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전월세대책]“부족한 세금 집주인에 걷겠다고?” 주택시장 찬물

입력 2014-03-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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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임대차 선진화 방안인가

정부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회복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선진화 방안의 핵심은 집주인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에 있다.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차인에게 세액공제를 통한 혜택을 주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부족한 세금을 집주인에게서 걷어내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집주인들은 그동안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월세를 주고 매달 월세 수입을 받으면서도 굳이 세무서에 신고를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건축물대장에 등재된 개인 소유 주택수를 발표한 ‘2012년 개인별 주택소유 통계’를 살펴보면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개인은 전국 1195만8000명이고 이 중 2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총 136만5000명이나 된다. 하지만 실제 매입임대사업자 등록자는 약 4만5000명에 머물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2년 주택 임대소득 자진신고자가 8만3000여명으로 다주택자의 6%에 불과하다.

만약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강화 방침이 현실화된다면 집주인의 임대 현황이 투명하게 드러나 세금을 피할 길이 없어진다. 현재 집주인들은 연소득 1200만원(과세표준 기준)이 안 되면 6%의 세율을 적용받고 있는데, 임대수입에 대해 14%의 단일세율을 적용키로 하면서 영세 임대사업자들은 오히려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특히 임대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국세청에 적발되면 내지 않은 세금에 최대 20%의 가산세를 붙여 납부해야 하니, 임대인이나 다주택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실제로 주택시장은 임대차 선진화 방안 발표 직후 상당한 파장이 일었다.

서울시 강남구 N공인 관계자는 “임대차 선진화 방안 이후 주로 다주택자, 집주인들의 문의가 줄을 이었다”며 “집을 계속 가지고 있어도 되는지 걱정하는 분들이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다만 성급하게 집을 매도하거나 집값이 하락하는 움직임은 감지하기 어려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임대차 방안 발표가 이뤄진 2월 마지막 주(22~28일) 아파트 매매시장은 △서울 0.13% △1?2기 신도시 0.03% △수도권 0.02% 등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은 지난 2009년 9월 첫째 주(0.14%) 이후 가장 높은 주간 변동률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시장의 반응을 살피기에 시기적으로 이를 뿐, 머지않아 이번 방안이 주택임대 시장의 선순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정부 방향대로라면 민간의 임대주택 투자가 위축돼 공급이 줄어들고 주택거래시장도 냉각될 게 뻔하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지 정확히 일주일 만에 ‘보완대책’을 꺼내들었다. 보완대책에는 2주택 이하 보유자이면서 연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영세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향후 2년간 비과세한 뒤 2016년부터 분리과세로 전환키로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소규모 임대자의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향후 2년간 비과세하는 점을 감안해 과거분 소득에 대해서도 세정상 배려키로 했다. 정부는 또 임대업에 필요한 경비도 공제해 주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가 매년 국세청에 확정일자 등 임대차 정보를 제공해 과세자료로 활용키로 한 방안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오히려 정부가 졸속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보완책으로 꺼내든 ‘2년간 비과세’로 임대사업자들의 숨통이 트였지만 ‘2가구 이하 비과세’ 같은 좀더 강력한 카드가 나오지 않은 것이 아쉽다”면서 “결과적으로 이번 정부의 방안은 임대시장의 큰 축이 돼야 할 민간주택임대의 진입장벽을 오히려 높이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국민들의 재산권과 생존권이 걸려 있기 때문에 가장 섬세하고 신중해야 할 주택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화가 난다”며 “대책을 내놓은 지 일주일 만에 보완대책을 또 꺼냄으로써 정부는 스스로 졸속 행정을 펼쳤음을 증명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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