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의 너섬漫筆] 금융사의 ‘갑질’

입력 2013-05-1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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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물 터지듯 쏟아지는‘갑의 횡포’에 정신이 아찔하다. 포스코 왕상무의 항공사 여승무원 폭행 사건을 시작으로, 우리사회에 만연한 이른바‘갑질’이 추한 모습을 드러낸 이후 고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프라임베이커리 ‘빵회장’ 사건에 이어 남양유업 직원의 대리점주 폭언 사건은 우월적 지위에 기반한 갑의 횡포를 여실히 드러내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수행 기간 중에 재미 교포 인턴을 성희롱 한 희대의 사건이 터졌다. 대통령까지 유감을 표하다니,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우리사회의 오랜 병폐인‘갑을관계’를 고려할 때 힘의 우위를 지닌 갑에게 을이 대항하는 것은 짚을 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격이다. 때문에 오랜세월 갑의 횡포는 공공연한 비밀 정도로 치부돼 왔다.

시류를 타며 노골적으로 그 마각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사실 금융사 만한 ‘갑’도 없다. 돈 줄을 움켜 쥔 금융사 앞에 자본가는 자본가대로, 소시민은 소시민대로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줘야 한다. 정부가 국민행복기금 만들어서 빚탕감에 나설 정도다.

지난해 감사원이 발표한 ‘금융권역별 감독실태 감사결과’는 금융권 갑질의 실태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개인 신용대출금리 책정시 대출자의 학력 수준에 비례해 차등을 뒀다. 고학력자에게는 높은 점수를, 고졸 이하 저학력 대출자에게는 낮은 점수를 주는 식으로 대출승인 여부와 대출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신한은행은 2008~2011년 4만4368명의 개인신용대출을 거절했는데 이중 31.9%인 1만4138명은 저학력 때문에 돈을 빌리지 못했다. 또 15만여명의 개인신용대출자 중 절반 가까운 7만여명은 저학력을 이유로 신용등급이 떨어져 이자 17억원을 더 내야 했다. 금융회사의 ‘갑질’을 제대로 보여준 예다.

아쉽게도 금융회사의 ‘갑질’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사 관련 소비자 민원이 10만건에 육박했다. 전년 대비 11.9%, 1만건이 늘어났다. 보험민원이 전체의 51.1%에 달해 보험사의 횡포가 여전했다. 오죽했으면 금융감독원장이 보험민원 50% 감축을 올해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을까.

서슬퍼런 감사원의 감사에도, 금융감독원장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곳이 바로 ‘갑 중의 갑’ 금융권이다. 보다 못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갑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소비자 민원 해결 의지가 낮은 최하위 등급 금융사를 밀착관리 하고, 오는 7월부터 소비자 보호 업무를 총괄하는 독립적 지위의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를 두도록 했다. 정치권에서는 ‘을’을 위한 다양한 입법이 시도되고 있다.

본질적으로 갑을관계가 힘의 불균형에서 비롯됐음을 감안할 때 이같은 노력은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제도와 입법만으로는 부족하다. 인식의 변화가 수반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차제에 갑을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 횡포로 점철된 갑을관계는 개선돼야 한다. 금융권의 환골탈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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