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조용한 환갑’을 맞았다. 오는 9일은 창립 6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날이지만 김승연 회장의 빈자리가 너무 큰 탓이다.
8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창립 60돌’ 기념행사가 유례없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계열사별로 열린다.
한화 관계자는 “1950년대에 100대 기업 중 현재 7개 기업만이 100대 기업에 남아있을 정도로 부침이 심한 경영환경 속에서 60주년을 맞았다”며 “60년 역사 중 절반을 이끌어 온 주인공(김 회장)이 자리를 비워 내부적으로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1952년 설립 이래 선대인 고(故) 김종희 회장의 30년과 2대 김승연 회장 경영 30년으로 사업연대가 나뉜다.
현암(玄岩) 김종희 회장은 ‘화약’이라는 위험성 높은 사업에 뛰어들어 국내 산업 근대화의 밑거름을 제공해 왔다. 그는 한국화약을 시작으로 석유화학, 기계산업 등 기간사업 위주로 투자했다. 김종희 회장이 갑자기 사망한 1981년 한화그룹은 총자산 7548억원, 매출액 1조1079억원에 달하는 국내 10대 그룹에 올라 있었다.
IMF 외환위기 과정에서 ‘구조조정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얻으며 경영능력을 보여준 김 회장은 이후 금융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한화생명을 인수했다. 이는 한화그룹의 사업군을 제조, 금융, 서비스·레저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계기가 됐다.
2007년 글로벌경영을 선포한 김 회장은 태양광, 이라크 신도시 사업 등을 진두지휘하며 한화그룹의 글로벌화를 이끌었다. 그 결과 30년 전(2011년 기준)에 비해 총자산 101조6590억원(135배), 매출액 35조950억원(32배),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은 각각 163배, 63배 이상으로 키우는 등 눈부신 성장을 이끌어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작년 말 기준으로 한화건설, 한화케미칼, 한화솔라원 등 국내 53개 계열사와 해외 138개 네트워크를 보유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신성장동력 발굴에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60년을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