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인이 대우받는 나라

입력 2011-10-13 06:17 수정 2011-10-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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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코리아 안규문 대표

지난해 여름 일이다. 독일 밀레 본사의 제품 기술 및 교육 담당자인 클라우스 슈노이(60세)씨와 프랭크 헨리히프라이제(45세)씨가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한 회사에서만 25년 이상의 근무 경력을 가진 두 기술자는 한국과 유럽의 생활패턴이 다른 부분에 대해 한국 소비자의 생각을 제품 기술 개발에 반영하고자 일주일 동안 한국을 방문했다.

그들은 본사 마케팅 부서와 공장 생산라인 사이에서 품질관리를 담당하는 기술자들이다. 기술학교 졸업 후 회사에 입사해 3년~3년 반 동안 사내 교육인 전문도제시스템을 거친 후, 4년의 마이스터(Meister, 기술장인) 과정을 끝마친 기술 장인들이다. 때문에 기계구조에 매우 능통하며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전문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독일에서 일반 기술자보다는 물론이고 대졸자 이상의 대우도 보장 받고 있다. 기술에 있어서는 장인인 만큼,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나 기술 대한 노하우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다.

독일의 마이스터 교육 제도를 보면 샘이 날 정도로 부러운 것이 많다. 독일은 기술 및 직업교육 제도에서 경쟁력을 가진 나라 중 하나다. 독일의 마이스터 교육은 기술전문성 중심의 객관적 평가에 따르고 있으며, 공정성이 높고 이론과 현장 중심으로 구성됐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2%로 대부분의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반면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30~35% 정도로, 대학 진학을 희망하지 않는 많은 학생들은 직업교육을 받는다.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독일에서 최고기술자를 의미하는 마이스터 자격에 도전한다. 대부분 20대 후반의 기술자들이 마이스터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있다. 기술 장인을 의미하는 마이스터라고 하기엔 어린 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들은 이미 10여 년간 직업교육을 받으면서 전공 분야의 경험을 쌓아온 기술자들인 것이다.

마이스터 자격을 취득하면 그 분야 최고의 실력자로 인정 받을 뿐만 아니라 명함에도 자랑스럽게 마이스터를 표기한다. 또 마이스터만이 마이스터를 가르칠 수 있는 교육 환경도 다양하게 열려 있다. 독일에서 마이스터가 운영하고 있는 수공업 기업 수는 약 96만7000여 곳에 이른다. 아마도 마이스터 교육제도는 세계 최고의 공업 및 제조업의 강국, 독일의 가장 큰 자랑 거리 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대목장(大木匠), 화혜장(靴鞋匠), 조각장(彫刻匠) 등 중요무형문화재로 선정될 만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장인 정신을 가진 기술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또, 1986년부터 명장 제도를 운영해 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한 기술자들을 독려하고 이들의 노하우를 육성·계승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양성된 명장이 500명 안팎으로 그 인원이 적고, 기술승계 지원이나 교육이 미비해 실질적으로 국가경제발전에 활용되는 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명품은 유행을 초월하고 제품에 장인의 영혼이 깃들었을 때 진정한 명품이 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따라서 명품은 전통, 우수하고 질리지 않는 디자인, 가격에 얽매이지 않는 고급 소재 등에 의해서 소비자들에게 오랜 세월동안 인정을 받고 빛을 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명품탄생은 꿈 같은 일이다. 루이뷔통, 구찌 등과 같은 세계적인 명품이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만들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내일이 아닌 먼 미래를 내다보고 적극적인 계획과 투자를 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어 가능했다.

우리나라도 세계 최고의 명품을 만들기 위해 글로벌 디자이너 발굴이나 장인 기술을 키우는 지속적인 시스템이 국가차원에서 지원된다면 오랜 역사를 가진 그들처럼 질리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기술 장인, 마이스터가 대우받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기술 및 직업 교육 제도를 조금만 보완한다면, 우리나라의 뛰어난 장인 정신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기초가 튼튼한 기술 강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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