다고 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노란색 기장과 흑미 섞은 쌀밥은 기본이고, 베이글과 잉글리시 머핀에 계란프라이, 치즈, 햄 따위를 끼워 넣은 샌드위치도 뚝딱뚝딱 그냥 만든다.
TV에서 ‘집밥...
“여성호르몬이 많이 나와서 그런 거예요. 매사에 소심해지고….”
몇 주 전 빨강, 보라 꽃이 심긴 화분 두 개를 사고는 “난생 처음 꽃을 샀다. 키우고 싶어졌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이런 댓글이 붙었습니다. 그 댓글에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라고 답글을 달았습니다.
화분을 햇볕이 내리쬐는 곳으로 내놓으면서 답글을 고치고...
대화나 논쟁 중 한 쪽이 “너는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있어”라고 말한다면 그 순간 대화나 논쟁은 끝난다. “너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이야”라는 사람은 귀를 막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과 무슨 대화를 더 하겠는가. “너야말로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있군”이라고 대꾸할 순 있겠지만, 허공에 던지는 무의미한 부메랑일 뿐이다. 대화를 끝내는...
요 며칠, ‘희랍인 조르바’를 쓴 그리스의 위대한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를 생각하며 지냈다. 그의 글 몇 줄이 요즘 우리나라 풍경과 그것 뒤에 숨은 우리들의 감정과 겹쳐서이다.
그의 회고록 ‘영혼의 자서전’에서 내 눈길을 오래 잡은 구절이다. 슬픔은 울어서 덜어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깊이 간직해야 할 슬픔도 있다는 걸 이 구절을 보고 알았다....
‘의인법(擬人法)’과 ‘의충법(擬蟲法)’이 넘쳐난다.
먼저, ‘의인법의 범람’. ‘대세 아이돌 걸그룹’ 멤버 하나가 강아지를 데리고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다. 성격이 어떠냐고 묻는 MC(여자)에게 “얘는 귀엽지만 앙칼져요. 낯도 엄청 가려요”라고 대답한다. MC가 “예쁘다”고 하자 “얘, 이모가 너 예쁘댄다”라며 쓰다듬는다. MC는 개 이모가 된 게 아무렇지도...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제124차 이사회를 열어 정숭호 전 한국일보 편집부국장(64)을 새 독자불만처리위원으로 위촉했다고 2일 밝혔다.
정숭호 신임 위원은 서강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1978년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해 2002년까지 한국일보 경제부장과 사회부장, 편집부국장 등을 역임했다. 2013~2014년에는 뉴시스 논설고문을, 2015~2016년까지...
단어 ‘세뇌(洗腦)’는 마오쩌둥이 처음 썼다. ‘반동적 제국주의 사고방식’을 사회주의 중국에 적합한 ‘정의롭고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6·25전쟁 발발 석 달 뒤인 1950년 9월 미국의 한 기자-CIA 요원이라는 의심도 받은-가 ‘북한군이 포로로 잡은 미군들에게 공산주의 사상을 비인간적으로 집중 반복 주입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랙 스완(Black Swan)이 된 것은 한참 전이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은 물론 우리 언론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일어나지 않고, 트럼프도 미국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둘 다 일어날 수 없는 일로 보았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브렉시트를 택했고, 미국인들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검은 백조가 나타난...
명절이니 가족들이 모이겠지요. 이번에도 ‘뒷담화’가 넘치겠어요. 더군다나 정치의 계절이니!
‘뒷담화’라는 단어가 언제 언중(言衆)에게서 사용 승인을 받아 늙은이, 젊은이(중고교 학생들도 포함),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방송-물론 주로 종편-과 신문에까지 등장하게 됐는지 아세요? 아마도 ‘뒷다마’라는 격 떨어지는 단어가 ‘뒷담화’...
‘미움 받을 용기’ 알아?
“재작년에 나온 책 이름이지. 일본 사람 둘이 쓴 거잖아. 한 명은 철학자, 한 명은 저술가. 우리나라에서만 100만 부쯤 팔렸다던데, 작년에는 2부도 나왔지. 그런데 왜?”
읽어봤어?
“아니. 제목만 봐도 내용이 짐작되는데 굳이 읽어봐야 하나?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소리 들으려 하지 마라. 남의 눈치 보지 마라. 그게 행복의 열쇠다.’ 이런...
새해 덕담으로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제일이지 싶어요. “건강하세요”나 “부자 되세요”도 인기 덕담이지만, ‘식구들 모두 두루두루 화평하면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될지니’라는 의미의 ‘가화만사성’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가화’만 되면 ‘만사성’이라는데, ‘건강’과 ‘부’는 만사의 가장 앞쪽인 1, 2위는 못 차지해도 최소한 5위 안에는 들지...
케이크 같은 먹을 것을 사이좋게 나눠 먹으라는 말을 들은 두 아이는 어떻게 자르고,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를 안다. 한 명이 자르면 다른 아이는 고르는 것이다. 자르는 아이는 어느 한쪽을 조금이라도 크게 자르면 친구가 그걸 고를 것을 알기 때문에 가능한 한 똑같은 크기로-공정하고 공평하게-자르려고 한다.
고르는 아이 역시 한 번 고르면 바꿀 수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