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체제개편 이뤄질까]너도나도 중소ㆍ중견기업 앞으로… 컨트롤타워가 없다

입력 2013-03-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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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좋지만 효율성 저하… 업무 중복 재정 낭비, 사각지대 형성도

새 정부가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제도·관행 등 ‘손톱 밑 가시’ 뽑기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정책금융기관들이 중소·중견기업 살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중기지원 예산을 대폭 늘리는가 하면 중기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정책금융기관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으로 정책금융기관 통폐합 및 업무조정 목소리가 나오면서 업무 유사성, 중복지원, 컨트롤타워 부재 등 그동안 지적돼 온 정책금융기관의 중기지원 정책에 대한 효율성 문제가 재부각되고 있다.

정책금융공사, 무역보험공사 등 금융공기업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등 10여곳에 달하는 정책금융기관의 업무가 중첩돼 중소·중견기업이 어디서, 어떻게 지원을 받아야할지 혼선이 발생, 정책의 효과가 누수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 새 정부 코드 맞추기…너도나도 지원 확대 = 정책금융공사는 올해 중소·중견기업에 지난해보다 1조4800억원 증가한 7조6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는 올해 전체 자금공급 목표(12조2000억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중소기업금융부를 중소기업금융1부와 중소기업금융2부로 분할해 중소·중견기업 지원 전담조직을 확대·개편했다.

정책금융공사의 중기 지원은 크게 온렌딩대출과 간접투자로 나뉜다. 온렌딩대출 대상 기업은 금감원 표준신용등급 체계상 6~11등급(통상적 신용등급 체계상 B~BBB등급)에 해당하는 저신용 중기다. 특히 녹색산업, 신성장동력산업, 고용창출산업 등을 영위하는 중기는 우대한다.

이와 함께 자금 출자를 통해 펀드를 조성해 △녹색산업·신성장동력산업 △성장단계 진입 기업 △청년창업 초기기업 등에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있다.

수출입기업의 위험부담을 줄이는 무역보험공사는 올해 무역보험 지원규모를 지난해보다 3% 늘어난 206조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공사 창립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21% 늘어난 35조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소·중견기업 전담 부서를 본부로 확대·개편하고 수출기업에 대한 성장단계별 맞춤 지원체제도 마련키로 했다.

신용보증기금도 올해 중소·중견기업 보증 규모를 대폭 늘렸다. 신보는 사상 최대 규모인 40조5000억원의 일반보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근 환율 하락으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수출 중기를 위해 8조원의 보증을 공급하는 한편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건설업계에는 지난해의 2배 수준인 3조7000억원을 유동화 보증으로 지원한다. 또 오는 4월엔 미래 성장성이 높은 혁신형 기업에 연구·개발(R&D) 투자 특례보증을 실시한다.

신보가 보증 지원하는 기업은 △미래성장 유망 중기(수출·녹색성장·유망서비스·첨단융합산업) △창업기업·고용창출기업 △혁신형기업 △저신용기업 등이다.

수출입은행 역시 현재 8조원인 자본금을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수준인 15조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중소·중견기업 지원 경쟁에 가세했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국내 수출입기업 지원에 역대 최대인 74조원(대출 50조원·보증 24조원)을 책정, 이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에 전체의 3분의 1에 가까운 25조원을 공급한다.

산업은행도 지난해와 비교해 10% 이상 확대된 24조원을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쏟아붓는다. 더불어 소매금융그룹 안에 소매여신부를 신설하고 지역전문가를 지점장으로 임용하는 등 중기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 중복 지원에 따른 비효율 여전…재정비 필요 = 국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기업 종사자의 88%가 중소기업에 몸담고 있는 현실에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은 강화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각 기관별 지원 대상이 중복되는 현상은 정부 재정의 낭비를 가져올 뿐 아니라 정작 지원을 받아야 할 중기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지원 사각지대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신보와 기보는 중기대출 보증업무를,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은 산업자금 직접대출을,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해외프로젝트 지원 및 수출신용 업무를 각각 담당한다. 비슷한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 사이의 중복지원도 문제지만 정책금융기관 전체적으로 지원대상이 겹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예를 들어 직접대출을 주로 하는 수출입은행이 일부 담당하고 있는 보증업무는 보증보험이 주 업무인 무역보험공사와 중첩되며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등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투자은행(IB) 등에서 업무가 겹친다.

특히 녹색기업, 수출입기업, 창업기업, 고용창출기업, 저신용기업 등은 정책금융기관들의 지원대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정책금융공사로부터 받은 ‘온렌딩 지원 기업의 중복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온렌딩대출 기업 총 3806곳(2011~2012년 6월말 기준) 가운데 신보나 기보로부터 자금지원을 받는 중기는 69.3%(2640개)에 달했다.

신보와 기보의 중첩지원 문제는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해 말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2005년 말 신보·기보 중복보증 비율은 총 보증잔액의 33.6%(13조5190억원)에 이른다. 다만 2005년 말 재정경제부의 ‘중소기업 금융지원체계 개편방안’에 기초한 업무영역 분할로 신보·기보의 중복보증 비율은 2011년 말 6.3%(3조4806억원)로 낮아졌으나 중복보증은 여전하다.

얼마 전에는 정책금융기관 통·폐합 및 재조정을 둘러싼 수출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간 신경전도 벌어졌다. 수출입은행이 자본시장연구원에 맡긴 ‘한국 대외 정책금융의 효율적인 운영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 때문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용역보고서는 정책금융기관 간 중복업무 등의 해소를 위해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자기자본 16조원 이상의 통합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을 설립, 중소기업 수출과 해외 투자 등에 필요한 금융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관부처가 달라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정책금융기관들이 저마다 제 역할만을 내세워 그 기능을 명확히 구분짓기 어렵다”며 “역할을 차별화하고 해외사업 같은 협력이 필요한 곳은 공조하는 등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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