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48억 채권 헐값 매입' 배임 유죄에도…이상직 前의원 증여세 125억 취소

입력 2026-05-1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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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법, 이상직 전 의원 증여세 125억 부과처분 취소
法 “양수 당시 채권 시가 148억원 단정 못 해”

▲이상직 전 의원이 2021년 4월 2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전북 전주시 전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이상직 전 의원이 2021년 4월 2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전북 전주시 전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전 의원이 148억원짜리 계열사 채권을 1750만원에 샀지만 증여세를 내지 않게 됐다. 이 전 의원은 이 채권 회수를 위해 계열사 채권 가치를 부풀려 65억원을 빼돌리고, 배임 혐의로 징역 6년이 확정됐지만, 법원은 형사 재판과 별개로 증여세를 부과하려면 채권을 산 당시 채권 시가가 정확히 증명돼야 한다고 봤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주지법 제1-2행정부(임현준 부장판사)는 최근 이 전 의원이 전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조세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세무서가 이 전 의원에게 부과한 증여세 약 125억5000만원의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사건 발단은 이 전 의원이 2016년 5월 이스타항공 계열사 이스타에프앤피로부터 또 다른 계열사 비디인터내셔널에 대한 148억원짜리 채권을 단돈 1750만원에 사들인 거래다. 이스타에프앤피는 비디인터내셔널에 132억원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했고, 이자까지 붙어 148억원이 된 이 채권을 이미 2013년 회수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해 손실 처리한 상태였다.

이후 이 전 의원은 또 다른 계열사 이스타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이스타항공에 대한 188억원 채권을 비디인터내셔널에 넘긴 뒤, 허위 자료를 제공해 실제 가치가 26억원에 불과한 이 채권을 121억원짜리로 부풀렸다. 이를 근거로 이스타항공이 변제기도 되기 전인 2017~2018년 비디인터내셔널에 121억원을 갚게 만들었다.

비디인터내셔널은 이 돈으로 2018년 3월 148억원 채권 변제 명목으로 이 전 의원에게 65억원을 지급했고, 이 행위는 형사 재판에서 배임으로 인정돼 이 전 의원은 2023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이 확정됐다.

전주세무서는 이 전 의원이 148억원 채권을 1750만원에 산 거래를 특수관계인 사이의 ‘저가양수’로 보고 2023년 6월 증여세 125억 5000만원을 부과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특수관계인 사이에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재산을 사고팔 경우 그 차액을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가와 실제 거래 금액의 차액이 3억원 이상이거나 시가의 30% 이상인 경우가 해당되는데, 이 사건의 경우 기준을 훨씬 초과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 전 의원은 “채권 양수 당시 비디인터내셔널은 이스타항공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회수 불가능한 부실채권이었기 때문에 저가양수가 아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전북 전주시 전주지방법원 로비 (뉴시스)
▲전북 전주시 전주지방법원 로비 (뉴시스)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가 처음부터 수십억원의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해 모든 거래를 치밀하게 계획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런 사정을 전제로 양수 당시 채권 시가가 148억원에 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세무서가 근거로 든 65억원 수령이 채권 회수 가능성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봤다. 그 65억원은 배임으로 인정된 조기상환이 없었으면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조기상환은 원고가 채권을 사들인 지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시작됐고, 그 액수도 121억원”이라며 “막연히 채권의 시가가 148억원에 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나중에 범죄행위가 있을 것을 전제로 채권의 시가가 확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세무서가 증여세를 부과하려면 2016년 5월 당시 채권의 가치를 정확하게 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채권 거래 당시 객관적 시가와 이후 발생한 범죄이익을 엄격히 구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는 “이 전 의원이 결과적으로 거액의 이익을 얻었고, 형사적으로 배임 구조가 인정되더라도, 증여세 과세에서는 채권 양수 당시의 객관적 회수 가능성과 시가를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법무법인 현림 변호사도 “결과적으로는 정의 관념에서 벗어나는 판결이 나왔다”며 “과세당국이 유죄 판결에 의존해 장부상 수치만으로 객관적 평가를 한 것이 패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법원이 채권의 가치를 더 적극적으로 따졌어야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변호사는 “이 전 의원이 치밀한 계획을 세워 접근했고, 그 계획으로 취할 위법한 경제적 이익을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있었을 것이 자명한데, 법원이 이에 대한 석명이나 소송 지휘 등으로 구체적 사실관계와 실질적 가치를 규명하지 않은 점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세 소송에서 과세 기준이 모호하거나 과세당국의 증명이 부족할 경우 법원이 다른 방식의 산정이나 과세처분 일부 취소 등 과세 조정을 권유하기도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 증여세 전부가 취소된 것은 법원이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객관적 시가를 산정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며 “정밀한 연구와 합리적 평가기준의 개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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