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흑자냈지만…'싸구려 철강재' 밀물

입력 2012-02-0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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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서도 日·中과 치열한 가격 경쟁…濠 대홍수에 유연탄·철광석 수입 빨간불

▲철강업계의 시름이 안팎으로 깊어지고 있다. 후판 등 주요 강종의 생산시설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저가 철강재의 수입 증가로 무역 역조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철광석 원산지 호주의 천재지변으로 원재료값 폭등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현대제철 후판공장에서 광폭후판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철강업계 안팎이 불안한 분위기다.

수치로만 보이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철강 교역량은 10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업계의 속사정은 다르다. 최근 들어 수입량이 급증한 품목이 다소 있는 데다, 주변국의 저가 철강재가 무분별하게 수입되면서 불안감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철강업체의 과잉 생산, 일본 지진에 따른 일본산 저가 덤핑 철강재가 밀려들면서 국내 수입량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해외 현지의 수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원재료의 공급 차질도 우려되고 있어 위기가 임박했다는 불안감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값싼 후판 수입 증가 탓에 무역 역조현상 심화=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철강 교역량은 5222만2839톤으로 집계됐다. 수출은 2910만2022톤, 390억 달러를 기록했고, 수입은 2312만817톤, 351억 달러로 나타나 598만여톤의 순수출과 39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철강업종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01년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세계 5위 수준의 규모를 기록한 지난해 수출량은 2010년에 비해 17%, 수출 금액은 35.2% 늘어났다. 수입량은 7.8% 줄었고, 수입 금액은 21.5% 늘었다. 철강업종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7%, 수입의 6.7%, 무역수지의 11.8%를 차지했다.

전체적인 수출의 양은 늘어났지만, 품목별로 볼 때 수입량이 늘어난 강종이 많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강종이 후판이다.

선박 제조에 주로 활용되는 후판은 178만4811톤의 순수입을 기록했다. 연간 수출량은 2010년 대비 41.5%가 증가한 289만5617톤, 수입은 전년 대비 14.5%가 증가한 468만428톤을 기록했다.

국내 철강업체의 후판 생산능력은 2010년보다 증가했다. 2011년 후판 생산량은 1116만5762톤으로, 2010년의 952만3520톤보다 17.24% 늘면서 1000만톤 생산 시대를 열었다.

국내 생산량이 늘어나면 국산 후판이 수입을 대체하면서 수입이 줄어들어야 하는 것이 순리지만, 정작 실제 수입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기형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수입 대체 현상은 사라지고 무역 역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당초 후판은 국산 제품 생산 확대로 수입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국내제품은 해외로 수출하고, 외국산 저가제품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

특히 조선사 등 수요업체들이 고질적인 후판 부족난 해소책으로 국산보다 오히려 중국산 저가 제품의 수요를 늘렸다. 국산과 중국산 후판의 가격은 톤당 10만원 정도의 차이가 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업체에게 중국산 후판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주사들이 특별히 국산 후판을 고집하지 않는 한 생산 원가 문제 때문에 중국산 후판 사용량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협회는 지난해 초 국내 후판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후판 수입량이 270여만톤으로 줄어들어 연간 수입 대체 효과가 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 예상은 빗나갔다.

후판 외에 다른 강종에서도 수입량 증가 현상은 이어졌다. 냉연강판은 수입량이 2010년보다 25.6% 급증한 89만3749톤을 기록했고, 아연도금강판도 수입량이 무려 84.7% 늘어나 131만966톤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과 일본 등 주요 주변국의 저가 철강재 수입을 조절하지 않는다면 무역 역조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최근 범업계 차원에서 저가 철강재 수입에 대한 반덤핑 제소 논의를 위해 통상대책위원회를 세우기도 했지만 사실상 제소가 어려운 상황이라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수입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관련 업계의 부활 여부가 절실한 상황이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관련 업계의 침체 현상 탓에 연쇄효과가 일어나면서 수입 대체 효과가 사라졌다”며 “역조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는 저가 수입 철강재 수입에 대해 업계 차원에서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경쟁 심화·원료값 폭등 우려 ‘가시밭길’=지난해 가시적인 수출 호조 성과를 거뒀지만 수출 측면에서도 철강업계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세계 철강 경기가 유례없는 침체를 겪고 있는 데다, 안팎에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위기 타개를 위해 신흥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진출한 중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 제품들과 치열한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철강업체들은 최소의 마진만 남기더라도 제품의 판매가 가능한 해외 판매처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안팎의 업황이 좋지 않아 내수보다 수출에서 싸게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당분간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 철강사들도 내수 공급 과잉이 임박하면서 내수 경쟁은 물론 신흥 수출시장에서도 경쟁이 매우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일본과 치열하게 경쟁할 판국인데, 이마저도 쉽게 살아남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덧붙였다.

생산 측면에서도 상황은 썩 좋지 않다. 고로를 달구는 과정에 필요한 원료인 철강용 유연탄과 철광석의 수입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최근 호주 북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대홍수 탓에 유연탄의 공급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북동부 퀸즈랜드 지역에는 철강용 유연탄과 철광석 등 철강 제조의 원료가 많이 매장돼 있다.

우리나라는 철강용 유연탄 전량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호주에서 수입되는 양도 47%에 이르기 때문에 광산 피해가 발생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12월 호주에서 발생한 홍수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원재료 수입 가격은 47% 이상 급등한 사례가 있다.

업계 1위 포스코는 현재 유연탄 70%, 철광석 50%를 호주에서 수입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홍수 피해 지역에 공급사가 위치해 있지 않아 실질적인 영향은 없다”며 피해사실을 일축했다. 그러나 외신들과 해외 애널리스트들은 철강용 유연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무역 역조현상이 심화되는 데다 원가 폭등까지 겹치게 된다면 업계 안팎의 시련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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