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워킹맘의 비애 "낳기만 하라더니 결국은 말뿐이죠"

입력 2012-03-2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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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2세 이하 예방접종 비용 지원 10종만 해당…168만원 추가 부담

정부의 육아지원 정책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원이 적절한 곳에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큰 비용이 소요되는 부분은 지원이 안 되고 지원을 해도 제한이 많아 실제 보육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통의 워킹맘이 아우리 돈을 벌어도 육아비용 지출에 다 쏟아부어야 하니 아이 낳기가 버겁다는 말이 나올만 하다.

두 돌이 지난 아이를 기르는 신현진(29·가명)씨는 약 25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올해부터 정부는 만 12세 이하 아동의 필수 예방접종 비용을 지원하지만 현진씨는 아이의 예방접종에만 200만원 가까이 들었다. 현진씨는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들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올해부터 정부 지원으로 백신 종류와 상관없이 원래 1만5000원이었던 본인 부담금이 5000원으로 줄고 보건소나 지정된 병·의원에 가면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지원 예방접종은 필수접종 10종에만 해당되고 나머지는 본인이 전부 부담해야 한다. 폐렴, 로타바이러스, 뇌수막염 등 최대 4차까지 맞아야 하는 선택예방접종의 경우 1회당 적게는 5만원, 많게는 20만원까지 든다. 현진씨가 아이에게 필요한 예방접종을 모두 했더니 들어간 비용은 168만원에 달했다.

현진씨는 “내 아이 건강을 위한 것인데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어 대부분 백신을 다 맞힐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지원해주지만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자인 남편이 아이 하나 더 낳자고 말했지만 기저귀값과 예방접종비 들어가는 것을 본 뒤 ‘더 낳으면 힘들겠다’ 싶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예방접종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지출이 시작된다. 배변을 가릴 줄 모르는 0~3세는 귀저기 비용만 한 달에 최소 6~7만원, 최대 30만원이 지출된다. 신생아들은 살이 연약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1~2시간 마다 갈아주지 않으면 발진이 생겨 하루 8~10개 이상을 사용한다. 손이 많이 가고 뒷처리도 어려워 천 기저귀도 쉽지 않다.

기저귀를 차는 동안 물티슈, 파우더와 아이 목욕을 위한 전용 비누, 로션 등도 따로 사야 한다. 아기들이 사용하는 제품은 일반 화학제품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더 비싸게 판매된다. 독일에서 수입되는 제품으로 모두 구매하고 나니 약 20만원이 들었다. 여기에 아기 옷과 전용 세제를 따로 구매하고 요즘 유행하는 스토케 제품이 아닌 합리적인 가격의 유모차를 구입해도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10년차 워킹맘인 권경민(38)씨도 “영유아 시기에 기저귀 값에 분유비까지 포함하면 한달에 적어도 삼십만원 정도 지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행히 정부가 올해 보상교육을 확대 실시하면서 0~2세 영아와 5세 유아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 보육비를 전액 정부가 지원하고, 3세는 하위 70%까지 19만7000원, 4세도 17만7000원을 지원해주지만 그렇다고 돈이 안 드는 것은 아니다.

현진씨는 두 돌이 막 지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다는 것이 못 미더워 시어머니에게 부탁했다. 요즘은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면 수고비를 줘야 한다. 현진씨는 시어머니께 매달 60만원을 아이 맡기는 비용을 드리지만 도우미를 쓰는 경우는 두배 이상 드는 경우도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보육·교육비를 따로 지출하는 집 가운데 아이를 개인적으로 도우미에게 맡길 경우 베이비 시터(보모) 비용이 월평균 약 74만원에 달했다.

아이 위탁문제는 고부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 소장은 “상담 사례 중에 친정어머니는 수고비가 적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딸은 가족인데 지나치게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며 모녀간에 갈등이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보육과 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아이들의 놀이 또한 교육의 일환이므로 장난감과 책 등을 사는데 2~30만원이 금방 깨진다. 여기에 미술이나 영어, 음악 등 사교육 비용은 제외했다. 사교육까지 시키면 한 달에 추가로 30~50만원이 더 지출된다.

현진씨가 육아에 들이는 돈은 아이에게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만 계산한 것으로 식비는 비용에서 제외했다. 이렇게 현진씨가 아이를 기르는데 들어가는 평균 비용은 1년에 1000만원이 넘는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9년 출생아를 기준으로 영유아기 평균 양육비용을 조사한 결과 영아기의 양육비는 2466만원, 유아기는 2938만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비용을 아이에게 지출함에도 여성이 직장에서 받는 급여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가 상용근로자 5인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여성 상용근로자의 임금실태 자료를 보면 사회 초년생인 20~24세는 141만8303원, 대졸자인 25~29세는 172만7751원, 경력이 있는 30~34세는 204만2810원, 아이가 있는 35~39세 202만5279원으로 조사됐다. 워킹맘의 연봉에 해당되는 돈이 육아에 지출되고 있는 셈이다.

현진씨는 “정부 지원이 하나씩 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매년 육아비용과 소비자물가는 증가하는데 월급 인상과 정부 지원은 제자리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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