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사고 나면 교사 실형"...해외 판결은 달랐다

입력 2026-05-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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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강원 속초시의 한 테마파크에서 현장체험학습 중이던 초등학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에 대해 사법부가 인솔 교사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항소심에서도 유죄 취지(선고유예) 판결을 내리면서 교육계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교사들이 짊어져야 할 형사 책임 부담이 커지면서 전국의 학교에서는 수학여행과 체험학습을 취소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분회장 7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현장체험학습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운영했다고 답한 학교는 53.4%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야외 활동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서 교사의 형사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국 법원은 인솔 교사에게 높은 수준의 통제 의무를 요구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주요 선진국은 '단순 부주의'와 '형사 처벌 대상인 중과실'의 경계를 엄격히 분리해 판단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익사 사건: 단순 부주의와 형사적 일탈의 분리

▲캐나다 알곤퀸 주립공원(Algonquin Provincial Park). (출처='Ontario Parks' 홈페이지 캡처)
▲캐나다 알곤퀸 주립공원(Algonquin Provincial Park). (출처='Ontario Parks' 홈페이지 캡처)

캐나다 온타리오주 알곤퀸 주립공원(Algonquin Provincial Park) 소풍 중 발생한 학생 익사 사건은 사법부가 과실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2017년, C.W. 제프리스 고등학교 학생 38명이 알곤퀸 주립공원으로 현장학습을 떠났고, 이 중 15세 학생 제레미아 페리가 호수에서 수영을 하던 중 익사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당시 현장학습 기획자이자 감독이었던 교사 니콜라스 밀스는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고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검찰은 인솔 교사를 '형사상 중과실치사' 혐의로 단죄하려 했으나 최종적으로 캐나다 법원은 해당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캐나다 사법부의 판단 기준은 교사가 당시 처했던 환경에서 '합리적인 주의 기준'을 현저히 벗어났는가 여부였다. 재판부는 사고 결과의 중대성과 별개로, 현장에서 나타난 교사의 미흡한 행위가 '단순한 부주의'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를 감옥에 보낼 수준의 '중대한 범죄적 일탈'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과실의 성격과 최종 결과를 분리하여 형사 책임의 성립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한 판단이다.

프랑스 리모주 여행 사건: '예견 가능성'과 '안전 체계 준수' 중심의 판단

▲판결이 나온 뒤 스티븐 레인(Steven Layne)교사와 샹텔 루이스(Chantelle Lewis) 교사가 감정이 북받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처='Daily Mail' 캡처)
▲판결이 나온 뒤 스티븐 레인(Steven Layne)교사와 샹텔 루이스(Chantelle Lewis) 교사가 감정이 북받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처='Daily Mail' 캡처)

프랑스 법원 역시 '학생 사망'이라는 결과만으로 교사에게 곧바로 중과실 책임을 묻지 않는 엄격한 사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15년 프랑스 리모주 인근 호수에서 학교 체험학습을 진행하던 중, 부교가 뒤집히며 12세 영국인 학생 제시카 로슨이 익사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인솔 교사 3명은 '중대한 과실치사'에 해당하는 혐의로 프랑스 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프랑스 법원은 항소심을 거쳐 교사들에게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프랑스 사법부는 사고 현장에 안전요원이 상주하고 있었고 위험 경고도 없었으며, 교사들이 매뉴얼 이상의 추가 점검 의무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부교가 갑자기 뒤집힐 것을 교사들이 예견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과 "교사들이 학생 감시 의무를 방기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고 당시 교사들은 물에 빠진 학생을 구조하는 동시에 다른 학생 23명을 급히 물 밖으로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유족의 깊은 고통에 공감하면서도, 당시 교사들 중 누구도 형사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호주 퀸즐랜드 프레이저섬 사건: 업무상 안전보건(WHS) 법제의 활용과 합리적 양형

▲호주 퀸즐랜드주 프레이저섬. (출처='부킹닷컴' 캡처)
▲호주 퀸즐랜드주 프레이저섬. (출처='부킹닷컴' 캡처)

교사의 과실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일반 형법상의 과실치사죄 대신 사회적 시스템 안에서 책임을 세분화하는 다원적 구조도 존재한다. 2019년 3월 호주 퀸즐랜드주 프레이저섬(Fraser Island) 맥켄지 호수(Lake McKenzie)에서 발생한 일본 고등학생 2명의 익사 사고가 이에 해당한다.

당시 사고가 발생한 프로그램은 일본 고등학교 소속의 30년 이상 경력 교사가 총괄 책임을 맡고 있던 해외 연수 프로그램이었다. 학교 측은 일본 여행사를 통해 호주 현지 투어 업체와 계약을 맺었고, 학생 15명이 프레이저섬 투어에 참여했다. 사고 당일 학생들이 호수에 들어가 수영을 하는 동안 해당 교사는 해변에 학생들의 짐을 두고 있었으며, 약 10분 뒤 학생 2명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수색을 진행했으나 다음 날 시신으로 발견됐다.

호주 검찰은 교사가 학생들의 안전을 적절히 관리·감독하지 않아 사망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판단했고, 교사는 일반 형법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2024년 2월 열린 재판에서 호주 법원은 "학생들의 수영을 막거나 충분히 감독할 수 있었음에도 이에 실패했다"며 30년 경력의 책임자로서 과실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중대성과 일반 예방 효과, 사회적 비난 가능성을 엄격히 고려하면서도 교사의 개인적 정상 관계를 균형 있게 참작했다. 교사가 초범이며 깊은 반성문을 제출한 점, 사건 이후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자살 충동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최종적으로 법원은 교사에게 벌금 5만5000달러를 선고하되 전과 기록은 남기지 않기로 결정했다.

결과 중심 vs 환경·제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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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판례는 과실을 바라보는 시각과 처벌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국 법원은 결과의 중대성을 중시하며 금고형이나 선고유예 등 교사의 신분 유지에 타격을 주는 형사적 단죄에 치우쳐 있다. 반면 해외 주요국은 통제 불가능한 자연환경과 학생의 돌발 행동 등 현장 제약을 참작해 책임을 제한한다. 처벌 역시 무죄 선고 후 민사 해결을 도모하거나, 안전보건법 위반에 따른 벌금형 부과 및 전과 기록 제외 등 법적 책임을 세분화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국내 공교육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교직원의 안전조치 의무 이행 시 면책 규정이 존재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고의성이 없는 사고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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