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 다이나믹… 럭셔리와 스포츠세단의 경계선

입력 2013-0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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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차 감각의 묵직한 핸들링, 람다 3.3의 출력 더 끌어내

제법 많은 차들이 달리는 자동차 전용도로. 가속페달은 매 순간 명민하게 반응하고 브레이크는 엄청난 답력으로 차체를 가볍게 붙잡는다. 스티어링 휠에서 시작해 두 손을 타고 올라오는 핸들링 감각에도 뚜렷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복잡한 도로 위에서 이리저리 빈틈을 찾아내 그 속에 차를 던져 넣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지금 제네시스 다이나믹 에디션을 타고 있다.

▲제네시스 다이나믹 에디션은 쇼크 업소버의 댐핑압력과 좌우 스테빌라이저 바의 강성을 키웠다. 코너 초입에서 슬며시 잠겨들어간 앞머리는 코너를 빠져나오면서 과격하게 자세를 바로 세운다.

◇독일 고급차 겨냥해 서스펜션 다져=제네시스는 더 이상 고쳐볼 수 없이 잘 만들어진 차였다. 윗급 에쿠스와 기아차 K9의 밑그림이된 FR(후륜구동)플랫폼의 시초다.

후륜구동 구조인 덕에 앞뒤 50:50에 가까운 무게배분도 이룬다. 글로벌 시장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몇 안 되는 국산차이기도 하다. 더불어 우리차 가운데 ‘오너드라이버’가 선택할 수 있는 궁극점이기도 하다.

새로 추가된 다이나믹 에디션은 다분히 유럽산 수입차를 겨냥한다. 때문에 엔진을 바꿔 고성능을 내기보다 핸들링과 서스펜션을 보강한 차다.

이를 위해 △가스식 쇼크 업소버 △스태빌라이저 바 △브레이크 성능 △알루미늄 휠과 타이어 등을 개선했다.

엄밀히 따져 ‘개선’보다 ‘조절’이 맞다. 각각의 주행감각은 ‘우열’이 아닌 ‘선호’에 따른 차이이기 때문이다.

새 모델은 한국 수입차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독일차를 겨냥한 현대차의 전략도 담고 있다. 기본적으로 개발 때부터 북미 고급차시장을 겨냥한 제네시스가 타깃을 유럽으로 확대한 셈이다.

▲19인치로 커진 휠타이어를 제외하면 다이나믹 에디션을 가늠하기 어렵다. 앞뒤 50:50에 가까운 무게배분 덕에 타이어가 노면을 짓누르는 힘이 크다.

◇차고 넘치는 직분사 방식의 람다 엔진=시승차는 BH330. 직분사 방식의 V6 3.3리터 람다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300마력을 낸다. 이와 맞물린 트랜스미션은 8단 자동이다. 차 가격 5126만원의 값어치는 곳곳에 숨어있다.

겉모습의 차이는 19인치 휠 타이어와 그 안에 숨어든 브렘보 브레이크(그나마 GENESIS로 각인돼 있다)가 유일하다. 그 외에는 ‘다이나믹 에디션’을 뜻하는 앰블럼 하나 덧대지 않았다. 볼륨감 넘치는 보디와 특유의 날카로운 눈매는 그대로다.

현대차 가운데 드물게 앞바퀴가 앞 범퍼 쪽으로 전진해 있다. 후륜구동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넉넉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풍만한 보디는 여전히 장중함이 가득하다.

묵직한 도어를 열고 들어가면 제네시스만의 보수적인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최근 현대차의 인테리어 만들기는 꽤나 과격하다. 날카롭고 복잡한 선이 실내를 가득 메운다. 기어박스에서 시작해 전면 대시보드로 피어오르는 날카로운 직선은 현대차의 특징이 됐다.

반면 제네시스의 실내는 여유롭고 느긋하다. 억지스러운 면을 덧대거나 날카로운 선으로 눈을 유혹하지 않는다. 운전석에 앉으면 넘실거리는 듯한 대시보드가 가슴팍을 짓누르며 다가올 뿐이다.

▲묵직한 핸들링과 서스펜션은 다분히 유럽차 분위기다. 북미 고급차 시장을 겨냥했던 제네시스는 이제 타깃을 유럽으로 확대하고 나섰다.

