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시간은 짧았지만 고통과 고뇌의 시간은 길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퇴임사에서 비통하게 한 말이다. 1993년 취임 초기에 절대적인 인기와 지지를 받았던 대통령이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어 물러났으니 고통과 고뇌가 컸을 것이다.
그러면 다른 전직 대통령들은 고통과 고뇌 없이 행복하거나 행복했던가? 우리에게는 왜 행복한 전직 대통령이 없는...
올해 제17회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주 런던 로열 페스티벌 홀 공연은 2500석이 매진됐다. 국내에서는 앨범을 사려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고, 내년 2월로 예정된 콘서트가 일찌감치 매진됐다.
지난 주말 KBS 1TV를 통해 그의 연주를 보는 것은 즐거웠다. 음악을 모르는 사람도 누구나 조성진이 멋있고 예쁘다고...
이회창 전 국무총리는 대통령선거에 몇 번 나왔을까? 한나라당 후보로 두 번, 무소속으로 한 번, 도합 세 번 나왔다. 1997년 15대 김대중, 2002년 16대 노무현, 2007년 17대 이명박이 각각 당선된 선거였다. 왜 이런 걸 묻느냐고? 2007년 대선 청문회에서 이회창 후보가 틀린 대답을 했던 게 기억나서다. 대선에 두 번 나왔다는 그에게 두 번이 아니라 세 번이라고 누가(아나운서?)...
태종이 화살로 노루를 쏘다가 말이 쓰러지는 바람에 땅에 떨어졌다. 다치지는 않았지만 창피했던지 “사관(史官)이 알게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태종 4년(1404) 2월 8일의 실록에는 왕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까지 기록돼 있다.
성종 16년(1485), 시장 이전계획에 반대하는 상인들이 언문으로 투서를 해 영의정 윤필상 등을 비난했다. 관리들의 잇속을 챙기는 조치라는...
여경들이 화제다. 아무도 잡지 못했던 절도범을 끈질긴 노력 끝에 검거하고, 자살하려는 사람을 끌어안아 살렸다. 남자 경찰관들과 다른 모습으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여경들의 활약이 감명 깊고 흐뭇하다.
부산 중부경찰서 남포지구대 차민설 순경은 2주일 전 자갈치시장 안벽(岸壁)에서 “아들이 세상을 떠나 살기 싫다”는...
독일 목사 마르틴 니묄러(1892~1984)는 1차 세계대전 중 U보트의 함장이었다. 그러나 전후에는 성직자가 되어 나치의 종교정책에 저항하다가 8년간 강제 수용소에서 옥살이를 했다. 2차 세계대전 후 동서 독일의 통일을 주장하며 평화운동을 한 그는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라는 시로 잘 알려진 사람이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나는 침묵했지/나는...
터키 시인 오르한 웰리 카늑(1914~1950)은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술 취해 이스탄불의 맨홀에 빠져 숨진 사람이다. 그의 시 ‘이스탄불을 듣는다’의 마지막 연은 ‘이스탄불을 듣는다. 두 눈을 감고서/한 마리 새는 그대 치마 위에 파닥거리고/그대 이마의 따스함과/그대 입술의 촉촉함을 나는 안다/피스타치오 나무 뒤로 하얀 달은 떠오르고/나는 안다. 두근거리는 그대...
우리말 표기는 참 어렵다. 맞춤법 띄어쓰기를 열심히 익히고는 있지만 여전히 자신이 없다. 가령 첫사랑 첫발 첫눈 첫인상 이런 것들은 다 붙여 쓴다. 하나의 단어로 굳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빈자리 빈집 빈산 빈손 빈숲 빈칸 빈주먹 빈껍데기도 붙여서 쓴다. 그러나 빈 몸, 빈 수레, 빈 의자는 띄어 써야 한다.
비어 있어 뭔가를 채워야 제 모습을 얻게 된다는 뜻일...
조훈현과 조치훈은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기사들이다. 두 천재는 바둑의 변방이었던 한국을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예순이 넘은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훈현은 9세 입단에 통산 160회 우승, 국내 타이틀 세 차례 전관왕 등 깨지지 않는 기록의 보유자다. 바둑황제, 전신(戰神), 화염방사기, 조제비로 불리는 그의 바둑을 ‘부드러운 바람, 빠른 창’...
예쁘다와 이쁘다는 원래 다른 말이 아닐까? 예쁘다가 외모에 관한 것이라면 이쁘다는 언행과 태도에 관한 형용이 아닐까? 물론 예쁘다에도 그런 뜻이 있지만 언행과 태도에 관한 형용은 따로 발전해 독자적 단어가 된 게 아닐까?
