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말]NLL 망동은 그만, 동북아 구상 내놓아라

입력 2013-07-09 13:24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전 청와대 정책실장

많은 국민이 안다. NLL(북방한계선) 문제의 본질은 NLL이 아니다. 두 정당 간의 싸움 그 자체다. 즉 자나 깨나 상대방 욕이나 하는 정치에 우연히 걸려든 게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고 또 NLL 이슈다.

우리 정치가 이 모양 이 꼴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정에 대한 제대로 된 그림 하나 없이 상대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일으키는 데 골몰해 온 지 오래다. 상대를 죽일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고, 무슨 문제든 불러와 정쟁의 도구로 삼는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으로서도 이제 이골이 날 만하다. 쓴웃음 한 번 짓고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일에는 바닥에 깔려 있던 화가 다시 솟는다. 싸움이 정상 간에 주고받은 한마디 한마디를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데까지 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의 격과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일로 그야말로 망동(妄動)이다.

‘최소한의 공개’ 운운 하는 것으로 보아 공개 자체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인 줄은 아는 모양이다. 또 포기하겠다던 ‘면책특권’을 활용해 국회 내에서 공개하겠다니 위법인 줄도 아는 모양이다. 그러고도 공개를 한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또 누구를 위해 그렇게 한다는 말인가?

공개 후 어느 한쪽이 완전히 승복하게 되어 있다면 그나마 변명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없다. 싸움의 본질이 싸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같은 말을 두고도 해석은 여전히 다를 것이고, 싸움은 스스로들 지치거나 또 다른 싸움 거리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동북아지역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과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지역이다. 지역연합이 형성돼 있는 다른 지역과 달리 여전히 분쟁이 계속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우리는 이 지역에서의 이해관계를 어느 나라보다 더욱 완벽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 위에 우리 나름의 지혜로운 구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그 구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강한 힘과 의지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식민지와 분단의 역사가 말하고 있다.

우리에게 그러한 이해와 구상, 그리고 힘과 의지가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우리 정치의 한쪽은 한·미·일 동맹이라는 고전적 틀에 스스로를 묶고 있다. 우리 나름의 독자적인 구상이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도 약하다. 북한은 그저 찍어 누르기만 하면 되고, 부담되는 중국은 적당히 줄타기를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이 그렇게 만만하든가.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만 해도 그렇다. ‘오랜 친구’라는 언어적 수사 뒤에는 북한 핵에 대한 중국의 불편함이 있다. 우리가 핵을 가진다 할 때 미국이나 일본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오히려 박 대통령을 북한을 압박하는 카드로 썼고 북핵 문제가 답답한 미국 또한 이를 용인했다. 우리가 잘나 대접받은 것이 아니며, 미국과 중국 또한 매사 이렇게 같이 가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우리가 언어적 수사와 패션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이 오히려 중국은 우리로부터 교역 불균형에 대한 시정 노력을 약속받았다. 우리로서는 향후 있을 FTA 협상에서의 스탠스가 약화된 셈이다. 동북아에 대한 지혜로운 구상은커녕 이 지역의 이해관계에 대한 이해는 물론, 의도된 친절과 그 이면에 대한 해석조차 깊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쪽은 남북 화해만 되면 모든 것이 잘된다는 낭만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반대에서 보듯 국방력 강화와 자주국방을 근간으로 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북아 구상마저 뒤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 뒤 새로운 구상은 내놓지 못한 채 정권을 쥐겠다는 욕심만 드러내고 있다.

허공에 뱉는 소리가 되겠지만 다시 한번 말한다. 이 못난 싸움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대신 양당 모두 동북아지역에 대한 구상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놓고 의미 있는 싸움을 해야 한다. NLL 문제도 그 속에서 용해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나오는 게 한숨이다. 이들에게서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아이돌 레시피와 초대형 상품…편의점 음식의 한계 어디까지?[Z탐사대]
  • 제니와 바이럴의 '황제'가 만났다…배스 타올만 두른 전말은? [솔드아웃]
  • 송다은 "승리 부탁으로 한 달 일하고 그만뒀는데…'버닝썬 여배우' 꼬리표 그만"
  • ’돌아온 외인’에 코스피도 간다…반도체·자동차 연이어 신고가 행진
  • ‘빚내서 집산다’ 영끌족 부활 조짐…5대 은행 보름 만에 가계대출 2조↑
  • “동해 석유=MB 자원외교?”...野, 의심의 눈초리
  • 미끄러진 비트코인, 금리 인하 축소 실망감에 6만6000달러로 하락 [Bit코인]
  • 명승부 열전 '엘롯라시코'…롯데, 윌커슨 앞세워 5연속 위닝시리즈 도전 [프로야구 16일 경기 일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6.1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341,000
    • +0.54%
    • 이더리움
    • 5,081,000
    • +0.81%
    • 비트코인 캐시
    • 611,000
    • +0%
    • 리플
    • 694
    • +1.17%
    • 솔라나
    • 210,200
    • +2.34%
    • 에이다
    • 590
    • +1.2%
    • 이오스
    • 930
    • -0.43%
    • 트론
    • 164
    • +0.61%
    • 스텔라루멘
    • 139
    • +0.72%
    • 비트코인에스브이
    • 70,200
    • -0.71%
    • 체인링크
    • 21,480
    • +1.18%
    • 샌드박스
    • 545
    • +0.3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