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인문학'열풍]위기극복 해법은 '숫자 아닌 사람'

입력 2012-03-1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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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CEO 경영 키워드

흔히 '문(文)·사(史), 철(哲)'로 대표되는 인문학이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죽은 학문이라며 외면을 받아왔던 인문학이 다시금 조명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경영환경이 복잡해지고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갑작스런 위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통계적 분석 기법이나 금융공학, 기술 위주의 경영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낸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경영학 기법으로 상징되는 기존 사고의 틀이나 전제에서 벗어나 인문학적 상상력 혹은 통찰력을 통해 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고자 하는 시도라는 것. 실제로 인문학은 거시적 트렌드를 읽고 미래를 예측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금융권 역시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특히 금융자본주의의 탐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금융권에서 인문학은 단순히 경영철학을 배우기 수단이 아닌 생존을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국내 금융회사들 역시 앞다퉈 인문학을 경영에 접목시키려는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수치보다 영감을 존중" = 대부분의 CEO들이 인학적 소양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경영에 인문학을 접목시키는 데는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를 훌륭히 소화해내는 CEO들이 있다. 이들은 경영과 인문학의 접목을 단순히 지식간의 결합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인문학을 통해 구축한 가치관 혹은 세계관을 통해 조직을 바라보고 이를 경영 전반에 걸쳐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들은 그만큼 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 경우가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다.

금융회사들에게 중요한 것은 숫자이다.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기업의 활동을 지표화해 수치로 관리하고 목표 달성 이를 통해 판단한다.

하지만 정 사장은 숫자를 통해 직원들을 관리하고 판단할 경우 오히려 사실을 왜곡하거나 비현실적인 수치에 얽매이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정 사장은 올해 ‘숫자를 넘어선 경영’을 외치며 KPI(Key Performance Index)제도를 철폐했다.

부서 핵심 평가지표인 KPI는 금융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평가지표다. 예를 들어 카드사의 경우 ‘연말까지 1인당 회원 유치 실적을 100명에서 200명으로 늘린다’고 하면 ‘1인당 회원 유치 수’가 KPI다. 리스크관리 부서라면 통상 ‘연체율’이 KPI다.

정 사장은 “사업에서 숫자는 중요하다. 그러나 때로는 숫자에 적당히 둔할 필요도 있다. 숫자는 기본적으로 과거지향적이고 상상력을 반영하지 못한다. 우리의 영감이 숫자보다 더 존중받아야 할 때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 "혁신DNA로 체질개선" = CEO들이 인문학 경영에서 가장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인문학 경영을 통한 조직의 창의성 향상이다.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면 믿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기술공학 중심의 문화를 지녔던 구글은 직원의 인문학적 상상력을 평가하기 위해 최근 채용 면접에서 "당신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토이스토리’를 제작한 픽사(Pixar)는 직원의 창의성 배양을 위해 사내에 ‘픽사대학’을 설립하고 글쓰기, 문학, 철학, 즉흥연극 등 100여 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인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한 인재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금융그룹의 이팔성 회장은 이를 위해 사람이 중심이 되는 체질개선을 선택했다. 임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사고 전환을 통해 어떤 금융환경에서도 민첩하고 강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복안에서다.

이 회장이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혁신’이다. 이를 통해 이 회장은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 나아가 영속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추진한 OneDo혁신으로 임직원의 의식이 변화되기 시작했다”며 “올해도 OneDo혁신을 지속적이고 중점적으로 추진해 혁신DNA가 우리금융 조직에 완전히 뿌리 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 "인간에 대한 이해가 기본" = 니체는 인문학을 '인간 삶의 경험에 대한 이해와 그 의미 탐구를 통해 궁극적 스스로의 성숙한 삶을 형성하게 해주는 학문'으로 정의했다.

즉 ‘사람에 대한 이해’를 다루는 것이 인문학이라는 것. 결국‘사람’을 본질로 하는 생명보험사들에게 있어 인문학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은 “기업은 경제논리로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기업도 결국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특히 생명보험의 근간인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배우는 인문학 교육을 통해 사람이 중심인 보험, 더 나아가 금융 산업의 기본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고 말했다.

이같은 신 부회장의 생각은 임직원들에 대한 교육으로 이어졌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총 54개의 ‘인문학 과정’을 개설한 것.

교육의 주제는 ‘사기(史記)’, ‘홍길동전’, ‘그리스 로마 신화’, ‘간디 자서전’ 등 문학, 역사, 철학 3개로 이뤄져있다.

특히 공간·시간적 제약 없이 임직원들이 수강할 수 있도록 사이버 과정은 물론 모바일을 통해서도 수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한생명은 앞으로 인문학 과정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올해 100개 이상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며, 하반기에는 인기 강좌의 교수를 초빙해 오프라인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실제로 교육을 받은 직원들의 반응도 뜨겁다.‘사기(史記), 3000년을 내려온 인간학의 교과서’ 과정을 신청한 김기주 대한생명 강남지역본부장 상무는 “많은 기업과 CEO들이 경영과 인문학과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면서“이번 과정을 통해 중국 고대역사 속 인물에서 리더로서의 사람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배우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광선 대한생명 연수원 상무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생명보험의 특성상 인문학적 소양은 생명보험 종사자들의 기본 역량일 것”이라면서 “향후에도 인문학 교육에 대한 임직원들의 요구를 반영해 다양한 교육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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