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중흥기? 현장에선 "아니올시다"

입력 2012-09-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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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영화 '도둑들' (우) '피에타' 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
#1. “한국영화 비상이 눈부시다. 매일 언론에서 떠든다. 근데 현장에서 느끼는 각박함은 오히려 더 커졌다. 투자금이 장르별 고른 분포를 보여야하는데 특정 분야에만 집중한다. 예술성 강한 영화나 실험적 영화는 외면받기 일쑤다. 투자자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한국영화의 전성기가 절대 아니다.”

#2. “영화제작하기가 힘들다. 스태프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기본적으로 팀별 막내 급은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카메라팀의 경우 조감독급은 씨가 말랐다. 때문에 일부 영화는 스태프 스케줄에 따라 크랭크인 날짜를 조정할 정도다. 1000만 영화가 나오는 시기에 현장은 점점 더 메말라 가고 있다. 아이러니다.”

영화 ‘도둑들’이 1300만 명을 향해 달리고 있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한국영화사 100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국내 박스오피스 1위 자리는 한국영화의 차지였다. 만들면 터진다는 한국영화 대박 시기다.

하지만 현장 목소리는 다르다. 위에서 첫번째 목소리는 한 소규모 영화 제작사 대표의 푸념이고, 두번째 말은 영화계 스태프의 산실로 알려진 한 유명 대학교 출신 조감독의 하소연이다. 영화 현장 최전방에 선 두 사람의 목소리엔 절박함이 서려 있었다. 대체 한국영화 중흥기라고 떠들고 있는 영화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투자 즉 자금의 흐름이다. 팔릴 것 같은 상품(영화)에만 돈이 몰린다고 현장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자본 논리에서 보자면 당연하다. 하지만 영화인들이 보는 시각은 전혀 다르다. 장르의 편식은 결국 영화계의 공멸로 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창립작을 준비 중인 영화사 ㈜지니어스 김진희 대표는 “아주 힘들게 데뷔한 감독과 배우들이 대기업 자본의 맛을 본 뒤에는 자세가 많이 달라진다. 일부는 저예산 영화라는 말에 책(시나리오) 검토조차 안하고 거절부터 하기 일쑤다”면서 “한국영화계에는 내용과 형식에 따른 장르가 아닌 자본에 따른 장르만 존재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배급 상영도 큰 문제다. 김기덕 감독의 경우 ‘피에타’를 포함해 총 18편의 연출작을 내놨다. 제작에만 참여한 ‘영화는 영화다’ ‘풍산개’ 외에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70만 명의 ‘나쁜남자’였다.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국내에선 외면 받아왔다. 그는 ‘멀티플렉스의 폐단’이 한국 영화계를 망친다고 일갈하고 있다.

김 감독은 “파리의 경우 멀티플렉스 13개관에서 13개 영화가 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라며 반문했다. 기회비용의 동등한 배분을 주장하는 것이다. 대기업의 시각에선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우리 영화 시장에서만 보자면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해 국내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트랜스포머3’의 경우 국내 유효 스크린의 70%를 점령한 바 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억지가 아니란 반증이다. 산업적 혹은 이윤논리만을 앞세워 영화의 본질인 문화의 가치를 무시하는 관행이 심화돼 한국 영화의 질적인 추락이 거듭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또한 영화의 인력수급 문제도 한국 영화의 진정한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막대한 수익을 낸 대기업 투자사의 경우 수익금 대부분을 인력 투자가 아닌 개발 투자나 작품 투자에만 쏟는다. 이러다 보니 영화인들의 열악한 처우는 악화일로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영화 각 분야 스태프의 평균 연봉이 623만원이었다. 3년 만에 조사가 이뤄질 예정인 올해 처우는 더 떨어졌다는 게 일선 현장의 목소리다. 최근 촬영 직전 제작이 중단된 한 영화의 촬영 조감독은 “10~15년 차 스태프들 대부분이 현장을 떠날 생각을 갖고 있다. 기본적인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젠 신규 인력의 영화계 유입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각 대학교의 영화학과 졸업생이 1년에만 몇 백 명인데 현장으로 오는 사람은 전무하다. 그 이유를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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