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홍진석 온라인에디터 부국장 겸 온라인뉴스부장 "소셜미디어 마주보기"

입력 2013-02-0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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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일 전 일이다. 경기도 소재 한 신도시의 프리미엄급 소형 오피스텔 공사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건설회사 측의 최우선 긴급조치는 가림막에 새겨진 회사 브랜드 감추기였다. 흰색페인트로 브랜드를 가린데 이어 오피스텔 단지명은 아예 칼로 도려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붕괴현장 수습 보다 회사 브랜드와 이미지 실추부터 막아보려는 의도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꼼수였을 뿐이다. 굉음에 놀란 시민들이 붕괴현장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졌다. 브랜드 은폐 전후의 사진들은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파워블로거들까지 가세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초고속으로 전파됐음은 물론이다. 결국 이 회사의 브랜드명과 ‘붕괴’란 키워드는 한 쌍이 되어 주요 포털 자동추천 검색어 리스트에 올라가고 말았다.

당초 인명사고가 없어 관심을 갖지 않았던 언론사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파만파로 번저가자 사고 발생 이틀 뒤 인터넷에 관련 기사를 줄줄이 올리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올려진 사진 인용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 사진기자까지 출동시킨 언론사도 있었다. 건설회사의 초기대응 실패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게 되버린 셈이다. 국내 건설업계 3대 브랜드로 꼽혔던 이 회사의 명성에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반면 지난해 2월 채선당의 소셜미디어 악재에 대한 긴급 대응은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트위터에‘임신부인데 채선당 직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국내 트위터공간에 순식간에 퍼져갔다. 채선당은 일단 긴급대응태세에 들어갔다. 8시간 뒤 회사 홈페이지에 사과문부터 올렸다. 경찰에 사실 관계에 대한 조사도 의뢰했다. 다음 날 채선당 사장과 주요 임직원들이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고객을 직접 찾아가 정중히 사과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검색어 1위로 치솟았던 ‘채선당 고객폭행’도 주요검색어 목록에서 사라졌다. 수일 뒤 경찰조사 결과 쌍방과실로 밝혀지면서 최초 트위터 글이 절반의 진실만 담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셜미디어 전문가들은 사실 확인까지 기다리지 않고 신속하게 대응한 채선당 측의 대응에 높은 점수를 줬다. 만약 그대로 방치했더라면 회사 이미지가 추락할 게 뻔했다. 하지만 경영진의 신속하고도 정중한 사과가 네티즌들의 비난을 잠재울 수 있었다.

위 두 사례에서 보듯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급속히 확산되는 부정적 정보에 대한 대응방식에 따라 기업이미지의 격상 또는 추락으로 갈리게 된다. 지금까지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빨리 전세계로 확산된 정보는 ‘빈라덴 사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트위터에서 1초당 5000번 리트위트(재추천) 되면서 불과 몇분 사이 지구 전역으로 퍼져갔고 해외 유명통신사들의 1보 타전은 수십분이나 지나서야 이뤄졌다. 기존 언론매체보다 빠르게 확산되는 소셜미디어 환경에 대한 이해와 대응은 이제 기업경영과 위기관리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근거없는 악성루머에 대한 긴급대응체계를 갖추지 않을 경우 기정사실로 각인돼 기업이미지에 치명상을 준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글로벌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니즈와 불만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동향 분석ㆍ대응조직을 꾸려가고 있다. 소설미디어 공간에서 자사 관련 정보를 추려내 경영진들의 판단에 필요한 자료를 모아주는 소셜 컨설팅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공간 내 가입자들의 정보교류망을 분석, 경쟁사로 옮겨가는 요인을 파악한 뒤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기존 고객만족도를 높힌 사례도 적지 않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소비자가 더 이상 집단으로서 다뤄져선 곤란하다. 모든 개인이 제 목소리 자신의 글 사진 동영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수에게 공감과 공분을 얻어낼 경우 그 파급속도는 엄청나다. 주저하고 머뭇거릴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기 십상이다. 채선당 사례처럼 신속대응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소셜미디어 운영자도 중요하다. 일방적인 홍보보다는 고객들과 다정다감한 대화를 나누는 운영방식이 더욱 효과적이다. 고객들이 친구처럼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감각의 소유자를 구하라. 모든 시민이 정보의 생산자이자 전달자가 된 소셜미디어시대에서 위기관리매뉴얼은 그래서 모든 기업들이 갖춰야 할 기본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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