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신의 에어살롱] G20 정상과 특급호텔 18개

입력 2010-05-06 09:56 수정 2010-05-0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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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무시고 18국 정상들은 서울시내 18개 특급호텔로 정하면 되고... 그런데 나머지 1국의 정상께서 묵으실 곳은 어디에 마련해야 하지?”

요즘 관광·호텔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또 '2010 G20 서울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의 고민이기도 하다. G20 정상회의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명색이 세계 정치·경제를 이끌어 나간다는 20개 국가 정상들인데 어느 한 나라 정상은 차별을 받게 생겼다. 지난해 수출규모 9위의 경제대국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20개 국가의 정상이 방문하는데 특1급 호텔은 18개 밖에 없어서다.

대한민국은 전형적인 관광수지 적자 나라지만 지난 2009년 4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2000년 6억4000만달러 흑자 이후 9년만이다. 외국인 관광객도 780만명이나 들어왔다. 당초 목표치보다 30만명이나 많은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국내 여행사들이나 관광객들은 숙소 문제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숙박시설 때문이고 턱없이 비싼 요금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들은 숙박문제를 교통과 함께 가장 개선해야 할 항목으로 꼽는다.

최근 두 가지 주목할 만한 결정이 나왔다. 대한항공이 경복궁 옆 옛 주한 미국대사관 부지에 짓기로 한‘복합문화단지조성방안’에 대해 서울 중구교육청이 불허한 것과 법원이 주로 장기투숙객들을 상대로 숙박업을 하고 있는‘서비스드 레지던스’에 불법 딱지를 붙인 것이다.

교육청이 대한항공의‘조성안’을 불허한 것은 호텔사업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복합문화단지 조성계획에는 지상 4층·지하 4층 규모의 국내 유일의 7성급 호텔이 포함돼 있다.

학교보건법상 학교 50m 이내는 절대정화구역으로 지정돼 숙박업소등 청소년 유해시설이 들어서지 못하고 200m 이내는 교육청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대한항공이 짓겠다는 호텔도 근처에 덕성여고, 풍문여고등 학교시설이 있어 심의대상이다.

갤러리와 공연장, 체험관과 조화를 이루는 문화공간의 일부로, 그것도 7성급 호텔을 짓겠다는 데 처음부터 청소년 유해시설로 낙인찍힌 것이다.

'서비스드 레지던스' 는 시작 단계부터 호텔사업자들과 마찰을 빚어왔고 불법영업 논란에 휩싸여 왔다. 이번에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무허가 숙박시설’로 최종 판결이 나왔다.

법원의 법적인 판단에 대해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지만‘서비스드 레지던스’사업이 관광산업에 기여한 여러 가지 순기능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당장 레지던스가 문을 닫게 생겼고 이로 인해 사업자들이 파산하게 생겼기 때문만이 아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특급호텔보다 30% 정도 저렴한 요금으로 특급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상업지역과 떨어진 곳에 위치한 경우도 많아 주거시설로도 손색이 없다. 이렇다 보니 순수 관광목적의 외국인은 물론 장․단기 출장을 온 외국인 비즈니스맨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1급, 특2급 호텔 이외에 외국인이 묵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숙박시설이 거의 없는 국내 환경에서 관광객 유치에 큰 역할을 해온 점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다.

지난해 관광수지가 흑자를 기록하자, 올해 정부는 물론 지자체들까지 너나없이‘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유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고 목표 달성 가능성도 높다.

또 G20 정상회담의 개최로 대한민국 국격(國格)이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그런 만큼 정부 차원에서 국격에 맞는 나라만들기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먼저 G20의‘20’과 특1급 호텔 18개의 숫자 ‘18’의 간격을 없애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 아닐까. ‘20’과 ‘18’사이의 격차가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국격'과 현실의 '국격'의 간격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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