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톱의 길-日本에 묻다] ➄자동차

입력 2011-02-0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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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성장은 일본차 추월, 브랜드 철학과 친환경 신기술 관건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미국 포드를 제치고 세계 5위 자동차 메이커에 올라섰다.

OCIA(세계자동차공업협회)가 집계한 2010년 세계 자동차판매 순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는 2010년 총 574만4018대를 판매해 일본 도요타와 미국 GM, 르노-닛산,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5위를 차지했다.

2008 리먼쇼크로 인해 불어닥친 전세계 경기침체를 반등세로 뒤바꾼 셈이다. 나아가 지난해에는 23.6%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 포드를 43만여대 차이로 앞서며 5위에 올라섰다. 1975년 첫 고유모델 포니를 선보인지 36년만에 일이다.

현대차의 이러한 약진은 일본 자동차 메이커에게 기본기를 배우되 이를 철저히 분석하고 앞설 수 있는 전략을 내세운 덕에 이뤄졌다. 이제 한국 자동차 메이커에게 일본차는 도요타를 제외하면 맞수가 없는 상황에 올라섰다.

◇ 1980년대 한국은 일본차 일색=1980년대초 현대차는 일본 미쓰비시의 기술력을 들여와 전륜구동 소형차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기준으로 전륜구동 소형차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경제성은 물론 실내공간을 넓힐 수 있어 전세계 메이커들이 앞다퉈 전륜구동 소형차 개발에 나서던 시절이었다.

전륜구동 노하우가 전혀 없던 현대차는 미쓰비시의 도움을 얻어 포니 엑셀과 프레스토를 출시했다. 1985년 공업합리화조치가 해제됨과 동시에 대우차와 기아산업 역시 전륜구동 소형차를 선보였다. 대우차는 로열시리즈의 맥을 이어 GM 계열사인 오펠의 소형차를 들여와 ‘르망’이라 이름지었다.

기아산업도 발빠르게 일본 마쓰다 자동차를 찾았다. 소형차 노하우가 전무했던 기아산업에게 마쓰다의 소형차는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1985년 마쓰다 파밀리아를 베이스로 개발한 기아산업 프라이드(1세대)는 미국에서 포드 페스티바로 팔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결국 일본 미쓰비시와 마쓰다는 1980년대 중반 국산차 발전의 초석이 됐다. 우리와 도로사정이 비슷한 일본차를 베이스로 개발한 덕에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훗날인 1998년 삼성그룹이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들여온 최초의 중형차 SM5 역시 닛산의 중형세단 맥시마가 베이스였다.

◇ 일본차의 기본을 닮되 그들을 추월하다=1990년대 초, 국산차 시장은 현대와 대우, 기아의 3강구도 속에서 라인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소형차와 중형차라는 이분법 굴레를 벗어나 그 사이를 준중형차로 채웠고, 중형차 윗급으로 대형차를 내놨다.

이런 모델 다양화도 일본 메이커가 교과서였다. 현대차는 미쓰비시의 대형차 데보네어를 바탕으로 그랜저(1세대)를 내놨고, 기아산업은 마쓰다의 고급차 ‘루체’를 베이스로 포텐샤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판도는 1998년 IMF 구제금융 이후 급격하게 변했다. 대우사태 속에서 대우차는 GM대우로 이름을 바꿨고, 기아산업은 현대차그룹이 인수했다. 2000년대 들어 일본차의 굴레를 시나브로 벗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차가 엔진을 비롯한 파워트레인을 독자개발하기 시작하면서 완벽한 독자기술을 보유하기 시작했고 이 기술은 자연스럽게 기아차로 이어졌다.

글로벌 GM의 휘하로 속해들어간 GM대우 역시 더 이상 일본차를 베낄 이유가 없어졌다. 여기서부터 한국차의 일본차 추월이 조금씩 시작됐다.

마침내 2000년대 들어 현대차는 기초 기술을 전수해준 미쓰비시와의 관계를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미쓰비시와 공동으로 개발한 모델은 에쿠스(미쓰비시 프라우디아)를 마지막으로 협력관계를 정리했다. 미쓰비시와 공동개발한 모델은 에쿠스(1세대)가 마지막이었다. 오히려 디자인적인 완성도가 뛰어나 미쓰비시에게 한수 가르쳐주는 경지에까지 올랐다.