국립국어원이 “이쁘다는 예쁘다의 잘못이다. 그러나 많이 쓰고 있으니 표준어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말이 그래서...
금년 봄에도 ‘봄날은 간다’를 꽤나 많이 불렀다. 봄은 해마다 오고 해마다 가는데, 나이 들수록 ‘봄날’과 ‘간다’는 언어의 조합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내 노래가 나아지지 않는 것뿐이다.
1953년 발표된 손로원(시원) 작사, 박시춘 작곡 ‘봄날은 간다’는 우리 가요의 최고봉이다. 백설희에서 시작해 내로라하는 가수들 모두 이 노래를...
그런데 그 글이 어디에 쓰는 건지도 모르고 베껴 먹다 낭패를 당하는 경우는 더 우습지 않을까. 슬갑을 여성의 속곳이라고 쓴 어느 여교수의 칼럼이 퍼지고 번져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니 참 우스운 일이다. 슬갑을 한자로 膝匣이라 쓴 곳도 있어 헷갈린다. 숙종실록엔 그렇게 돼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례적으로 8~10일 사흘간 개최된다. 그러나 기간은 늘었지만 그의 성향이나 지금까지의 국회 답변 태도 등으로 미루어 정말 맥 빠지는 청문회가 될 것 같다.
박 대통령이 고르고 고른 인물이지만 그가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기는 어렵다고 본다. 시대의 요구와 감성에 맞지 않는다. 국무총리라는 자리에 어울리는 품과...
공병호 경영연구소장 공병호씨는 18일 이투데이 칼럼을 통해 독문학자 전영애씨의 에세이집 ‘인생을 배우다’를 소개하면서 전씨가 독일에 사는 동안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전씨는 허드렛일처럼 여겨지는 일이라도 “수고하십니다”라고 인사를 하면 독일인들이 “괜찮아요. 이건 제 일인 걸요”라고 대답하곤 했다고 썼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자기 일이...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이트를 보면 ‘이완구, 미래의 다른 이름’이라는 문구가 먼저 나온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보네’ 하는 인상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점 때문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견제하려고 ‘성완종 제거’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는 의심을 받은 것일까. 이어 ‘누구나 갈 수 없는 길을 걸어왔기에 아무나 갈 수 없는 길을 엽니다’라고 돼 있다. 참 딱하다....
지난해 이맘때 우리 사회에는 세월호가 없었다. 청명, 한식이었던 토, 일요일을 거치고 맞은 4월 7일 월요일은 신문의 날일 뿐이었다. 언론인들에게는 그랬다. 보건의료계 사람들에게는 보건의 날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9일이 지나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4월은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는 빛나는 꿈의 계절’이 아니요, 접동새...
봄은 보얗다. 그리고 보드랍다. 봄은 이제 보는 곳마다 와 있다. 봄이 ‘보다’라는 동사에서 나왔다는 말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지만, 남녘을 찾아간 나그네는 그렇게 믿고 싶어진다. 이 소생과 부활의 계절에 모든 생명에 물이 오르고 움과 싹이 돋고 꽃이 피고 있다.
구례 화엄사 뒷산에 서 있는 백매 홍매와 이우는 동백은 파란 하늘과 함께 청백적홍 네 가지 색을...
‘살아 있는 포크의 전설’ 밥 딜런(74)이 최근에 내놓은 서른여섯 번째 앨범(Shadows in the night)은 프랭크 시나트라가 불렀던 재즈 스탠더드와 스탠더드 팝을 재해석한 곡들로 구성돼 있다. 1950~60년대의 인기 가요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시나트라를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시나트라는 청중을 ‘향해’ 노래하는 게 아니라 청중‘에게’ 노래하는 가수였다....
박근혜 정부가 25일로 한 살 더 먹는다. 5년 임기에서 3년차로 접어드는 해다. 인명이 100세 시대라니 정부의 나이를 대입하면 박근혜 정부는 60대가 된 셈이다. 예순을 가리키는 이순(耳順)은 경청과 순응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세상을 폭넓게 판단하고, 무리 없고 신중하게 처신하라는 뜻을 담은 말일 것이다.
환갑에 국정 최고 책임자가 된 박 대통령은 이번 설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은 표지가 단순하다. 재임연도 2008~2013이라는 표기와 걸어가는 모습이 전부다. 이 전 대통령은 걸어가면서 왼쪽의 누군가를 보며 웃고 있다. 왜 이런 사진을 썼을까. 그 자신을 근엄하게 돋우는 근영(近影)도 아니고 여러 사람과 어울린 행복한 장면도 아니다.
굳이 이 사진을 쓴 것은 늘 바쁘게 움직이면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