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가장한 ‘탈세’…간판만 ‘기업부설연구소’ 2006곳 퇴출 [기업부설硏, 탈세 판도라]

입력 2024-06-19 05:00 수정 2024-06-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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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혜택 받으려 연구소 인증 신청 쇄도
허위 연구원 등록ㆍ부정 설립 기업 급증
신기협, 사후관리 통해 직권 취소 건수↑

기업의 연구개발(R&D)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기업부설연구소가 ‘탈세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업부설연구소의 인정 요건이 느슨하고, 연구개발을 점검하는 사후관리책도 부실한 탓이다.

18일 본지 취재 결과, 지난해 기업들이 설립한 기업부설연구소 약 2006곳이 설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퇴출됐다. 기업부설연구소와 연구개발전담부서는 과학기술 분야와 서비스 분야의 연구개발을 위해 다양한 혜택을 지원하는 제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정하며, 관련 업무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가 위탁 수행하고 있다.

기업부설연구소로 인정되면 연구 및 인력개발비에 대한 25%의 세액공제와 설비투자에 대한 10%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구목적의 부동산에 대한 지방세가 면제된다. 산업 연구 기술 및 개발용품에 대한 연구 목적으로 수입한 물품이 있을 경우 80%까지 관세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에 연구개발을 실질적으로 하지 않는 기업도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제도 신청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산기협에 따르면 지난해 인정 취소된 기업부설연구소는 총 5827개다. 이 중 2006개는 요건 미충족으로 인해 취소됐다. 이는 기업의 자진취소 건이 아닌, 산기협 사후관리에 따른 직권 취소 건이다. 2023년 기업부설연구소는 4만4086개다. 5122개가 신규 인정됐지만 5827개가 인정 취소돼 순증감만 따졌을 땐 ‘마이너스’다. 2022년 연구소 수는 4만4811개다. 신규 인정 건수는 5652개, 인정 취소 건수는 4908개다.

연구시설이 취소되는 사유는 △연구소·전담부서의 폐쇄 또는 휴업 사실이 확인된 경우 △인정요건에 미달하거나 장기간 변경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연구개발 활동이 없거나 연구개발 수행 능력이 없는 경우 △허위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설립·변경신고를 한 경우 등이다.

기업들은 특히 ‘인적 요건’에 해당하는 연구 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법령에 따라 기업부설연구소는 연구전담요원을 최소 2명 이상 갖춰야 한다. 중기업 및 해외소재 연구소는 5명, 중견기업은 7명, 대기업은 10명 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연구소 인력이 퇴사·이직한다면 인적 요건을 더이상 충족시킬 수 없어 취소 단계를 밟아야 하는 거다. 특히 소기업은 창업일 이후 3년까지 최소 인원 2명을 유지하면 되지만, 이후에는 한 명의 연구 인력을 더 충원해 3명을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허위로 연구원을 등록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타업무를 맡던 직원을 연구원으로 제출한 후 기업부설연구소를 세우는 경우다. 기업부설연구소를 운영하는 업계 관계자 A씨는 “소규모 기업의 경우 인력 문제 때문에 일반 직원을 연구원으로 돌리기도 하더라”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업부설연구소를 세운 기업 중 중소기업의 비율은 약 98%였다.

산기협은 사후관리를 위해 연구소 및 전담 부서에 인정취소 관련 청문을 실시하고 있다. 총 5명의 청문요원이 수시로 연구소 설립 준수 사항을 확인하고 있다. 다만, 올해 5월 기준 8만230개에 달하는 연구시설(연구소 및 전담 부서)을 한정된 청문 인력으로 모니터링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산기협 관계자는 “경제 불확실성 장기화에 따른 기업 R&D 위축이 연구소 취소에 영향을 미쳤다”며 “과기정통부와 현지 실사를 통해 연구소 인정 요건이 맞는지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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