여기에서 시작한 현대차의 약진은 일본 메이커를 하나둘 추월하기 시작했다. 인도와 중국공장에서 바쁘게 새 차를 뽑아냈고 미국 공장도 지었다. 기아차를 포함해 500만대를 바라보던 시절이었다.

흠잡을 곳 없는 무난함이 매력인 도요타를 부지런히 쫓아간 현대차는 일본 혼다에게도 없는 V8 엔진과 다양한 디젤 기술을 개발했고 닛산 못지 않은 엔진기술과 생산·판매망도 갖춰 나갔다.

2005년 이후 현대차는 더 이상 일본차를 경쟁모델로 삼지 않았다. 바로 코앞의 경쟁자를 쫓기보다 그보다 앞선 경쟁자를 찾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독일 폭스바겐이 존재했다.

최근 현대차의 파워트레인 개발성향은 일본차보다 독일 폭스바겐의 그것을 추종하고 있다. 직분사와 터보 엔진, 듀얼 클러치, 고성능 디젤 등은 독일 폭스바겐이 꾸준히 추구해온 파워트레인 전략과 동일하다. 현재 이같은 기술을 모두 갖추고 양산모델에 활발하게 접목하고 있는 브랜드는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현대차가 유일하다.

미국 빅3를 쫓았던 일본 도요타는 부지런히 선두그룹을 쫓아가는 법은 깨달았으나 1위를 지키는 법을 몰랐다. 쫓아가기만했지 시장을 리드할 능력은 없었던 것이다.

결국 도요타는 2009년 전세계에 불어닥친 리콜사태에 직면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결함은폐와 늦장대응으로 질타를 받았다. 여전히 판매대수는 유지하고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현대차에게는 도요타의 위기는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부지런히 일본차의 뒤를 쫓았던 현대차는 한 템포 쉬어가면서 품질을 다지며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 일본차가 지닌 세계최초 기술 없어=글로벌 톱을 향한 일본차의 전략을 철저하게 교훈삼은 현대차그룹에게도 개선점은 뚜렷하다.

글로벌 톱 10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자동차 박물관 하나 소장하지 못한 메이커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유일하게 모터스포츠에 참가하지 않고 있고 서킷을 보유하지 않은 유일한 자동차 회사다.

이렇듯 현대차는‘차 장사’에만 열을 올렸을 뿐 그에 따른 브랜드 철학과 감성 전달에는 실패했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겠다는 벤츠와 꿈(夢)을 앞세운 혼다, L피네스라는 디자인 철학을 앞세운 렉서스와 달리 현대차는 ‘정교하게 잘 만든 품질좋고 값싼 한국차’라는 이미지 그 이상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일본차가 브랜드 철학을 앞세워 다양한 도전정신을 키워온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차에게도 이제 브랜드 철학과 가치가 존재해야할 차례다.

철저하게 일본차의 전례를 본받되 일본차가 간과한 분야를 철저하게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할 때다. 메이커별 순위가 아닌 국가별 자동차 생산 순위를 따져보면 한국은 일본에게 여지없이 밀리고 만다. 자동차 시장규모와 브랜드 경쟁력에서 일본차는 여전히 저력을 지니고 있다.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미래형 친환경차 분야에서 일본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현대기아차가 이를 쫓고 있는 상황이다.

GM대우가 쉐보레로 브랜드를 교체하고 삼성차가 르노삼성이 됐으며 쌍용차가 인도기업에 팔린 마당이다. 때문에 ‘한국차=현대기아차’라는 등식이 자리를 굳혔다.

철저하게 일본차를 뒤쫓았던 한국차는 판매대수에서 몇몇 일본 메이커를 앞섰다. 그러나 여전히 판매에 연연해 기술개발은 뒷전이었다.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관련 노하우를 앞세워 로열티를 챙기고 있는 일본 도요타를 주목해야 한다. 자동차와 전혀 관계가 없는 직립식 로봇을 개발한 혼다와 파산직전에도 파리-다카르 랠리에 총력을 쏟아부었던 미쓰비시의 열정을 기억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현대기아차에게 되물어야 한다. 당신들이 개발한 세계 최초기술은 무엇이며, 다른 차에 없고 오로지 현대기아차에 있는 기술은 과연 무엇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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