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소비자심리지수 ‘미스터리’-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입력 2013-11-20 10:49 수정 2013-11-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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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서 소비 위축 현상은 이미 고질병이 되어 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펴낸 ‘민간소비 수준에 대한 평가: 소득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소득 비중이 하락하는 추세가 OECD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이것이 민간 소비 위축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지표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월의 102보다 4포인트 오른 106을 기록, 지난해 5월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한다. 100보다 높을수록 소비자들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본다는 뜻이며, 100보다 낮을수록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13년 들어서 계속해서 100을 넘었다. 이 지표가 가리키는 대로라면 올해 들어 계속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추세가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째서 소비자심리지수의 개선이 현실의 소비 증가로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소비자심리지수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현재의 상황과 향후의 전망을 소비자들에게 물어보고 그 응답 결과를 수치로 환산해서 지수화한다. 설문의 범주는 아홉 가지 항목으로 나뉘는데, 현재 생활형편, 생활형편 전망, 가계수입 전망, 현재 경기 판단, 향후 경기 전망, 취업기회 전망, 물가수준 전망, 금리수준 전망이다. 각 항목별 지수를 먼저 산출한 뒤, 각 항목에 가중치를 두어 합산 평균을 낸 것이 최종적인 소비자심리지수다.

그런데 각 항목별 지수를 살펴보면 물가수준 전망 한 항목을 제외하고는 모든 수치가 전체 소비자심리지수보다 낮게 나오고 있고, 100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거의 모든 항목이 100이 안 되는, 다시 말해서 현재 상황이나 앞으로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홉 개 항목 가운데 물가수준 전망 한 항목만이 10월 기준으로 145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게 나타난다. 소비자들이 향후 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전체 소비자심리지수를 100 위쪽으로 끌어올려 왔던 것이다.

이처럼 물가수준 전망이 지속적으로 높게 나오는 것은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현재의 체감 물가 수준을 반영하는 측면이 강하다. 즉, 지금 소득에 비해 물가 수준이 높다고 느끼고 있어서 소비자들이 이것을 미래에 투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물가수준 전망이 계속 높게 나타나는 것은 현재의 고물가 부담을 반영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현재 생활형편이나 가계수입 전망, 향후 경기전망 등 실제로 소비자들의 소비여력이 늘어날 것으로 볼 수 있는 항목들은 모두 부정적인데 물가수준 전망만 높아진다는 것은 무얼 의미할까. 이는 소비자들이 소비할 여력은 없는데 물가 부담만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이다. 소비자심리지수의 세부 내용이 이렇다면, 당연히 소비 지출이 증가하기보다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것이 실제로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소비자심리지수의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가 말해주는 것과 정반대의 현실이 나타난다. 이를 발표한 한국은행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은행이든 이를 인용하는 언론보도든 ‘소비자심리지수가 개선돼 향후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만 되뇌고 있다. 지면의 한계로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으나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정부는 통계의 의미를 무슨 이유에서인지 늘 낙관적으로 포장하고, 언론은 아무 검증 없이 앵무새처럼 읊어댄다. 이를 바로잡아 주는 독립적인 전문기관도 드물다. 이런 식이니 정부든 언론이든 국민이든 경제 현실을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그러니 제대로 된 대책도 나올 리 만무하다. 경제를 살리고 싶거든 제발 통계부터 제대로 만들고, 정직하게 발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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