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라는 이름의 정책] 언어장벽에 10명중 7명 학교밖 내몰려

입력 2014-01-06 10:27 수정 2014-01-0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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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2세들이 말하는 편견의 굴레… 상급학교 갈수록 진학률 뚝

올해로 20살을 넘긴 다문화 가족 2세들. 우리 국민인 이들은 학교, 친구, 사회 등 어디에서도 이웃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들에 대한 통계, 취업현황 등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 줄 수 있는 정부 정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다문화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기 전 다문화 2세들은 한국어 교육 등 정부의 정착 지원 프로그램 혜택을 받지 못했다.

언어장벽에 따른 중·고교 교과과정을 따라갈 수 없어 일반 고교가 아닌 대안학교를 찾아 전국을 떠돈다. 열 명 중 세 명만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고교를 졸업해도 사회적 편견 등으로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특히 정부의 다문화 가족 지원 대상에 소급되지 못한 20살(1994년 이전 출생자)이 넘은 2세들에게는 대학 진학과 취업은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여겨진다.

다문화 2세, 그들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정부의 견고하지 못한 다문화 정책을 바라봤다.

◇샤마리 “마미는 나를 ‘깜순이’로 부른다”

내 이름은 샤마리(29·여·가명). 어릴 적 별명이 ‘깜순이’다. 엄마와 할머니 모두 그렇게 불렀다. 세상 밖의 차가운 시선에 당당하게 맞서라며 가족이 붙여줬다. 아프리카계 아빠를 뒀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까맣다고 놀림을 많이 당했다. 집에서 TV를 보다가 흑인이 나오면 할머니와 엄마는 ‘깜순이’ ,‘연탄’이라고 말하고, 아빠는 “야, 너희 언니 나온다”고 짓궂게 얘기한다. 그런 얘기를 듣는 데에 익숙해지라고, 가족들은 나를 강하게 키웠다.

나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지 오래지만 취업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노래를 좋아한 까닭에 음악인의 길을 걷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가 “아프리카 너희 나라로 가”라고 내게 말했다.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내게 그 말은 비수였다.

마미는 그 친구의 못남을 지적하며 부당함을 참지 말라고 나를 되레 야단쳤다. 나는 친구와 싸웠고, 친구들은 그런 나의 모습을 봤다. 그후로는 나를 놀리는 친구는 없었다.

마미는 무조건 내 편이다. 마미는 매니저처럼 항상 나와 함께 다닌다. 유독 서로를 의지하게 된 한 가지 사건이 있었다. 2002년 고등학생 당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술에 취한 아저씨 3명이 나를 보며 말했다. “저 년도 미국년이잖아. 깔아 죽여야 돼.” 한창 ‘미선이 효순이 장갑차 사건’으로 반미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였다. 몸이 벌벌 떨렸고, 너무 무서워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내가 왜 죽어야 해. 나는 미국인도 아니잖아.’ 하지만 두려운 나머지 이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그날 이후 마미는 5분 간격으로 내게 전화한다. “괜찮니?”하고.

◇나카무라 “음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나는 올해 20살 나카무라 겐고, 대학 1학년생이다. 힙합과 랩을 좋아한다. 한국, 미국, 일본의 가치가 융화된 우리 집은 문화 용광로다. 여행업을 하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파나마시티에서 태어났다. 파나마, 미국, 일본 생활을 하고 초등학교 1학년부터 잠실에서 살고 있다.

다문화 가정이라고 해서 일반 한국 국민들과 다르지 않다.

7살에 한국에 왔을 땐 다문화 관련 프로그램이 전무했다. 어릴 적 사용 단어가 부족해 학교수업을 듣는 데 지장이 있었다. 자연히 공부와는 멀어졌다. 큰형과 작은형도 마찬가지다. 우리 형제들이 모두 미술, 음악 계열을 선택한 이유다.

어머니도 한국에 처음 오셨을 때는 한국말을 잘 못하셨다. 어렴풋이 기억난다. 4살 위 큰형은 학교에서, 한국에서 적응하기 힘들었다. 한국말을 못해 자주 놀림을 받았다. 매일 학교에서 싸우고 집에 들어왔던 형이 기억난다. 한번은 큰형의 초등학교 도덕시간에 어머니를 불러 학교에서 학부모 참관수업을 했다. 참관수업의 주제는 학생들이 편지 형식으로 일본이 잘못한 점을 적고, 그런 일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당시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떨궜다.

◇언어장벽에 가로막힌 2세들의 꿈

우즈베키스탄에서 와 대안학교에 진학한 말리카(20·여·가명)씨의 꿈은 의사였지만 언어 때문에 포기했고, 작년에 대안학교를 졸업한 김청경(20·가명)씨는 하고 싶었던 자동차정비사 대신 동대문에서 하루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취업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안학교를 찾아 전국을 떠도는 다문화 2세의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교육부가 2010년에 조사한 다문화 2세의 진학률을 보면 초등학교 취학률은 85%이지만 중학교로 올라가면 60%, 고등학교에 이르면 30%대로 급락한다. 다문화 2세의 상급학교 진학률이 낮은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 등도 있지만 언어적 문제가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다문화 2세대들은 취업과는 동떨어진 채 사회에 융화되지 못하면서 사회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자스민 의원은 “다문화 가정 사람들은 일자리가 뭐가 있는지 잘 모른다”며 “같은 스펙과 조건을 가졌다면 100% 한국인을 뽑을 것이다. 이 핸디캡이 있기 때문에 똑같이 바라보면 안 되며 나라에서 지원하고 받쳐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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