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거래소·개인지갑 거친 자산은 손익 계산 복잡
고시안 통해 거래소·투자자·과세당국 역할 분담 필요
넥스블록은 이번 기획을 통해 가상자산 과세의 정책 흐름부터 투자자 신고 문제, 거래소 인프라, 디파이·해외거래소 과세 공백, 시행 전 남은 과제까지 차례로 짚어본다. 2027년 과세가 단순한 법 조항의 시행이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작동 가능한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투자자 신고 부담과 함께 거래소의 역할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투자자가 자신의 소득을 계산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거래소가 보유한 거래내역·취득가액·수수료 자료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거래소가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다. 국내 거래소 안에서만 가상자산을 사고판 단순 거래라면 매수·매도 시점, 체결가, 수량, 수수료 등을 정리해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투자자가 여러 거래소를 함께 이용하거나 개인지갑, 해외거래소, 탈중앙화거래소(DEX)를 거쳐 자산을 입출금한 경우에는 취득가액과 손익 계산이 급격히 복잡해진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세금 신고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모든 투자자의 최종 과세소득을 산출하는 주체가 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내부에서 사고판 거래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해외거래소, 개인지갑, ICO나 프라이빗 투자로 들어온 물량은 거래소가 매입 단가를 알 수 없다”며 “이 상태에서 손익을 계산하면 실제 수익인지 손실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외부 입출금 자산은 취득가액 확인 어려워
가상자산 과세에서 거래소가 맡게 될 1차 역할은 거래자료 제공이다. 투자자가 특정 거래소에서 어떤 가상자산을 얼마에 사고팔았는지, 수수료를 얼마 냈는지, 입출금 내역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어야 신고가 가능하다.
국내 거래소 입장에서는 자체 플랫폼 안에서 발생한 거래에 대해 비교적 정형화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매수·매도 시점, 체결가, 수량, 수수료 등은 이미 거래소 시스템에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요구하는 양식이 확정되면 거래소별로 세금 신고용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도 마련될 수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들어온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은 거래소가 알기 어렵다. 예컨대 투자자가 해외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한 뒤 국내 거래소로 입금해 매도했다면, 국내 거래소는 입금 시점과 매도 시점은 확인할 수 있어도 해당 비트코인을 얼마에 취득했는지는 알 수 없다. 개인지갑을 거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ICO나 프라이빗 투자로 받은 토큰은 더 복잡하다. 투자자의 실제 매입 단가는 계약서나 별도 투자자료에만 남아 있을 수 있다. 이 물량이 메타마스크 등 개인지갑을 거쳐 국내 거래소로 입금되면 거래소는 해당 자산이 얼마에 취득됐는지, 단순 이전인지, 증여인지, 투자 보상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 경우 국내 거래소가 산출한 손익은 투자자의 실제 손익과 달라질 수 있다. 입금 시점 가격을 기준으로 삼을지, 투자자가 제출한 취득가 증빙을 인정할지, 증빙이 없을 때는 어떻게 처리할지에 따라 과세소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비트라지·헤비트레이더 계산은 더 복잡
가상자산 과세에서 또 다른 쟁점은 여러 거래소에 흩어진 거래내역을 어떻게 하나의 손익 계산으로 연결할지다. 같은 가상자산을 여러 차례 나눠 사고팔았을 경우 어떤 물량을 먼저 판 것으로 볼지, 평균단가를 어떻게 계산할지에 따라 과세소득이 달라질 수 있다.
