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첫 긴급조정권 언급… “파업은 삼성 아닌 한국 리스크”
업계 “단기 생산 손실보다 글로벌 고객 신뢰 훼손 더 위험”
삼성전자 노사의 평행선이 회사 내부를 넘어 대한민국 반도체 공급망 전체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들은 글로벌 미세공정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의 생산라인이 단 한 순간이라도 멈춰 설 경우, 그 파괴력이 개별 기업의 손실을 넘어 수많은 협력사의 연쇄 도산, 수출 전선 마비, 고용시장 충격 등으로 이어져 국가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재계 안팎에서 이례적으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필요성까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는 이유다.
18일 반도체업계는 삼성전자와 연결된 반도체 생태계 전반이 직접적인 파업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협력망에는 1차 협력사 1000여 곳과 2·3차 협력사를 포함해 약 1700개 이상 기업이 연결된 것으로 추산된다. 소재·부품·장비 업체뿐 아니라 물류, 설비 유지보수, 인력 공급 기업까지 영향이 확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소 협력사 부담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기업은 재고 확보나 생산 조정 여력이 있지만 중소 협력사는 납품 일정 변경만으로도 현금 흐름 악화와 가동률 하락 압박을 받을 수 있어서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는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6단체는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수천 개의 중소·중견 협력업체와 종사자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 전체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며 노조의 총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고물가·고금리와 경기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들은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연쇄적인 조업 중단과 고용불안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생산 중단 자체보다 고객 신뢰 하락을 더 큰 위험으로 본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공급 부족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할 수 있지만 고객이 공급 안정성에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 경쟁사로 이동하는 속도는 훨씬 빠르다”며 “지금 삼성전자가 지켜야 하는 것은 생산량보다 글로벌 신뢰”라고 말했다.
해외 주요 외신들도 일제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 임금협상이 아닌 ‘인공지능(AI) 초과이익 배분 갈등’으로 규정하며 파업 현실화 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한국 경제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현지시간)김민석 국무총리가 “파업이 현실화하면 경제 피해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비상권한 가능성까지 언급한 점을 비중 있게 다뤘다.
미국 경제매체 CNBC 역시 한국 정부가 삼성전자의 파업을 막고 파업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조정권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힌 점에 주목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30일간 파업 등 노동 쟁의 행위가 즉시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CNBC방송은 “이 조치는 지금까지 거의 발동된 적 없다”며 “친노조 성향으로 평가받는 현 정부에서는 이례적인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