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배국남 부국장 겸 문화부장 "미디어 선거와 민주주의의 암(癌)"

입력 2012-12-0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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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이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대선후보들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추위에 떨며 자리를 지키는 것은 나라의 운명을 가를 대통령 후보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기 위해서일 터지만 길거리 선거운동으로 인한 유권자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 장충동 공원이나 여의도 등에서 수백만명 혹은 수십만명이 모여 대선후보 유세를 들었던 과거의 풍경은 사라졌지만 대선후보와 운동원들의 길거리 연설 모습은 여전하다.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하철역이나 길거리에서의 특정후보를 연호하는 선거 운동원의 소리나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선거 로고송은 수많은 사람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소음공해로 전락했다. 무엇보다 길거리 선거운동은 물리적인 환경이나 대선후보들의 시간문제 등으로 후보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싶어 하는 유권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길거리 선거 운동 비용도 상상을 초월한다.

이러한 이유로 고비용 저효율의 길거리 선거를 저비용 고효율의 미디어 선거로 전환하자는 시대적 요청 앞에 정치광고, TV토론, 방송유세 등 다양한 미디어 선거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TV를 비롯한 매스미디어는 노출 범위가 넓고 노출 빈도가 높아 선거운동 채널로는 가장 효과가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스미디어는 수많은 유권자에게 선거 후보자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며 유권자의 투표행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1960년 대선후보 TV토론이 처음 열린 미국에서 토론방송 전 공화당의 닉슨 후보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방송직후 정치 신인 민주당의 케네디 후보가 대선승리를 거둔 것은 미디어 선거운동의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19일 실시되는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디어 선거운동이 실종된 느낌이다. 후보자의 정치적 철학과 식견, 정책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검증 할 수 있어 미디어 선거의 진수라고 하는 TV토론이 후보들의 입장 차이로 진행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TV토론을 통해 대통령 후보에 대해 폭넓게 알고자 하는 유권자의 당연한 바람은 이해득실만을 따지는 일부 후보들의 문제 있는 태도로 인해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

4일에서야 처음으로 여야후보가 한자리에 모인 TV토론이 열린다. 그동안 대선 관련 TV토론은 1997년 15대 54회(공식, 비공식), 2002년 16대 27회, 그리고 미디어 선거의 실종이라고 비판받았던 지난 2007년 17대 대선에서 11차례의 TV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대선은 미디어 선거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역주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유권자의 요구와 시대적 요청이 커지고 다양한 뉴미디어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TV토론의 활성화는 선거문화뿐만 아니라 정치문화 더 나아가서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제이지만 일부 대선후보들로 인해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 대선은 거꾸로 가고 있다. 국민 여망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새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을 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해 싸우고 있다. 대통령을 만드는 선거에서 흑색선전과 이전투구,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3일 가진 캠프 해단식에서 행한 비판이다. 안 전후보가 강력하게 비판한 흑색선전, 이전투구, 인신공격의 진원지는 바로 미디어 선거운동이다. 연설방송이나 후보광고를 통해 상대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폭로나 음해, 인신공격 등을 일삼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디어 선거운동은 민주주의 진화의 원동력이 아닌 민주주의를 죽이는 암(癌)이 된다. 미디어 특히 방송을 통한 선거 운동에서 정책대결 보다 실체 없는 이미지 대결만을 펼치려는 일부 후보들의 작태역시 민주주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미디어 선거의 진화에 장애요인이다. 대선후보들은 먼저 알아야한다. 당신들이 매일 하늘처럼 떠받든다고 떠드는 국민을 위하는 첫걸음은 선거운동 로고송과 운동원의 연호의 소음이 넘쳐나는 차가운 길거리에 유권자를 내모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대선후보를 좀 더 상세하게 검증할 수 있는 미디어 정치와 선거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진정성 있는 미디어 선거 운동이 민주주의 발전의 기제가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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