일반 투자자는 거래 횟수가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계산이 단순할 수 있다. 그러나 아비트라지(Arbitrage·거래소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 거래자나 헤비트레이더는 상황이 다르다. 국내외 거래소 간 가격 차이를 활용해 한쪽에서는 사고 다른 한쪽에서는 파는 거래를 반복하고, 이후 비트코인이나 테더(USDT), 원화 잔고를 다시 맞추기 위해 리밸런싱을 하는 과정에서 거래내역이 대량으로 쌓인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아비트라지 거래자는 국내 거래소와 해외거래소를 오가며 사고팔기 때문에 세금 계산 자료가 매우 방대해질 수 있다”며 “국내 거래소가 자사 거래내역을 제공하더라도 해외거래소 거래내역까지 자동으로 연결해 계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거래소 거래내역은 국내 거래소가 직접 확보할 수 없다. 투자자가 해외거래소 자료를 직접 내려받아 제출하거나, 과세당국이 별도 자료 교환 체계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별 자료 형식, 시간 기준, 수수료 표시 방식, 원화 환산 기준이 다르면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거래소에 손익 계산 책임 지우기 어렵다
업계가 우려하는 지점은 거래소의 역할이 단순 자료 제공을 넘어 사실상 손익 계산 책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세당국이 거래소에 이용자별 거래내역과 손익 계산자료를 요구할 경우, 거래소는 세무 행정의 일부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문제는 계산 결과가 실제 손익과 다를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거래소가 확인할 수 없는 외부 취득가액이 반영되지 않았거나, 해외거래소 거래내역이 누락된 상태에서 손익이 산출되면 투자자의 신고 내용과 실제 과세소득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국세청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산 개발을 진행하기도 어렵다. 과세 대상 거래 범위, 취득가액 산정 방식, 입출금 자료 처리 방식, 수수료 반영 방식, 외부 취득가 입력 방식 등이 정해져야 시스템 구축과 이용자 안내가 가능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신고 보조자료를 제공하려면 국세청 기준이 먼저 확정돼야 한다”며 “자료 제공 항목과 계산 방식이 거래소마다 달라지면 투자자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 연결성과 형평성도 쟁점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국내 거래소를 이용한 거래는 상대적으로 자료가 잘 남고 과세당국의 확인도 쉽다. 반면 해외거래소나 개인지갑, 탈중앙화 거래를 이용한 거래는 국내 거래소 자료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 경우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자료 제출과 신고 부담이 더 명확하게 부과되는 반면, 해외거래소나 온체인 거래를 주로 이용하는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자료 확인이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다. 과세 인프라가 국내 거래소 중심으로만 구축될 경우 성실하게 국내 거래소를 이용한 투자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자 사이의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해외 거래와 개인 간 거래가 제도권 밖에 완전히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문경호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장은 지난 5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과세, 긴급 점검 토론회’에서 해외 과세자료와 CARF 등을 통해 해외 거래와 개인 간 거래도 일정 부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쟁점은 자료 확보를 넘어 흩어진 거래내역을 실제 손익 계산에 연결할 수 있느냐다.
그러나 가상자산 과세의 난점은 단순히 전산 시스템 구축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핵심은 여러 거래소와 지갑에 흩어진 자료를 하나의 과세 단위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투자자가 국내 거래소에서 매수한 자산을 개인지갑으로 옮긴 뒤 해외거래소에서 매도했다면, 각각의 거래자료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야 실제 손익을 계산할 수 있다.
고시안 통해 역할 분담 명확히 해야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과세 범위와 방식, 소득금액 계산 기준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거래소가 제공할 자료와 투자자가 직접 보완해야 할 정보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세부 기준이 과세 인프라 구축의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 과세 대상 거래 범위, 자료 제공 항목, 외부 거래내역 입력 방식 등이 정해져야 전산 개발과 이용자 안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테이킹, 에어드롭, 하드포크, 디파이 거래처럼 거래소 밖에서 발생하거나 성격이 다양한 소득 유형도 변수다. 일부 거래는 거래소가 직접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거래소 자료만으로 소득금액을 산출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자사 플랫폼 안에서 발생한 거래자료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제공하되, 외부 거래내역과 취득가액 등 거래소가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는 투자자가 보완하는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자료 간 불일치가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기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과세 시행 전 남은 과제는 거래소에 모든 계산 책임을 맡기거나 투자자에게 모든 자료 정리 부담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각 주체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의 범위를 제도적으로 구체화하는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