◇묵직해진 핸들 감각에 깜짝 놀라다=시동을 걸자 낮고 여린 엔진음이 주변에 깔린다.

가속페달은 가볍고 깊은 반면 배기음은 심심하다. 다이나믹 에디션이라는 선입견 강했던 탓이다. 한 움큼 ‘우두두두’ 쏟아지는 배기음은 아니어도 운전재미를 부추길 수 있는 가벼운 진화는 기대했었다.

스티어링 휠을 돌려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 소스라치게 놀란다. 묵직한 핸들감각은 이제까지의 제네시스와 차원이 다르다. 핸들이 돌덩이 같았던 제네시스 쿠페에 버금간다. 기존 제네시스와 뚜렷한 차이다. ‘서스펜션 다지기’가 핸들감각까지 바꾼 셈이다.

애당초 스티어링 휠을 손바닥으로 비벼가며 운전할 생각이라면 꿈도 꾸지 마시길. 제네시스 다이나믹은 초반부터 그리 만만한 차가 아님을 깨닫는다.

핸들링이 묵직해졌으나 이와 비례해 민감해졌다.

초기 반응은 여느 제네시스와 다를 게 없으나 낮은 속도에서 가벼운 트위스트를 반복해보면 차이는 뚜렷하다. 턴과 턴을 반복할 때마다 정점에서 핸들이 잠기는 현상도 줄었다. 반대편으로 스티어링 휠을 꺾으면 명민하게 차 앞머리를 비튼다.

슬며시 핸들링에 자신감이 붙으면 코너를 향해 뛰어드는 속도 역시 점진적으로 올라간다.

코너링 초기에는 궤적을 고스란히 따라 도는 ‘뉴트럴 스티어’ 반응을 보이고, 코너 끝에선 차 앞머리가 안쪽을 파고드는 ‘오버 스티어’ 현상으로 바뀐다.

다만 이 과정이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운전자가 충분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내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으면서 후륜구동 고급세단은 점점 스포츠 세단으로 변한다.

▲겉모습의 변화에만 치중했던 현대차가 마침내 속내를 알차게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제네시스 다이나믹 에디션이 존재한다.

◇겉모습보다 속내 알차게 바꿔=고속주행에서 좌우 롤링 역시 충분히 억제돼 있다. 덕분에 V6 3.3 람다 엔진의 출력을 좀더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전과 비교해 앞쪽보다는 뒤쪽의 강성이 더 뚜렷하게 다가온다. 적절한 앞뒤 무게배분 덕에 트렁크가 출렁거리는 경박스러움도 없다. 다만 차 전체가 위아래 출렁이는 ‘바운싱’은 이전 제네시스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승차감과 핸들링은 운전자의 오감(五感)을 통해 느끼는 종합적인 움직임이다. 때문에 각각의 편차가 존재한다. 그러나 유독 제네시스는 표현만 다를 뿐 좋은 평가가 줄을 잇는다. BMW를 부지런히 뜯어봤던, 그래서 이제 마음만 먹으면 스포츠카의 하체 세팅도 거뜬하게 해내는 현대차의 노하우가 경지에 다다른 셈이다.

제네시스 다이나믹 에디션은 자칫 경박스러울 수 있는 변화를 철저하게 배제했다. 더 탄탄한 서스펜션과 가속성능, 디자인을 뽑아낼 수 있었음에도 현대차는 세상과 타협했다. 현실을 위해 ‘절제의 미덕’을 부린 셈이다. 더 많은 노하우를 지닌 남양연구소 연구원들은 속으로 분통이 터졌을지 모른다.

제네시스 다이나믹 에디션은 겉모습의 변화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속내를 알차게 바꿨다. 차고 넘치는 최고출력을 안정적으로 붙잡아내는데 기본 목표를 뒀다.

무엇보다 현대차의 절박함도 담고 있다. 절박함은 진정성으로 대변된다. 한때 알맹이와 상관없이 겉모습만 치장했던 현대차가 이제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겉모습의 변화를 줄이되 속을 알차게 바꾼 현대차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 제네시스 다이내믹 에디션이 존재한다.

(사진=최상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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