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회장이 STX조선해양 대표직을 사임하면서 STX그룹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해양은 9일 오후 2시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 경영진추천위원회가 의결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과 류정형 STX조선 부사장의 등기이사 선임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그 동안 채권단은 경영악화에 따른 책임을 강 회장이 책임져야 한다며 사임을 종용해 왔다. 앞으로 채권단은 강 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배제하고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채권단은 강 회장에게 STX조선 뿐 아니라 자율협약으로 분류된 STX중공업과 STX엔진 등 다른 계열사도 손을 떼야 한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 문제는) 채권단과 공식적으로 논의해봐야 한다”며 “주채권은행이라고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STX 구조조정이 산은의 의도대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먼저 STX조선을 이끌게 된 박 신임 대표가 직원들과 화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가 몸 담았던 대우조선은 STX조선과 관계가 매끄럽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후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대우조선 인사들이 STX조선을 두고 ‘저가 수주로 업계의 물을 다 흐려놓고 다녔다’고 험담을 하곤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STX조선 임직원들이 박 대표를 얼마나 잘 따를지 의문스럽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포스텍의 구조조정도 변수다. 강 회장이 87%의 지분을 보유한 포스텍은 STX 구조조정의 큰 틀에서 보면 작은 부분이지만 강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유지시킨 사실상의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산은은 포스텍의 자율협약이 통과되면 계열사, 특히 STX조선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포스텍에 계열사의 거래 물량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텍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산은이 ‘거래 단절’을 강행할 경우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계열사 거래가 끊기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상실되는 포스텍은 계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