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상장 하늘의 별 따기"…FI 지분 되사는 기업들

입력 2026-06-1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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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과거 자회사 투자 유치 과정에서 참여했던 재무적투자자(FI)들의 지분을 직접 되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 등 상장 문턱이 높아지자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막힌 FI들의 출구를 열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와 이마트는 이달 11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FI인 올림푸스제일차가 보유한 쓱닷컴 지분 30% 전량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마트가 19.53%, 신세계가 10.47%를 취득하며 거래 규모는 총 1조2710억원에 달한다. 거래가 완료되면 신세계그룹이 쓱닷컴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이번 거래는 2018년 쓱닷컴 출범 당시 참여한 FI의 엑시트 작업 성격이 짙다. 당시 투자자들은 향후 IPO를 통한 엑시트를 기대했지만, 최근 수년간 이커머스 업황 부진과 상장 시장 위축으로 기업공개가 지연돼 왔다.

같은날 SK에코플랜트도 약 6509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 101만7948주를 자기주식으로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전환우선주는 2022년 프리IPO 투자 유치 과정에서 발행된 물량이다. 회사는 "전환우선주를 자기주식으로 취득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 역시 FI들의 엑시트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에 6000억원 규모 CPS를 발행했었다. 이음프라이빗에쿼티(PE), 프리미어파트너스, 큐캐피탈, KY PE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CPS와 구주 2000억원 어치를 함께 인수해 총 8000억원을 투자했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직접 자금을 투입해 FI 지분을 사들이는 배경에는 강화된 상장 규제가 있다. 과거에는 대기업들이 자회사 상장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회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모회사 일반주주의 권익 침해 문제를 이유로 중복상장 심사를 대폭 강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지난해부터 거래소가 물적분할 후 상장, 자회사 상장 심사 과정에서 소액주주 보호 방안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면서 대기업 계열사의 IPO 문턱은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자회사 상장이 가장 일반적인 회수 방안이었지만 지금은 대기업 계열사 상장이 사실상 막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은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사모펀드운용사(PE)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최근 LS전선과 투자금 회수를 둘러싼 소송전을 벌였다. 케이스톤은 LS전선의 자회사 상장을 전제로 투자했지만 상장이 무산되면서 투자금 회수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향후 비슷한 갈등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을 통한 회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기업이 약속한 콜옵션 행사나 지분 매입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현금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들은 직접 FI 지분을 인수해 정리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투자자들과 갈등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상장 규제 강화가 강해질수록 FI와 기업 간 소송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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