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바꾼 리더십]삼성 이건희 회장의 혁신 그리고 1등주의

입력 2013-10-0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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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00년 기업 DNA는 인재경영·과감한 투자

#삼성과 현대차, LG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은 창업주에 이어 2세 경영의 황금기를 맞고 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2000년대 말 금융위기를 거치며 탄탄한 경쟁력과 지속성장이 가능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은 갖은 풍파를 이겨내며 위기상황이 닥칠 때마다 총수를 중심으로 한 리더십이 발휘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의 발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 등이 위기 속에서 기업을 건져냈고 한국 경제의 주춧돌로 성장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본지는 창간 3주년을 기념해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기업 오너 경영인들의 리더십 색깔을 조명하고 각 기업의 특성을 분석해 연재한다.

삼성의 시작은 193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주인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이 현 삼성물산의 전신인 삼성상회를 세웠고, 지금의 삼성그룹의 모태가 됐다. 당시 자본금 3만원으로 출발한 삼성은 현재 수백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은 창립 이후 반세기를 넘는 동안 나라 경제의 커다란 축을 담당하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제2의 도약은 2세 경영에 나선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에서 출발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20년 전 ‘신경영 선언’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삼성은 국내 1등이 아닌 글로벌 100년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그룹 전반에는 여전히 혁신에 대한 주문과 위기에 대한 대응, 그리고 도전의식이 살아있다.

삼성이 20년 만에 급격하게 성장하고 전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같은 혁신과 1등주의가 강조됐기 때문이다.

◇위기 맞으면 더 성장한다… 상식을 깬 경영행보 = 창립 75주년을 맞은 삼성그룹은 재계의 이슈를 넘어 이제 학계와 경제계 전반에서도 이들의 눈부신 성과와 발전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단순한 기업을 넘어 우리나라 경제의 커다란 획을 이어온 기업답게 과감한 혁신과 1등주의로 대변되는 삼성그룹의 역할은 글로벌 기업들의 지속성장동력의 ‘지침서’로 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의 중심에는 이건희 회장의 혁신 리더십이 존재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아이폰 혁신’을 시작으로 글로벌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전환되자 삼성은 후발주자로 밀려났다. 노키아에 이어 글로벌 휴대폰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삼성전자는 한순간에 시대에 뒤처진 업체라는 굴욕을 겪었다.

그러나 불과 3년 뒤인 2010년 삼성전자는 ‘갤럭시S’를 내놓고 역습의 계기를 만든 데 이어 갤럭시S2와 갤럭시S3가 연이은 히트를 기록했다. 특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가세하면서 2012년 하반기 숙적이던 애플을 뛰어넘고 글로벌 1위로 올라섰다.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만들어낸 흔치 않은 사례다.

반면, 노키아, 모토로라, 블랙베리 등 과거 맹주들은 아이폰 쇼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노키아와 모토롤라의 휴대폰 사업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에 매각됐으며, 블랙베리 역시 페어팩스금융지주가 이끄는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특히 지난달 23일 발표된 블랙베리 매각은 충격적이다. 매각 대금은 불과 47억 달러(약 5조원). 지난 2008년 830억 달러(89조원)에 달했던 블랙베리의 몸값(주식 시가총액)은 5년 만에 20분의 1로 폭락한 셈이다. 블랙베리는 지난 1999년 혜성처럼 등장해 북미시장을 장악했으나 더 나은 혁신에 실패하면서 특허만 남긴 채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했다. 토스텐 하인스 블랙베리 CEO는 올 1월 뉴욕에서 신제품인 ‘블랙베리 10’발표하면서 “블랙베리가 ‘죽음의 나선’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결국 공염불로 끝났다.

‘갤럭시 신화’의 근원에는 이건희 회장의 1등주의가 담겨있다. 스마트폰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배경에는 임직원들의 머릿속에 살아 숨쉬는 도전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역사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품질 제일주의’가 도전 의식의 불씨가 됐다. 이건희 회장이 20년 전 “불량은 암(癌)과 같다”며 불량 휴대폰을 모아놓고 대규모 화형식을 치른 것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사건이다.

◇그룹 매출 300조 돌파… 제2의 도약 준비 나서 = 이건희 회장 취임 당시 10조원에 못 미치던 그룹 매출은 3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변화와 혁신’을 기치로 그룹을 발전시켜오며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후인 1990년대 들어 그룹의 주요 사업체를 분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1991년 신세계와 전주제지, 1993년 제일제당(현 CJ)을 분리하면서 리더십의 영역을 정리했다. 이후 삼성은 전자중공업화학 등의 핵심 사업군과 이를 뒷받침할 금융정보 서비스 사업으로 구조를 전면 개편하고 일류기업을 향한 도전의 돛을 올렸다. 취임 직후 그룹을 정비한 이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그룹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어 과감한 혁신을 끊임없이 주문했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주창한 신경영 혁신은 그룹의 경영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경영혁신 운동의 시작이었다. 당시 이 회장은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된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라는 이 회장의 신(新)경영 선언과 함께 그룹의 체질 개선이 본격화됐다. 삼성의 변화와 혁신을 가능케 한 동력은 반도체 사업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회장직을 이어받기 전인 1974년, 한국 반도체가 파산에 직면하자 사재를 털어 인수했다.

경영진의 반대에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이 회장의 판단은 옳았다. 1992년 삼성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64메가 D램을 개발하면서 반도체 강자가 됐다. 이후에도 20년 동안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 번도 글로벌 1위를 내주지 않고 있다.

삼성의 빠른 성장과 발전의 뒤에는 늘 ‘이건희 리더십’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이 회장의 인재중심의 경영, 과감한 투자와 발빠른 조직 등이 성공의 키워드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은 이 같은 힘을 바탕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연달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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