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년을 말하다]"희망까지 버리진 않아…‘20대 영웅’의 등장 기다린다"

입력 2012-04-1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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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저자 우석훈 교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걸 알리바이로 삼는 이 시대...그리하여 ‘88만원 세대’는 저자인 내가 보기에는 이 시대에 필요없는 책이 되었다.’

지난달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44)는 자신의 대표 저서인 88만원 세대를 절판하겠다고 선언했다. 2007년 출간된 이후 5년간 15만부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였다. 단순히 많이 팔린 것이 아니다. 책은 비정규직과 세대별 착취 구조 등 신자유주의 경제 속에서 절망으로 내몰린 청춘들을 위로하고 대변했다. 책 출간 이후 88만원 세대는 암울한 20대를 지칭하는 신조어가 됐다.

▲최근 '88만원 세대'절판을 선언한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88만원 세대 절판 논란 이후 18일 우석훈 교수를 만났다. 우 교수는 “88만원 세대 절판은 20대의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 한·미 FTA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우 교수는 88만원 세대가 사회적으로 실패작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책이 제시한 88만원 세대라는 명칭과 세대간 불균형, 승자 독식 구도의 피해자로서 20대 이야기는 굳이 그가 아니어도 누군가 했을 거라고 했다. 그가 천착했던 문제는 FTA의 직접적인 피해자로서의 20대였다.

우 교수는 “FTA의 가장 큰 피해자는 농민과 20대”라며 “농민의 피해는 현실적·직접적이지만 20대의 경우 FTA로 인한 폐해를 느끼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라고 설명했다.

FTA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다국적 대기업들이다. 자신이 그 안에 소속돼 있지 않다면 직접적으로 피해를 당하게 된다. 특히 시장이 개방되고 한국이 다국적 기업의 하청 형태로 종속될 경우 청년들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경제 종속이 일어나면 그 직격탄을 맞는 피해자는 지금의 20대 들이다.

88만원 세대를 출간하기 직전 우 교수는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를 펴냈다. 따라서 88만원 세대에서는 FTA를 따로 다루지 않았다. 책은 히트했지만 독자들은 FTA와의 연관성을 읽어내지 못했고, 젊은이들의 FTA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

우 교수는 “최근 FTA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순수폐기 해야 한다는 의견은 3%에 불과했고 특히 청년층들은 FTA 이슈에 무관심 했다”면서 “내가 이야기를 풀어나간 방향이 잘못됐다고 느꼈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회적 항의 표시가 88만원 세대를 절판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물론 88만원 세대 출간으로 얻은 것도 없지 않다. 2010년에는 국내 첫 세대별 노조인 ‘청년유니온’이 등장했고 ‘청년당’도 창당됐다. 2030세대 스스로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지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의미있는 첫발을 떼었다. 하지만 야당의 19대 총선 패배는 여전히 씁쓸하다.

우석훈 교수는 “민주통합당의 경우 청년비례대표를 통해 100이라는 효과가 가능했다”면서 “새누리당이 이준석, 손수조 후보 영입으로 50의 효과를 봤다면 청년의 껍데기만 갖다 쓴 야당은 5의 효과도 보지 못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20대의 경우 비례대표를 통한 20대 영웅의 등장은 바라지 않는다 ”고 덧붙였다.

20대의 필독서로 불리는 88만원 세대를 절판했지만 청년들에 대한 희망까지 져버린 것은 아니다.

우 교수는 “이미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조용한 혁명이 진행 중이고 폭발할 수 있는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이를 끌고갈 구심점이 없는 상황”이라며“이같은 혁명에 불을 댕길 수 있는, 스스로가 20대이면서 20대의 지지를 받는 ‘20대 영웅’이 곧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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